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서 패널들 "법안 이행 위한 장치와 공공·민간 인프라 구축 필요" 한 목소리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환경TV개국 16주년 기념식에 이어 환경정책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사회를 맡은 이혜경 한국환경보건복지협회 회장, 좌장 남궁은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패널 박정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방종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지윤 한국화학물질협회 부회장. [사진=환경TV DB]

 


가습기살균제 논란이 공기청정기, 치약 등 일상생활 용품들로 번지면서 살생물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환경부가 부랴부랴 관련법 제정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살생물제 법안 마련 못지 않게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기반마련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환경TV 개국 16년 기념 환경정책 심포지엄'에서 살생물제법 도입을 앞두고 남궁은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분야별 토론의 장이 열렸다. 

살생물제는 인체유해성이나 노출 가능성 측면에서 사실상 농약과 같은 수준으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간 일반 공산품 수준으로 관리돼 사전에 안전성 확인이나 차단 수단이 전무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초부터 연방환경보호청(EPA)에서 살생물질을 연방살충·살균·살서제법(FIFRA)이라는 연방법령으로 관리해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1998년 살생물제품지침(BPD)을 제정했고 2012년 살생물제규제법(BPR)으로 발전시켜 4개 부문 22개 제품 카테고리로 분류해 시행중이다.

현재 환경부가 검토중인 가칭 '살생물제관리법(Biocide Control Act)'은 EU와 유사한 체계로 가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박정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살생물제법안에)EU의 22개 분류를 그대로 인용하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을 만들기 전에 제품 타입이 우리 실정에 잘 맞게 분류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살생물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활성물질 승인과 살생물제품 허가, 살생물처리제품을 따로 구분해 단계적 시스템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능·용도에 맞는 자료 요구와 제품 타입 분류, 최소한의 용량과 적절한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기존에 사용하던 물질에 대해서는 단계별로 충분히 유예기간을 두고 평가해 기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반드시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종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살생물제법안을 새롭게 제정하는 만큼 정부에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스템의 전반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비용 측면이나 화평법과의 연관성 측면에서도 제대로 평가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게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살생물제관리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해당 물질에 대한 자료생산과 제출, 승인 등으로 비용과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여기에 관련 시험 기관 부족 등 인프라가 부족할 경우 제품 출시 지연 등 경쟁력 약화 등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법안의 승패는 설계 뿐만 아니라 제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장치, 즉 수단 마련에  있다는 것.

이지윤 한국화학물질협회 부회장은 에어컨필터나 치약, 물티슈 등 생활용품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국가 입장에서도 종합적 대응이 필요한 만큼,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는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경우 제도가 작동될 수 있는 수단이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산업계는 현 단계에선 큰 관심이 없겠지만 제도가 만들어지면 관련 연구원들을 충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환경TV개국 16주년 기념식과 함께 환경정책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토론회 좌장을 맡은 남궁은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사진=환경TV DB]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남궁은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화학물질 관리 전문인력은 해외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인력으로 두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따라줘야 한다"며 "오늘 도출된 내용들은 요약해서 환경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U의 BPR은 살생물제를 소독제 등 4개 부문 22개 제품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모든 제품에 대해 시장출시 전 사용 범위 등에 대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활성물질은 사전에 유해성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 유럽화학물질관리청(ECHA)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환경보호청(EPA)에서 농업용과 비농업용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관리하고 있다. 활성성분과 제품정보를 함께 평가하며, OIT 항균필터와 같은 살생물처리제품은 승인된 활성성분으로 처리된 경우에만 등록을 면제해 준다. 

일본은 아직까지 살생물제의 법적 정의가 없으며 후생노동성의 '약사법, 유해물질 함유 가정용품 규제에 관한 법률, 수도법, 식품위생법'과 국토교통성의 '건축기준법', 농림수산성의 '동물용 의약품 등의 단속 규칙'등 여러 주요 법에서 10개 용도 범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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