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저속전기차들

 

최근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환경부 등 정부에서도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충전인프라와 보조금지원 등을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이나 일본, 유럽 등과 달리 유독 국내에서만 60km/h 미만의 저속전기차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전후 흐지부지됐던 '저속전기차 보급사업' 실패의 교훈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속전기차는 고속전기차 시장에 많은 영향을 주는 중요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구조가 단순하고 차체도 작지만, 보급대수를 많이 늘릴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저속전기차를 통해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나선 대표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방 소도시나 시골에 전기 오토바이, 삼륜 전기차, 저속전기차를 대량 보급, 일반인들에게 전기차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종국에는 자연스럽게 고속전기차의 보급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만들었다. 

덕분에 중국은 2015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전기차 시장으로 올라섰다. 중국 정부는 '뉴 에너지 비클'로 불리는 친환경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매년 40만대 이상의 저속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산둥성의 경우엔 전기차 누적 판매가 33만대(지난해 8월기준)를 넘어 선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도 2010년 저속전기차 보급 사업을 선도적으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인으로는 저속전기차 업체의 운영미숙도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 미흡했던 정부 정책이 더 큰 이유로 지적된 바 있다.  

현행법상 저속전기차는 시속 60km 미만인 도로에서만 운행이 가능하며, 시장·군수 등이 해당 지자체 경찰서장과 협의해 선정한 구간에서만 주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저속전기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는 일부도로로만 제한, 국내에선 차량을 구입한다 해도 실생활에서 주행할 때 제약이 따를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서 저속 전기차의 운행제한 구역은 화곡로·공항로·헌릉로 일부 등 일반도로 22개 노선(79.2km) 구간과 올림픽대로·강변북로·내부순환로 등 도시 도로 35개 노선 (255.9km) 구간이다. 또 성수대교, 원효대교, 서강대로 등 한강다리도 저속전기차는 운행할 수 없다.

이같은 저속전기차 규제는 전세계에서 국내에서만 유일하다. 일본의 경우 전기차는 저속·고속 구분없이 모든 도로에서 운행이 가능하고, 유럽이나 중국도 별도의 구분없이 내연기관 차와 함께 운행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저속전기차 생산업체들은 신형 전기차 개발이 아닌 전기차 부품 수출 등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거나 아예 사업을 접은 업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저속 전기차를 생산하던 CT&T와 AD모터스 등 업체들은 전기차 활성화를 기다리지 못하고 모두 사업을 접었다"며 "만약 지금까지 제대로 사업이 이어져 왔으면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전기차시장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테슬라'도 중소기업에서 시작한 기업"이라며 "저속전기차 사업실패는 국내에서 중소기업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저속전기차 사업은 전기차 품질과 기술력, 국내 도로상황으로 인해 계속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현재도 여건을 고려할 때 저속전기차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속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된 중국에선 품질이 낮은 차량이 많지만, 이러한 차들로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어렵다"며 "성능면에서도 저속전기차는 평지에서만 달릴 수 있어, 경사로가 많은 국내 도로에선 운행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고속전기차 정책에만 집중, 차세대 저속전기차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초소형 전기차)' 정책 마련에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르노 '트위지'와 대창모터스 '다니고' 등 초소형 전기차가 이미 개발이 끝나고 나와있지만, 정부에선 이 전기차에 대한 운행기준도 못내놓고 있다"며 "초소형 전기차 정책마련에 서두르지 않으면 10년전 저속전기차의 사업 실패가 반복, 초소형 전기차시장 성장의 타이밍을 놓치고 미래의 테슬라가 될 수 있는 국내 강소기업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차 충전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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