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늘었다고? 동백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갔다고?”(1)
“멧돼지가 늘었다고? 동백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갔다고?”(1)
  • 환경TV
  • 승인 2011.12.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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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기후변화, 그리고 훼손되는 국토와 산림생태계

늦여름이나 초가을 맑은 날 북한산을 오르면 산은 어김없이 탁 트인 시야를 펼쳐 준다. 더군다나 태풍이 한반도를 스쳐가기 직전이나 직후 문수봉 능선에 서면 멀리 영종도와 인천 앞바다도 희미하게 눈에 들어 온다. 북쪽으로는 개성 송악산의 윤곽이 어느 정도 뚜렷하게 보인다. 상쾌한 기분이 들지만, 능선의 동서남북을 번갈아 보다보면 이내 심란해지곤 한다.

이곳에서 보면 동쪽부터 북악산, 인왕산, 안산(무악산), 백련산으로 이어지는 산들과 삼각산(북한산의 옛 이름), 도봉산, 수락산 및 불암산은 원래 하나의 생태계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아파트단지와 도로, 상가가 마구 침범해 들어와 산 생태계의 팔과 다리가 잘린 모양새가 됐다. 몇 년 전부터는 산 허리까지 뉴타운이 조성됨에 따라 북한산에 깃들어 있는 포유류와 조류에게 서식처의 축소와 기온변화 및 소음 증가 등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4대문 북쪽의 이 산들은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호랑이와 멧돼지의 영역이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생태계의 변화도 급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루 강우량, 최고·최저기온 등 기후관련 지표에서 극대치와 극소치가 증가했다. 지난 여름의 폭우로 북한산 삼천사 계곡 등에서 사망 사고와 서울 남태령에서 대규모 산사태도 잇따랐다.

기후변화 취약종의 개체수 감소 및 멸종 등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설악산,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등에서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 아고산지대 북방계 수종이 줄어들고 있다. 북한산에서도 1950~60년대만 해도 해발 500미터쯤의 양지바른 곳에서 정향나무를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주능선에서만 겨우 몇 그루 남아 있다.



미국의 사회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은 생물 다양성 감소의 원인을 5가지로 요약하고, 이들의 머리글자를 따서 하마의 준말인 히포(HIPPO)라고 불렀다. 이 요인들은 서식지 상실(habitat loss), 외래종 침입(invasive species), 환경오염(pollution), 인구증가(population growth), 소비를 위한 생물종 남획(overexploitation of species for consumption) 등이다. 처음의 세 요인은 뒤의 두 요인으로 생긴 것이고, 결국 대부분 인간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생물종이 멸종에 이르는 길은 복합적이다.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대개 두가지 이상 요인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윌슨은 종교인에게 부치는 편지 형식의 책 ‘생명의 편지(원제:The Creation)’에서 그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바다에서의 저인망식 남획(O)으로 인해 대구와 해덕 같은 심해 어종의 해저 서식처가 파괴(H)됐다. 절멸위기의 조류나 여타 종이 서식처 훼손(H) 때문에 작은 단일 개체군만 남게 되면, 침입종인 포식동물과 질병(I), 오염(P), 남획(O)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위의 다섯 가지 멸종 요인 가운데 서식처 상실(훼손) 또는 단절이 가장 치명적이다. 윌슨은 근년에는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사람 인구 증가가 개발압력을 높여 서식지 파괴, 과다 착취 등을 낳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개발열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가 그다지 늘지 않고 있는데도 특정지역, 특히 수도권과 경제특구에 대한 집중 개발이 서식지를 훼손하거나 분할하고 있다.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 포장도로 신설과 확장 등은 산지를 잠식하고, 산과 마을(도시)의 완충지대인 습지나 논을 없애버림으로써 양서류와 조류, 활동반경이 비교적 큰 포유류를 곤경에 빠뜨린다.

최근 “개체 수가 늘어서 농민에게 해를 끼친다”는 비난을 받는 멧돼지도 실은 개체 수가 늘어난 게 아니라 자신의 서식지를 사람에게 빼앗기는 바람에 사람 눈에 더 자주 띄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Ⅱ. 종 다양성의 보전: 무엇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우리나라 언론은 특정 멸종위기종, 혹은 희귀 식물을 보전하거나 종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 충실하다. TV방송들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멸종위기 동식물이 발견됐을 때 보통 건설공사가 중단되지 않는 현실과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지적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같은 보도도 일조를 한 덕분에 가야산 골프장이나 인천 계양산 골프장 등의 건설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개발사업자가 멸종위기종이나 환경을 훼손할 우려 때문에 사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당국이 이를 중단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민일보를 포함한 신문들과 방송이 정작 생태계와 종 다양성에 대한 구조적이고, 구체적인 위협요인들을 적시하고 그것들을 견제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더 큰 국토계획, 즉 불요불급한 고속도로 건설이나 국도확장, 지역별 득표 전략을 위한 선심성 신도시와 경제특구 건설 등 국토 생태축의 단절을 낳는 사회간접자본투자의 적절성여부에 대한 점검이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국토해양부가 올해 초 발표한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제2차 수정계획(2001∼2020)’에 따르면 철도의 교통 분담율을 높인다고는 하지만, 전국을 동서축 9개와 남북축 7개의 고속도로로 연결하게 돼 있다. 이는 여전히 환경과 생태계에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큰 부담을 주는 도로에 투자 우선순위가 주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4대강사업이나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등에 대한 언론의 검증도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전력수요 증가율을 얼마나 줄이느냐, 혹은 어느 정도의 수요 감소를 관철시키기로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여러 에너지 및 환경문제들이 저절로 해소될 수도 있다. 예컨대 앞으로 5년간 전력사용량을 매년 5%씩 줄인다면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부수적으로 송전망 건설과 양수발전소 건설에 따른 산림파괴도 막을 수 있다.

언론의 협소한 시각, 혹은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외면은 언론사 내부의 경직된 칸막이 콤플렉스에서도 비롯된다. 즉 환경부는 사회부에서 맡고,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는 경제부에서 담당한다. 그런데 환경과 관련된 정책은 환경부에서만 다루는 게 아니고, 국토부와 지경부에서 환경에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입안한다. 경제부의 국토부, 지경부 출입기자들은 환경적으로 중요한 국토 및 에너지정책을 소홀히 취급하거나 그것의 환경적 측면을 간과하기 십상이다.

최근에는 농림수산식품부도 환경적으로 중요한 정책들을 많이 다룬다. 아니 농업·임업정책의 환경적 측면이 커져서 그들 정책의 대부분이 환경정책과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 식품은 물과 대기, 그리고 그것에 기대는 동식물에서 나오므로 근본적으로 환경정책의 일부다.

생태계와 동식물, 종다양성 부문 가운데서도 우리 언론은 유독 거대 포유류에 절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쏟는다. 물론 ‘회색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즉 늑대, 대왕오징어, 백상아리, 회색곰처럼 우리가 쉽게 볼 수는 없지만 그 종들은 그 곳에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자연이 살아 있다는 상징이 되고, 우리의 세계가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을 준다. 그러나 그런 종에 대한 과도한 관심 때문에 생태계의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양서·파충류나 곤충, 그리고 식물에도 돌려야 할 지면과 화면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물론 언론이 기후변화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도 자주 언급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로 한라봉, 사과 등의 작물과 동백나무, 꽝꽝나무 등 관상수의 북상에 주로 관심을 쏟는다. 언론은 고산지대 식물이나 한국 특산종의 개체수와 자생지 감소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구상나무 등 우리나라 특산종을 포함한 아고산대 식물의 멸종을 방치할 수는 없다.

최근 학계나 아마추어 식물연구가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기후변화 등으로 곤경에 처한 희귀식물 가운데 언뜻 생각나는 것은 다음과 같다. 개불알꽃(복주머니란)은 강원 정선의 함백산 9부 능선에 군락지가 있었지만 최근 사라졌다. 만주송이풀은 설악산에 넓은 군락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상부나 능선에 드물게 분포한다. 설악산 서북능선 귀때기청봉 근처의 분비나무 군락이 차츰 고사하고 있다, 고사목이 즐비한 가운데 건강한 치수가 많지 않아 이곳에서 분비나무의 장래가 불투명하다. 눈향나무 눈측백나무 눈잣나무도 설악산에서 군락지가 줄어들고 있다.

한라산에서 돌매화나무와 눈향나무가 정상부근에만 일부 남아 있게 됐다. 설악산 고산지대의 대표 수종인 정향나무와 꽃개회나무, 솜다리도 분포 면적이 차츰 감소하고 있다. 이들도 자연상태에서 어린 개체를 찾아보기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서 구상나무의 분포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언론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보도했다. 그렇다고 해도 기후변화에 취약한 식물종에 대해 언론이 전반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기후가 변화하면 동물과 식물도 이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서식처를 쉽게 옮겨 갈 수 있는 동물이 식물보다 기후변화에 더 잘 적응할 것 같지만, 학자들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인간의 개발행위에 의해 서식처의 경관이 바뀌게 되면 가뜩이나 기후변화로 먹이가 줄어들게 된 동물이 길을 잃고 멸종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반면 식물도 낮은 곳에 분포하는 남방계 수종은 매우 느린 속도로 북상할 수 있다.

언론은 종 다양성의 유지를 위한 더 넓은 조건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의 상식과 다른 현실들에서 눈을 돌리거나 그것들에 무지하다는 점도 문제다. 북방한계선이나 재배가능지역의 북상에 대한 관점은 그것이 기후변화에 따라 ‘돈이 되는 쪽으로’ 올라가기만 한다고 보는 식으로 천편일률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부 난대성 식물의 북방한계선은 올라가지 않았거나 오히려 내려갔을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동백나무를 서울에 심기도 하고, 서울숲에는 관상용으로 꽝꽝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올봄 서울 청량리동 홍릉수목원에서 그동안 잘 자라던 붉가시나무와 호랑가시나무가 모두 동해(凍害)를 입고 말라죽었다. 각각 남해안과 변산반도가 북방한계선인 이들 난대성 상록수는 수목원 내 가장 따뜻한 곳에서 수년을 잘 버텨 왔다. 그러나 3~4월 추위가 지속돼 땅이 해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잎들이 증발산을 하는 바람에 얼어붙은 땅에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한 줄기가 말라죽은 것이다.

어떤 수종이 북방한계선보다 위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다고 해서 북방한계선이 올라갔다고 볼 수는 없다. 국립산림과학원 신준환 임업연구관은 지난 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상태에서 개화-결실-발아-생장의 사이클을 한 세대 이상 거듭해야 그곳에서 활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겨울철 평균기온은 올라가도 최저기온 상승 등 기온의 진폭이 커지고 외래종이 확산되면 일부 취약종은 북방한계선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언론의 속성은 동식물을 다룰 때에도 경제적 관점을 우선시한다. 생명을 섣불리 자원으로 여겨 탐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문제다. 관상수, 열대지방의 과일과 꽃 등을 “온실에 키우거나 재배에 성공해서 대박이 났다거나 낼 것으로 기대된다”는 식의 보도가 많다. 우리가 먹는 야채의 상당수는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원래의 유전적 특성이 변형된 것들이다. 원래의 유전적 특성이 상실된 것은 종 다양성 유지에 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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