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할당량 첫 보고 앞둔 525개 기업, 성적표 봤더니..

"산업 혁명 이전과 비교해 '2도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지구 온도를 낮춘다." 지난해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196개국이 합의한 '파리 협정'의 핵심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뜻을 모았다.

불과 5개월 후인 지난 4월 22일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파리 협정을 지키겠다는 의미의 고위급 서명식도 150여 개국 참여 속에 끝마쳤다. 다양하고 치밀한 계산이 오가는 국제사회의 생태계를 본다면 이례적인 속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파리 협정의 발효 역시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점친다.

협정이 발효되면 한국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감축이 의무화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공장 가동률과 직결되던 시대는 종언이다. 이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환경TV는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전후해 정부 정책 방향과 산업계 대응을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고 있는 노르웨이의 빙하. 출처=픽사베이

 


한국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각종 통계 중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끄러워야 할' 수치가 하나 있다.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 발전을 이어 온 한국은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거의 2배 정도 늘었다. 비율로는 99%p 증가한 것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경제 발전의 어두운 그늘이다.

문제는 이같은 형태의 경제 발전 패러다임을 더 이상은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부분이다. 전세계는 지난해 12월 합의한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 온난화 속도를 산업 혁명 이전의 2도 이하 수준으로 막기로 했고 그 핵심이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지난해 6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자발적 기여 방안(INDC)'을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톤 단위로 보면 2030년 배출 예상치인 연간 8억 5,100만 톤 중 3억 1,5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한다는 목표다. 이 시기까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억 3,600만 톤 규모로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에너지 부문 체질 개선이 최우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듬뿍' 내뿜는 석탁 화력발전소 비중이 높기 때문.

2006~2013년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환경부

 



환경부의 2013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를 보면 전체 배출량 6억 9,450만 톤 중 87.3%인 6억 620만 톤이 '에너지' 부문이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산업계에서 공장을 돌리는 등의 과정을 통해 배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산업계가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아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 가능하다.

그 수단으로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증권처럼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제도인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다.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제도다.

기획재정부 미래경제전략국 관계자는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수단 중 중요한 부분이 배출권 거래제"라고 강조했다. 


산업계 감축 '핵심' 배출권 거래제란?

배출권 거래제란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이를 초과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그만큼의 배출권을 사서 상쇄하도록 만든 제도다. 반대로 할당받은 허용량이 남는 기업은 여유분을 시장에다 내다 팔 수 있다.

예를 들어 할당량이 100인 기업이 130을 배출했다면 시장에서 30만큼을 사오면 정부 기준을 지켰다고 인정 받는 식이다.

대상이 되는 업체는 2011~2013년까지 연 평균 12만 5,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기업 또는 개별 사업장 중 한 곳이라도 연평균 2만 5,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이다. 정부는 이같은 기준을 토대로 모두 525곳의 업체를 지정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40여 곳의 업체가 추가됐다.

기재부 미래경제전략국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을 충족한 업체가 44~45곳 정도 더 추가됐다"고 밝혔다.

출처=KRX 홈페이지

 


이 기업들은 정부가 제도를 만들면서 설정한 1~3차 기간 동안 할당받은 양만큼만 배출을 해야 한다. 총량으로 치자면 3년 간 15억 9,800만 톤, 연평균 5억 3,260여만 톤씩만 배출하도록 기준이 잡혔다. 이러한 총량을 토대로 기업 별 배출량이 정해지는 것.

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 개설한 배출권 시장을 통해 진행된다. 지난해 1월 12일 개장한 배출권 시장은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2시간 반 동안 일반 증권시장처럼 경쟁 매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후 정오까지 호가 접수 후 단일가로 체결된다. 

거래 단위는 'KAU'로, 이는 이산화탄소 1톤과 동일하다. 지난 3일까지 1년 반 동안 누적 거래량은 344만 3,241톤이다. 


대상 기업, 이달 중 지난해 실적 제출..모자르면 과징금
시간 흐를 수록 할당량 더 줄어…"산업계 체질 바꿔야"

배출권 거래제는 이달 말 첫 결과물을 내놓게 될 예정이다. 

지난해 추가된 40여 개 기업을 제외한 배출권 할당 기업 525곳은 지난달 배출량인증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2015년도 실제 배출량만큼의 배출권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그 결과 실제 배출량보다 배출권이 모자를 경우 과징금을 부담하게 된다.

이를 상쇄하려면 배출권 시장에서 물량을 사오거나, 내년도에 제출할 배출권의 일정 부분을 차입해서 충당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걸림돌은 시장 거래 자체가 힘들다는 부분이다.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은 배출권을 내년도로 이월하고자 하고, 부족한 기업들은 사고 싶어도 시장에 물량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 정부가 90만 톤의 예비 물량을 시장에 푼 것도 이러한 상황 때문이다.

기재부 미래경제전략국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약 60% 정도 기업들은 배출권이 남고 40% 정도의 기업들은 배출권이 적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는 화력발전소. 환경TV DB

 


이같은 상황은 해가 바뀔 수록 더욱 더 기업을 옥죄게 될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1차 계획 기간(2015~2017년)이 끝난 뒤 2차(2018~2020년), 3차(2021~2025년)에는 각 기업들의 할당량이 점점 더 줄어 든다. BAU 대비 37% 감축을 달성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산업계의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예정된' 미래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는 산업계에 대한 조언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산업계를 만나 보면 온실가스를 더 감축하라는 얘기 때문에 가뜩이나 마른 수건을 더 짤 수가 없어서 수건이 찢어질 판이라고 한다"며 "찢어질 수건이면 바꾸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이 국제사회에서 양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라고 단언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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