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했을 때와 삼켰을 때 독성 달라... 과한 '케미포비아' 지양해야

회수대상에 포함된 치약 [제공=포커스뉴스]

 


시중에 유통 중인 치약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정부 공식 집계로만 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쓰인 게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케미포비아(화학제품 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0일 국내 모든 치약 제조업체(68개소 3679개 제품)를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 성분(CMIT/MIT)이 함유된 원료가 사용됐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아모레퍼시픽, 부광약품 등 총 10개 업체, 149개 제품에서 해당 원료가 사용된 사실을 최종 확인, 회수조치를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당 업체에 대해선 행정처분까지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식약처는 회수 대상 149개 제품 중 CMIT/MIT 잔류량은 극미량으로 양치 등 치약사용 시 삼키게 되는 경우를 고려해도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꼬리를 물고 있다. 정말 식약처의 말처럼 극미량은 삼켜도 괜찮은 걸까. 그리고 해당 성분의 독성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걸까. 

이들 회사가 치약 제조에 넣은 성분 CMIT/MIT는 가습기살균제 성분 4가지 PHMG·PGH·CMIT·MIT 중에서도 '이마트'와 '애경' 제품 등에 쓰인 성분이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옥시' 제품에는 4가지 성분 중 PHMG가 사용됐다. 

네 가지 물질의 위해도를 살펴보면 PGH가 1만500, PHMG가 2500, CMIT/MIT가 9.41이다. 위해도가 1이 넘으면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시중에 판매돼서는 안 되는 물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성분들은 흡입시 독성을 가지며 가습기살균제 사건 역시 분무 형태로 내뿜어진 이 물질들을 호흡기로 들이킨 사용자들이 폐 이상을 호소하면서 알려졌다. 

CMIT/MIT는 PGH, PHMG보다 위해도가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흡입독성을 갖는 건 확실하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미국 환경보호국(EPA)을 비롯해 유럽연합 등에서 1998년에 이미 CMIT/MIT를 유해물질로 지정했고, EPA는 ‘MIT 물질의 유해성 평가보고서’를 통해 흡입독성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다만 화학물질의 독성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가습기살균제와 달리 치약은 흡입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치약에서의 CMIT/MIT의 독성이 가습기살균제처럼 강하게 작용한다는 걱정은 다소 과하다고 볼 수 있다. 

식약처가 극미량은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맥락도 이와 같다. 식약처는 "미국에서는 CMIT/MIT를 제한없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위해평가 결과에 따라 구강점막 등에 사용하는 씻어내는 제품류에 15ppm까지 허용하고 있다"며 "실제 회수 제품 내에 잔류될 수 있는 양은 0.0044ppm으로 유럽 기준(15ppm)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우려가 틀렸다고 볼 순 없지만 과한 케미포비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럴려면 어떤 성분이 어디에 사용됐을 경우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정부가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도 이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흡입독성이 아닌, 구강점막독성을 기준으로 치약제의 위해도를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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