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이후 동·식물 멸종 속도 100배 빨라져...생태적 삶 되찾아야

[출처=픽사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실험과 산업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 등 급격한 환경 파괴가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가 도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인류세'는 산업화로 인류가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지구의 환경체계가 급격하게 변하고 인류를 위협하게 되는 시기로 인간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어느 종들보다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과학자 파울 크뤼첸(Paul Crutzen)이 2000년 처음 제안한 용어다. 신생대 제4기 홍적세(洪積世)와 현세인 충적세(沖積世)에 이은, 다가올 새로운 지질시대의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올해 초부터 과학자들이 '사이언스(Science)'지를 통해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 구분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달 29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지질학연합 국제지질학회의(IGC)에서는  이미 인류가 인류세에 돌입했다는 근거인 '골든 스파이크'가 제시됐다. '골든 스파이크'는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계기를 말한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 12개국 연구자 24명으로 구성된 국제지질학연합(IUGS ) 산하 국제연구팀 인류세 워킹그룹(AWG)은 골든 스파이크의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질층에 퇴적된 방사능 물질을 들었다. 

연구결과 1940년대 후반 원자폭탄 실험으로 많은 양의 방사능 물질이 생성, 지층에 퇴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얀 잘라시에비치 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엄청난 충격"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생물종의 급격한 멸종 등 자연환경의 변화도 근거로 제시됐다. 지난 500년동안 지구상에 생물종의 4분의1이 멸종됐고 이는 인간이 없는 자연 상태보다 100배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대로라면 다음 세기에는 지구상의 동식물 중 75%가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치킨 소비가 급증하면서 닭과 같은 특정한 가축류가 폭발적으로 번식하고 있는 점도 인간이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증표들로, 미래에는 닭뼈 화석으로 인류세를 구분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산업혁명이 이후 급격히 치솟은 이산화탄소의 농도와 한해 생산되는 3억여㎥의 플라스틱, 콘크리트 사용, 화학비료로 인한 토양 오염, 화석연료로 인한 미세먼지 증가 등도 인류세를 구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들은 이미 인류세가 도래했다는 증거를 통해 지구 환경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생태적인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잘라시에비치 교수는 "지구가 천천히 플라스틱으로 덮여 가고 지구상 수많은 매립지와 길거리 구석에서 닭뼈가 화석화하고 있다"며 "첫 핵폭탄 실험 후 1950년대 핵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고, 변화 속도는 계속 증가하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fly1225@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