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이엔지가 개발한 '선박탑재형 유회수기', 바다서 물과 기름 분리배출

태안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홍콩선적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과 충돌, 유조선 탱크에 있던 기름 7만8000배럴이 태안 앞바다와 인근 해역으로 유출됐다. 이 사고로 태안 앞바다 생태계 뿐 아니라 국내 11개 시·군 375㎞ 해안선과 충남, 전라도 101개 도서지역과 제주 추자도까지 오염됐다. 해수부 피해지원단 조사 결과 연간 120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섰고, 방제비만 216억원, 재산피해는 7384억여원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출당시 해양에서 진공흡입으로 기름을 회수하거나 유처리제로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수습에 나섰지만 하루 만에 해안가로 퍼졌다. 해안가 바위와 모래사장 등에 흡착된 기름은 수작업으로 제거해야 했고 갈매기와 바다 생물들은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 쓴 채 죽어갔다.

3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같은 해양기름유출사고로 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120만 배럴(1억9000만ℓ) 이상의 기름이 바다에 유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 해 평균 267여회, 3961배럴(63만ℓ)의 기름이 해양으로 유출돼 막대한 환경·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해양에 유출된 기름을 나노기술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유회수기가 개발됐다. ㈜한스이엔지(대표 한상남)가 개발한 선박탑재형 유회수기는 바다에서 나노마이크로메쉬를 이용해 물과 기름을 즉석해서 분리하고 기름만 회수하는 방식이다.

유회수기는 물 위에 뜬 기름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회수하는 기계다. 사고 발생 초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유류를 얼마나 신속하게 회수하는지가 관건이다.

이번에 개발된 선박탑재형 이동식 해양 유출기름 회수기(나노 유회수기)는 부산대 고종수 교수가 개발한 나노마이크로 매쉬 기술을 적용, 낮은 함수율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낮추고 장비도 소형화했다. 나노마이크로 메쉬 기술은 금속제 거름망 표면에 친수성 나노구조를 형성, 화학코팅을 더해 물만 통과하고 기름은 걸리게 하는 기술이다. 

선박탑재용 이동식 유회수기 처리 과정.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유수흡입기로 기름과 물을 동시에 흡입한 뒤 이를 디스크형 유수분리기로 옮겨 물과 기름을 분리한다. 또 분리된 물과 기름은 나노마이크로 메쉬가 장착된 유수분리기를 통해 2차 분리된다. 이 과정에서 나노기술을 통해 기름만 분리·회수되고 물은 다시 바다로 배출된다.

기존 유회수기는 신속하게 다량의 물과 기름을 퍼 올리는데 중점을 두어 수거 총량 중 물이 차지하는 비율(함수율)이 80% 이상을 차지했고 이후 기름을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노 유회수기는 함수율을 23% 이하로 크게 낮췄고 따로 기름을 분리하는 공정이 필요없어 효율성도 높다는 평가다.

비용은 기존 유회수기들이 대당 3000만원에서 2억원가량이었지만 나노 유회수기는 5000만원 가량이다. 이번 기술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추진하는 나노융합2020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21억원의 비용과 전문가 자문 등이 지원됐다.

산업부와 미래부는 이달 1일 부산 영도구 해양환경교육원 내 조파수조에서 나노 유회수기 시연회를 열고 성능을 입증했다. 정해권 산업부 바이오나노 과장, 이진규 미래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등 관계자와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했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은 "기존 수입 유회수기는 물과 기름을 함께 수거해 별도의 분리공정이 필요했지만 이번 나노 유회수기는 기름만을 선택, 연속 분리하고 수거한 기름을 별도 추가공정이 없이 재사용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며 "해양 기름 유출 사고시 신속한 방제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해양환경관리공단 등 공공기관과 기업의 수입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적용분야 개발과 수출 판로 모색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편집자 주]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자리잡는 동안 환경 관련 문제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미뤄져왔다. 최근에는 쓰레기 처리문제, 자동차 배출가스, 가습기와 정수기, 반려동물 등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 이슈가 속속 드러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획기적인 IT기술을 활용한 환경 친화적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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