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학부모들 대책 없는 교육부 질타 “학교, 못 보내겠네”

아이들이 뛰노는 우레탄 트랙에서 납이 과다 검출됐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야외활동(수업)을 강행한다. 안전해야 할 교육 현장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자 학부모들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지침이 무용지물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일고 있다. 


전수조사 시행 3개월 만에 드러난 우레탄 트랙의 진실
전국 납 범벅 우레탄 트랙 설치 학교 2,811개

교육부는 지난 3월 전국 시·도교육청에 우레탄 트랙 유해물질 조사를 지시했다. 환경부가 조사한 수도권 내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25개 가운데 13개에서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 90㎎/㎏을 넘는 납이 검출됐다는 실태조사가 나온 뒤다. 

전수조사에 나선 교육부에 따르면 1일 전국에서 우레탄 트랙이 가장 많이 설치된 학교는 경기도다. 무려 399개나 있다. 이날까지 조사가 완료된 학교는 모두 236개. 이 가운데 63%에 달하는 148개 학교의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이 검출됐다. 

경기도 다음으로 우레탄 트랙 설치학교가 많은 서울(312개)에서도 이날까지 조사가 완료된 학교 143개 가운데 50개(35%) 학교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이 나왔다. 

이밖에 강원 원주, 동해, 삼척, 영월 등 4개 시군에 있는 40개 학교 가운데 26개 학교(26%)의 우레탄 트랙에서도 납이 검출됐다. 대전은 26개, 세종에서도 2개 학교의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를 웃도는 납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납에 과다 노출 돼 납 중독에 걸릴 경우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정신착란과 같은 정신 이상과 경련, 발작,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잇몸이 착색되고 피부엔 물집이 오르는 '포르피린'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는 우선 납 성분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와 조사가 진행 중인 학교에 우레탄 트랙 사용을 전면 중단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하지만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학교는 전국에 2,811곳. 우레탄 한 곳당 트랙 교체 비용이 1억 원인만큼 산술적으로만 보면 2,811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사용 전면 중단까지만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다음 달 전수조사 결과를 취합해 검토 결과에 따라 우레탄 트랙 제거 및 운동장 설치 예산과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마스크를 쓴 채 야외 수업 중인 아이들. 출처=포커스뉴스

 


‘무용지물’ 미세먼지 대응 실무 매뉴얼
교육부, 야외 수업 제재 방안 없어…들끓는 학부모 원성

미세먼지가 자욱한 날에도 야외 활동을 강행하는 학교 수업 시스템도 학부모들의 큰 걱정거리다. 

앞서 교육부는 우레탄 트랙 유해물질(납) 조사를 지시한 같은 달 시·도 교육청과 개별 학교에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실무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유치원과 각 학교는 발령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실외수업 금지 등 대응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야외 활동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시수와 시험 일정에 맞춰 체육 실기수업과 같은 야외 수업을 해야 하는 책임은 교육부가 아닌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지침이 따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학교장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학교장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교육부는 매뉴얼 준수를 독려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마저도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제재할 방법은 없다. 

한편 학부모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우레탄 트랙 설치하기 전에 알아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암 발생 우려 위해도 수준인데도 아이들에게 손 씻기 교육이 전부” “미세먼지가 들끓는 데 야외수업이라니 미친 것 같다” “학교가 점점 더 무개념이 되고 있네”“납 검출된 우레탄 트랙에 미세먼지 속 야외수업까지... 학교 못 보내겠네”등의 반응이 비일비재하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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