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닭고기 유통시장의 10~20%를 점유하고 있는 삼계 병아리 값이 40%이상 인상, 계란 가격에 이어 닭고기 값마저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14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육계, 삼계, 오리 등 가금류 사육농가들이 밀집한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며칠 전부터 일부 농가들이 삼계 병아리를 AI 사태 이전보다 43%가량 인상된 가격에 공급받는다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남 지역의 한 농가는 AI 사태 이전에 마리당 350원에 공급받아 왔던 삼계 병아리를 오는 20일 이후 500원에 공급받기로 계열사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발병으로 인해 방역대에 묶인 계약농가들은 병아리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아리값 폭등에도 입식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 AI는 산란계에 집중돼 삼계, 육계가 감염되는 일은 드물었으나 산란계 살처분, 오리 농장 주변 500m 혹은 3㎞이내 종계장, 부화장 등의 예방 살처분이 늘어나면서 삼계 병아리 생산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승연 삼계부화장협의회 회장은 “현재 삼계 병아리는 물론 종란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AI사태 이전 개당 170원하던 종란 값도 280원으로 올라 향후 계열사들에게 공급하는 병아리 값은 460~470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름철 삼계탕 수요를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10배에 이르는 병아리를 공급해야하는데 상당히 힘겨운 실정”이라며 “올 한해 동안 병아리 공급 부족, 닭 가격 상승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현재 개당 620원에 거래되고 있는 육계 병아리 값이 구입을 원하는 농가들의 증가에 따라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육계 종계가 삼계 병아리 생산에 쓰이는 만큼 병아리 값 인상이 향후 육계병아리, 육계 가격을 끌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육게협화 관계자 역시 병아리 공급 비용이 늘어나면서 닭고기 값이 오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육계 산지가격은 상승할 전망이다. 종란 폐기와 종계 매몰 처분으로 병아리 생산량이 기존 예상보다 10% 줄어들어 올 1월 육계 사육은 전년보다 7.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도계 마리수 역시 지난해보다 7.7% 줄어든 6638만마리로 예상되며, 냉동 비축량은 지난해 11월20일 기준 전년대비 46% 감소한 것으로 잡계돼 육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농경연은 닭고기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며 1월 육계 산지가격은 지난 6월 이후 1㎏당 1300원선보다 400원가량 상승한 1600~180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AI사태 이후 닭고기 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올 1월 들어 닭고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계열사가 계약사육농가협의회와 협의를 거치도록 관련 법률이 규정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계열화 사업자가 병아리 구매 비용 부담을 농가에 사육비를 감액하는 방식 등으로 전가 시키는 행위, 계약 내용의 일방적 변경 등 불공정 행위 시는 과태료 부과, 계열화지원자금 지원 중단 등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AI 피해가 크게 불어나면서 병아리값 상승을 비롯한 후유증 농가 경영을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며 “계열사들이 비용부담을 계약농가들에게 떠넘긴 채 살처분 보상금을 챙기고, 병아리 값과 닭고기 값 상승에 따른 이익을 독차지 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당국은 감시·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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