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우려도 제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53개 기업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설 방침을 밝혀 관련 기업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에선 검찰의 이같은 방침에 기업들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관련 의혹을 수사중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기업이 출연금을 내게 된 배경을 전수 조사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9일 밝혔다. 출연금의 성격과 경위 등을 파악해 부정 청탁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특수본은 전날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시작으로 한국마사회, 승마협회 등 총 9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무의 집무실과 주거지를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의 비서실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전략실 등도 포함됐다. 

삼성은 최씨 모녀가 소유한 독일법인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35억원(280만유로)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2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승마협회 업무 관련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관련 문서 등 8개 상자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승마협회 관련 지원 의혹에 대한 수사일 뿐 재단 비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수사 역시 최순실 게이트의 일부분인 만큼 앞으로 삼성을 비롯한 기업 수사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같은날 현대자동차 박모 부사장도 오후 2시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미르재단 85억원, K스포츠 재단 43억원 등 총 128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확대 방침이 전해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증거인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날 한화그룹이 그룹내 방산 계열사들에게 현재 진행중인 업무 이외의 자료 폐기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보도됐고, 이에 대해 한화그룹측은 일상적인 자료폐기였을 뿐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4월20일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할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초 LIG넥스원이 유력하다는 예상을 깨고 한화시스템이 선정됐고 이 과정에서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에는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해 SK, LG 등 16개 그룹이 총 486억원을, K스포츠 재단에는 19개 그룹이 288억원을 출연해 두 재단에 총 53개 기업이 774억원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삼성은 204억원으로 가장 많은 출연금을 냈다.

재계에서는 단순한 기부금이라고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이 일부 기업 총수들과 독대한 사실이 알려져 출연금의 성격이 대가성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관련 기업 총수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부영그룹은 기금 출연을 대가로 세무조사 편의 제공을 청탁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SK, 롯데, CJ 등 일부 대기업들이 총수의 검찰 수사 무마 혹은 사면 등을 대가로 기금을 출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담팀을 꾸린 검찰은 기업 전수조사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불충분할 경우 등 필요에 따라 기업 총수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총수 조사는 국민 경제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고려하겠다는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두 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출연금 조사 과정에서 롯데그룹 소진세 사장과 SK, 삼성그룹 임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검찰 조사에서 기업들이 기금을 출연하며 부정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현재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및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60)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기업들에게 뇌물죄가 적용된다. 최씨에게는 '제3자 뇌물공여죄(직무에 관한 부정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건넸을 경우 적용)' 또는 '포괄적 뇌물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최씨 등은 재단 설립 당시 출연금을 낼 의무가 없는 기업에 돈을 강요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두 재단에 넘어간 출연금을 뇌물죄로 볼 수 없다며 최씨에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만일 부영이 세무조사 관련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뇌물죄가 성립된다. 

다만 기업마다 의혹이 제기된 상황과 구조 등이 달라 출연금 배경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봐야 한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도 다음주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대통령도 조사대상인 만큼 성역이 없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점은)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이번주가 지나면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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