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국정감사에서는 좀 세게해야 하는거 아시죠? 이해해주세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정감사가 진행됐던 지난 8일, 점심시간에 한 국회의원이 손문기 식약처장에게 웃으면서 건넨 말이다. 사실 이날 오전 열린 국감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치약, 한미약품 등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고 식약처는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런데 이 한마디가 손 처장의 마음을 편하게 한 걸까. 손 처장은 오후 국감부터는 태도를 바꿔 모든 국회의원의 질문에 해결방안을 내놓기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앞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등의 말을 반복적으로 답했다.   

손 처장의 이러한 대처를 보고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물티슈, 치약 등의 취재를 하는 동안 식약처의 또다른 관계자에게서도 동일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였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예민한 사항에 대한 질문에선 늘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하곤 했다.  

지난달 8일, 식약처가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처음 발표했을 때였다. 이날 이슈의 중심은 물티슈였지만 당시 식약처 59개의 적발제품 목록에는 물티슈 1개를 제외한 대부분이 헤어제품이었다. 머리카락이 긴 사람이 헤어에센스를 바를 경우 유해 성분이 얼굴에 묻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와관련 처음 식약처에 문의했을때, 담당자는 목록에 헤어제품이 있는지는 모른다며 직접 확인하라는 반응이었다. 유해성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왜 자꾸 문제를 만들려고 하냐"며 이 정도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도리를 다했다는 입장을 말할 뿐이었다.  

이후 지난 20일, 서울시가 '헤어에센스서 가습기살균제 성분 검출'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헤어제품의 위해성을 미리 인지하고, 시중에 유통 중인 두피용 제품 30종을 조사한 결과였다. 그제서야 식약처 담당자는 "시스템 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고 재차 반복했다. 국감 때의 손 처장이 낯설지 않은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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