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1월 연구용역 끝나면 내년쯤 예산 편성해 설계 들어갈 예정"

서울시는 지난 3월 북한산·인왕산 등 주요 도심 야산에서 야생화된 들개를 포획했다. 출처=서울시

 


길냥이(길고양이), 유기견(버려진 개)..

이제는 흔하게 듣는 이 용어들의 속내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달갑지 않은 진실이 고개를 내민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이라며 아낄 때는 아끼다가 내쳐버린 이들의 '자연스럽지 않은' 말로가 그 진실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유기 및 유실 동물은 모두 8902마리다. 이 가운데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유기동물 보호 기간 10일이지나 안락사 처리된 동물은 2166마리나 된다. 3마리 중 1마리꼴로 제 명에 못 산다.

시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동물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동물 정책 활성화 지원 시설'(가칭)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지난 28일 발표한 배경에는 이같은 불편한 근거가 내포돼 있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의 시도에 나선 이유다.

시 관계자는 "동물 보호를 위한 실제적인 수행기관이 부재하다"며 "특히 동물보호단체 등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시설이 부재해 동물 정책 활성화 지원 시설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발견된 유기견 '봉순이'. 출처=서울시

 


동물 정책 활성화 지원 시설, 언제 어디 생기고 어떤 일 하나

동물 정책 활성화 지원 시설은 길고양이와 유기견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동물 정책 활성화 지원 시설 설립과 관련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은 서울연구원이 맡았다.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진행될 연구 용역에서는 동물 정책 활성화 지원 시설 설립의 타당성 검토와 함께 시설이 들어설 후보지도 물색한다. 또한 운영 프로그램 개발 등 시설 설치와 운영 전반에 걸친 연구도 진행한다. 지역 사회와의 협력 방안과 권역별 확대 계획 마련도 연구 과제다.

시설에는 동물병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사고를 당해 긴급 치료가 필요한 동물이나 학대에 시달리는 동물 등을 보살피기 위한 시설 구축이 목표다. 

또한 길고양이, 야생화된 유기견 등 동물로 인한 갈등을 시민들과 함께 조정하고 해결하는 역할도 맡긴다. 아울러 시는 시설이 설립되면 동물보호단체를 육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 정책 활성화 지원 시설은 시가 보유한 유효 재산 가운데 사용하지 않고 있는 곳을 고쳐 사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2~3곳이 유력한 후보지다. 

시 관계자는 "시설을 짓는 데 들어가는 정확한 예산과 설립 장소 등은 오는 11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며 "용역이 끝나면 내년쯤엔 예산을 편성해 시설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 출처=서울시

 


시설 중심으로 2020년까지 유기 동물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시는 시설이 갖춰지면 이 시설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유기 동물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자면 한 해 발생하는 유기 및 유실 동물을 4500마리 안쪽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시민들의 반응. 시설을 설립하는 데는 수십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시 예산이 동물 복지를 위해 들어간다는 데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계획을 추진 중인 서울시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시 관계자는 "시설 하나에도 수십억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동물 정책 활성화 시설에 대한 반감을 품은 시민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설립 추진 전부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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