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 동일 시간에 다수 현장조사 진행...'산양 스트레스호르몬 증가' 연구 결과도 누락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하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구잡이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회와 환경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거짓 투성이로 작성돼 케이블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공원 밖 시설인 케이블카 하부정류장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임에도 이를 피하기 위해 갖가지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공원 진입도로나 주차시설 외 공원 밖 시설에 대해서는 '공원사업시행허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케이블카 하부정류장은 국토계획법에 의거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도시,군계획시설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군계획시설인 궤도시설은 궤도운송법 상 전체를 하나의 시설로 봐야 한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와 강원도청의 협의의견이기도 하다. 

그런데 양양군은 전체 삭도시설이 아니라 하부정류장 시설의 일부면적만을 군계획시설로 보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편법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삼화 의원(국민의당)이 공개한 양양군 내부문서에 따르면 군도 하부정류장뿐 아니라 궤도시설 전체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피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정황이 드러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기존의 사전환경성검토 제도를 확대·개편한 것으로 환경영향평가가 개별 사업의 환경적 측면을 사전 검토하는 것이라면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보다 큰 틀의 국가정책 및 계획에 대한 환경성 평가를 주 내용으로 삼는다.

작년 12월과 올해 5월 작성된 군 내부 문서에는 군 계획시설(궤도) 결정을 위해 상하부정거장과 선로 전체를 시설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하부정류장 부지만 군계획시설로 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또 추가 행정절차를 피할 방법으로 법개정, 시행령 개정 등을 건의할 계획을 세운 내용이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원주지방환경청이 검토중인 설악산 케이블카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자료누락과 조작사실이 확인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형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설악산지키기국민행동은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와 환경부 국립생태원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환경영향평가서상의 자료 미비, 조작 의혹 등 관련 법규상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요건에 해당하는 점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과 환경단체가 양양군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현지조사표 일부 누락과 곤충전문가가 포유류 조사를 진행하거나 심지어 한 조사자가 동일한 시간에 다수의 조사를 진행하는 등 편법과 조작을 의심케 하는 것들이다. 

 

 

서 의원은 자연환경영향검토서와 환경영향평가서(초/본안)의 현지조사표 기록에서 ▲현지조사 하지 않았으나 해당 일자에 현지 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표기한 사례 ▲특정한 전공자는 해당분야 전공분야에만 조사토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가 다른 영역조사에 투입된 사례 ▲사업지역의 환경현황이 확인 불가능한 조사지역을 결과로 제출한 경우들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양을 포함해 멸종위기 동물 다수가 발견된 내용들을 누락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인간의 간섭이 많을수록 산양의 스트레스호르몬 수치가 증가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양양군은 환경부 전달 문서에서 이같은 사실을 누락시켰다.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양양군이 제출한 1~10차에 걸친 현지 조사 자료 중에는 1~4차, 10차의 경우 현지조사표가 누락돼 있다. 이는 국립생태원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에서도 지적된 부분이다. 

생태원 관계자는 "생태조사자들은 증빙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사진까지 다 찍는데, 현지조사표에 조사시점과 조사지점 좌표가 기록되지 않은 것은 실험실에서 기초 데이타를 안 내놓고 결과만 내는 것과 같다"며 "이는 사실상 실험을 안했다는 의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지조사표를 정밀하게 확인한 결과에서는 한 조사자가 동일한 시간에 포유류, 양서파충류, 어류를 현장 조사하고, 육상동물상의 조사까지 진행한 내용도 확인됐다. 

앞서 4일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설악산 케이블카사업 환경영향평가에 유령연구자에 이어,  밀렵꾼전과자가 산양 정밀조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조사자로 등재된 전문가 중 한 명이 자신이 해당 조사에 참석한 바가 없다는 문서를 이 의원에게 제출한 바 있다. 

의원실과 환경단체들은 원주지방환경청의 조치를 지켜본 뒤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지 않을 경우 고발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업무 처리규정(환경부 예규 제566호)에 따르면, 현지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평가항목에 대해 현지조사를 하지 않고 실시한 것처럼 작성한 경우, 사업지역 환경현황이 사실과 크게 다르고 이를 토대로 저감방안을 수립한 경우, 영향예측과정에서 조작되거나 문제가 큰 잘못된 기초자료를 적용하고 잘못된 예측기법을 사용해 그 영향을 축소한 경우에는 평가서를 반려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서형수의원은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규정된 절차를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업 자체가 총체적인 부실·거짓 덩어리로 판명이 났다"며 "이 사업의 협의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은 동 사업을 반려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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