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포커스뉴스]

 

가습기 살균제 가해 업체인 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15시간의 검찰 조사를 마치고 24일 새벽 5시경 귀가했다. 옥시 최고경영자 출신 외국인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구속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옥시의 신현우(68) 전 대표가 먼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신 전 대표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한 때인 지난 2000년 당시 대표직을 일임하고 있었으며 흡입 독성 실험을 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해 피해자들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신 전 대표는 “영국 본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지난 13일 검찰에 구속됐다. 

존 리 전 대표는 신 전 대표에 이어 지난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의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다. 이 시기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때인 만큼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지난 2월 검찰은 관련 업체들을 압수수색 하기 전, 옥시가 지난 2001년부터 가슴 통증 등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유증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4월 말 옥시에서 소비자 민원 접수를 담당했던 전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만약 검찰이 이와 같은 의혹을 사실로 밝혀낸다면 존 리 전 대표 또한 구속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 신 전 대표 때부터 윗선의 지시로 글이 삭제됐다면 바통을 이어 받은 존 리 전 대표 역시 민원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의 형사2부장)은 존 리 전 대표에 신 전 대표와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268조에 따르면 해당 혐의는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죄다. 이 죄에서 업무는 사람의 신체·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위험성 있는 업무를 의미한다.

따라서 검찰이 존 리 전 대표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 당시 가슴통증·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이 있었던 점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존 리 전 대표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미국 국적이지만 사법 처리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 리 전 대표는 23일 검찰에 조사받으러 들어가기 직전  영어로 "가슴이 아프다"며 "내가 아는 것을 검찰에 말하겠다”고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다만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을 들은 적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도망치듯 빠져나가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에 올라탔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존 리 전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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