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진열된 수입 치약 [촬영=백경서기자]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치약 149종에 판매금지 및 회수조치가 내려진  후, 백화점, 마트 등에서는 외국에서 온 고가의 치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제품들에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나라마다 유기농의 기준이 다르고 성분에 대한 제한 정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식약처는 국내 모든 치약 제조업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MIT가 함유된 원료가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아모레퍼시픽, 부광약품 등 총 10개 업체 149개 제품에서 해당 원료가 사용된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 회수토록 했다고 밝혔다.

발표 당시 아모레퍼시픽의 가습기살균제 성분 치약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5%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반에는 치약을 회수하면서 대형마트 치약 칸이 비었다는 소리가 나왔다. GS마트 매장 관계자는 “사태 초반, 관련 치약을 빼고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만 진열하다 보니 다 매진돼 칸이 텅텅 빌 정도였다”라고 설명했다.

매진 된 치약들 [촬영=백경서기자]

 


이후 2주 뒤, 대형마트와 백화점 빈 칸에는 새로운 제품들이 자리 잡았다. 바로 외국에서 날아온 ‘유기농’ 치약이었다.

실제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롯데마트 서초점, 이마트 통영점, 신세계 강남점 등의 유통업계를 둘러본 결과, 생활화학제품 칸은 온통 ‘가습기살균제 성분 무첨가’ 이름을 단 외국 제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가격은 대부분 100g당 8000~8400원. 페리오, 죽염 등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없는 국내 치약은 100g당 1320~2640원이다. 약 4배나 되는 고가의 제품이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매장 관계자는 “뉴질랜드 등 수입 치약의 판매가 늘었다”며 “소비자들이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없는 고가의 치약을 선호하는 추세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라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수입 유기농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식약처는 “현재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치약의 보존제로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MIT 사용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보존제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CMIT/MIT를 치약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유럽연합에서도 최대 15ppm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무심코 사용했다간 오히려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치약을 사용할 수도 있게 된다. 

특히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직구(외국 사이트에서 직접 구입)나 공구(공동 구매)를 할 경우에는 더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 제품 중에서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은 한국 법을 거쳤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직구나 공구의 경우엔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즉 성분표를 보고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는 이상 알기가 어려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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