금호타이어 매각이슈가 1조원 상당의 인수가격과 중국기업 인수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에 매각될 경우, 핵심기술을 빼았기는 이른바 '먹튀' 우려가 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방산업체로, 기술유출에 더 민감한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더블스타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 최종 매각가격인 9549억원에 인수하게 된다. 이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 등을 추진,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인수전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두고, 기업 기술만 빼내고 다시 매각하는 일명 '먹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더블스타는 기업 규모와 기술 수준이 금호타이어보다 떨어지고, 노동자의 고용보장도 2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더블스타 측은 "금호타이어 임직원에 대한 고용승계 보장과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 제고, 지속성장을 위해 지역인재를 더 채용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2004년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 먹튀'를 할 때도 비슷한 약속을 했다며,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생산설비에 추가 투자하고 경영진과 종업원의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수 후 4년동안 한푼도 투자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수 1년반 만에 대규모 해고계획까지 밝혔다. 말그대로 중국기업이 국내 기업의 기술만 빼내고 다시 팔아버린 '먹튀' 사태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제2의 쌍용차 먹튀 사태'가 재연될 우려에, 정치권에서도 금호타이어의 중국기업 매각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대권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우선적으로 금호타이어 고용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금호타이어 매각은 국내 공장의 고용유지가 조건이 돼야한다"면서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말했다.

문 전 대표는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평택에 공장이 있고 3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일터"라며 "매각의 우선 원칙은 일자리는 지키는 것이고, 공장이 떠나거나 규모를 줄이면 안 된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어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국내 공장의 고용 유지가 매각의 조건이 돼야 한다"며 "어떤 특혜와 먹튀 논란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유력 대권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고용문제 뿐만 아니라 기술유출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안 지사 측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방산업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평가기준과 절차상 하자를 고려할 때, 재입찰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매각 기준에는 정량적 평가뿐만 아니라 정성적 평가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하는데, 장기고용보장, 연구 및 설비투자, 지역경제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 우선매수협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가 적정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지사 측은 △더블스타의 기업 규모와 기술 수준이 금호타이어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점, △현재 노동자의 고용보장이 단 2년에 그치고 있다는 점, △매각을 위한 컨소시엄에 들어온 자금이 대부분 국내에서 조달됐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주요 기술을 획득한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매각한다는 이른바 '먹튀'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안 지사는 "금호타이어는 국내유일의 항공기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방산업체로 해외기업에 매각될 경우 방산기술과 상표권이 유출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산업은행을 비롯한 9개의 채권단은 당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구성 허용 불가라는 입장을 한발짝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SI(전략적 투자자)를 확보하면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으며,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중이다. 업계에선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에 성공할 경우, 인수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번 매각설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 이슈에 대해 현재로선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채권단 결정이 발표되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