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3위의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곡물수출을 중단하면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했다. 태국은 최근 50년만의 대홍수로 수도 방콕까지 물에 잠기면서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식생활 변화는 물론 국가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달 창원에서 열린 UNCCD(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 10차 총회를 찾은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 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같은 기후변화 사례와 원인, 대처방법 등을 제시했다.

환경TV는 파괴력을 예측할 수조차 없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레스터 브라운의 저서 'World on the Edge: How to Prevent Environmental and Economic Collapse'에 제시된 기후변화 사례와 원인, 분석, 예측 등을 6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레스터 브라운은 하버드 대학 행정 석사와 메릴랜드 대학 농업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미국 소속지구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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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 가격의 상승처럼 지구 자원의 과소비가 빚어내는 초기의 경제적 효과들 중 몇 가지만 살펴보기 시작한다면, 주류 경제학자들에게도 우리가 처한 상황의 현실이 곧 더 명확히 드러날지 모른다.

2007년 초에 세계 곡물 수요량이 증가하고 공급량이 딸릴 때 밀, 쌀, 옥수수, 콩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2008년 봄이 되자 3배라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뛰었을 때, 우리가 본 것은 예고편였다.

곡물 가격의 상승은 대공황 이래의 최악의 세계 경제 침체와 2008년의 기록적인 세게 곡물 수확량 덕분에 간신히 억제됐다.

적어도 당분간은 말이다.

2008년 이래로 세계 시장의 곡물 가격은 다소 떨어져 왔지만, 2010년 10월 러시아의 곡물 수확량이 재앙 수준으로 급감하자, 다시 두 배 이상 기록적인 수준으로 뛰었다.

사회적 측면에서 가장 불안한 추세는 기아의 확산이다.

지난 세기의 마지막 수십 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만성적으로 기아와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있었고, 1996년에 7억 8800만 명으로 최저 수준에 달했다.



그러다가 자동차 연료를 생산하는 쪽으로 전용되는 곡물의 소비량이 연간 두 배씩 증가함에 따라 굶주리는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서히 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2008년에는 9억 명을 넘어섰다.

2009년에는 굶주리고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이 10억 명을 넘었다.

유엔 식량 농업 기구는 2010년에는 굶는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러시아에 닥친 열파와 그 뒤의 곡물 가격 상승으로 그 예측은 그저 희망으로 그칠지도 모른다.

이런 굶주리는 인구의 증가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연구하는 고고학 유적지들에 서 있던 앞선 문명들의 상당수에서 기아의 확산이 붕괴에 앞서 일어났기 때문에도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기아의 확산을 우리 지구 문명의 사회적 붕괴에 앞서 나타나는 쇠퇴의 지표로 삼는다면, 쇠퇴는 십여 년 전에 시작된 셈이다.

환경의 악화와 경제적 및 사회적 스트레스가 심화될수록, 허약한 정부가 그것을 관리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그리고 급속한 인구 성장이 계속될수록 경작지는 더욱 부족해지고, 우물은 말라가고, 숲은 사라지며, 토양은 침식되고, 실업은 증가하고, 기아는 확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약한 정부는 신뢰와 다스릴 능력을 잃어간다.

실패 국가(failing states), 즉 정부가 더 이상 개인의 안전, 식량 안보, 교육과 보건 같은 기본적인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나라가 된다. 예를 들어 소말리아는 지금 지도에는 국가로 나와 있지만, 국민국가가 아니다.

그 단어의 어떤 의미로 보더라도 말이다.

‘실패 국가’라는 말은 최근에야 우리가 자주 쓰는 어휘 목록에 들어왔다. 아프가니스탄, 아이티,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예멘은 가중되는 스트레스로 점점 몰락하고 있는 많은 약한 정부 중 일부에 불과하다.

해마다 실패 국가의 목록이 점점 길어짐에 따라, 불편한 질문이 하나 제기된다. 얼마나 많은 국가가 실패해야 우리 세계 문명이 해체되기 시작할까?

자연 자산 와해든 기아의 확산이든 실패 국가든 간에 우리는 지구 문명이 붕괴를 시작하기 전까지 얼마나 오래 쇠퇴 단계에서 버틸 수 있을까?

우리가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현안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동안에도,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오늘밤 식탁 앞에 앉은 이 중 219,000명은 어젯밤에 식사를 못했을 것이고, 그들 중 상당수는 빈 그릇만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살아간다면, 세계 경제의 심각한 붕괴가 눈앞에 펼쳐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우리는 답을 알지 못한다.

여기까지 이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살아간다면, 남은 시간은 십 년 단위가 아니라 년 단위로 헤아리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지금 우리는 벼랑 끝에 너무나 가까이 가 있기에 파국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0년의 열파가 모스크바 대신 시카고에 똬리를 쳤다면 어떠했을까?

어림잡아 말하자면, 거의 1억 톤에 달하던 러시아의 곡물 수확량이 최근에 40퍼센트 급감하면서 세계 곡물량이 4천만 톤 줄었지만, 훨씬 더 많은 4억 톤이 넘는 미국의 곡물 수확량이 40퍼센트 감소한다면 1억 6천만 톤이 사라질 것이다.



2011년으로 이월될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곡물 비축량(새 수확이 시작될 때 창고에 남아 있는 양)은 러시아 열파 때문에 79일분에서 72일분으로 줄었다.

그 열파의 중심부가 시카고였다면 52일분으로 급감했을 것이다.

그것은 역사상 가장 적은 비축량일 뿐 아니라, 2007-8년 세계 곡물 가격을 3배로 뛰게 한 62일분의 이월 비축량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즉 모스크바에서 그랬듯이, 시카고의 7월 기온이 평년 수준보다 평균 섭씨 8도 높았다면, 세계 곡물 시장은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것이며, 일부 곡물 수출국들은 국내 식량 가격의 고삐를 틀어쥐기 위해, 2007-8년에 그랬듯이 곡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했을 것이다.

TV 저녁 뉴스는 저소득 곡물 수입국에서 벌어지는 식품 폭동 영상과 정부가 실패하면서 기아가 확산된다는 소식으로 도배될 것이다.

석유를 수출하고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는 석유와 곡물을 물물교환하려고 애를 쓸테고, 저소득 곡물 수입국은 두손을 들고 말 것이다.

정부가 실패하고 세계 곡물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지구 경제는 해체되기 시작할지 모른다.

성상훈기자 HNSH@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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