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소·저탄소 농법으로 재배한 고구마 [출처=백선생고구마농원]

 


미국의 요리연구가 댄 바버는 2016년 펴낸 저서 '제3의 식탁'에서 질산염을 과다하게 함유한 채소, 과일에 대해 지적했다. 농작물이 무기질 대신 물을 흡수하게 만드는 질산염은 농산물을 물컹물컹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대신 먹어도 본연의 맛이 덜하며, 영양분도 적다. 

사실 질산염 자체는 독성이 없다. 하지만 소화 과정 중 아민류와 결합할 때 발암성 물질이 생성되며, 중독될 경우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흔히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까지 유발할 수 있다. 소가 소똥이나 퇴비 위에 자란 풀을 먹고 쓰러지는 현상이 대표적인 질산염 중독 증상이다. 

그렇다면 질산염은 어떤 과정으로 농산물에 함유될까. 질산은 공기 중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질산염은 대부분 토양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비료를 과다 사용하거나 오염된 식수가 논밭으로 흘러가면서 질산염이 농수산물에 과다 포함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건강에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섭취하는 유기농산물에도 질산염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유기농산물의 경우 정부에서 허용한 유기농 퇴비를 쓰는데, 현행법상 질산염 기준치 규정이 없어 농작물을 더 크고 빠르게 키우기 위해서 비료를 많이 쓸수록 유기농산물에도 질산염이 과다 축적될 수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채소의 질산염 함량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소비자원이 일반농산물과 유기농산물을 비교한 결과, 케일·시금치·미나리 등에서 일반재배보다 유기재배 채소의 질산염 함량이 다소 높게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질산염 함량이 3000ppm을 초과하는 것으로는 품질인증 채소 5종(시금치1, 쑥갓2, 케일2)이며, 일반채소는 4종(쑥갓2, 케일2)인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의 질산염 함량 허용치는 생산시기별로 2000~3500ppm이다.
재배 방식에 따른 채소의 질산염 함량 비교표 [출처=한국소비자원]

 

현재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농업 선진국에서는 주요 채소의 질산염 함량 허용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질산염 허용 기준이 없다. 유기농산물의 경우에도 질산염 수치를 따로 규제하고 있진 않다. 

우리나라의 채소 소비량은 세계 1위 수준으로 그만큼 질산염 중독의 위험도 높다. 소비자의 건강이소비자의 선택에 좌지우지되는 셈이다. 

저탄소·저질소 농법으로 고구마를 재배한다는 백수흠 백선생고구마농원 농장주는 "농산물 선택 시 너무 색깔이 진하거나 부드럽고 연할 경우 질산염 과다를 의심해봐야 한다"며 "약간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단단한 채소를 선택하는 게 좋으며 가능할 경우 생산자의 생산방식을 따져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안전농산물이라고 믿고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의학계에서 안전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질산염이 유기재배 채소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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