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오는 4일 서해 앞바다 야생 적응 훈련장으로 이송…8월쯤 방류 여부 결정

2011년 5월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 해수욕장 인근에서 한 마리의 포유류가 발견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자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 보호대상 해양 생물인 '점박이물범'이다.

이 점박이물범은 발견될 때만 해도 13㎏에 104㎝ 길이에 불과했다. 추정 나이는 5~12개월. 사람으로 치자면 갓난아기에 해당하는 시기다.

당시 탈수 증세와 함께 목·가슴 지느러미에 상처를 입고 있어서 해수부 지정 '해양 동물 전문 구조 치료기관'으로 이송됐다. 보호를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때부터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남겨진 어린 점박이물범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맡겨져도 하필 남방큰돌고래를 불법으로 취득해 '돌고래 쇼'를 자행하던 제주 퍼시픽 랜드에 맡겨진 것. 당시만 해도 이곳은 해양 동물 전문 구조 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수조에서 먹이 배급을 기다리고 있는 '복돌이' 환경TV DB

 

이후 2년간 점박이물범의 존재는 잊혀졌다. 풀어 주는 조치도 당연히 없었다. 최소한 제돌이 등의 불법 취득 사실이 알려지고 법원 판결도 이어지면서 해당 기관의 지정이 취소되는 시점까지는 그랬다.

2013년 6월, 더 이상 제주 퍼시픽 랜드에 있지 못하는 상황이 된 점박이물범은 이번에는 같은 제주 내에 있는 다른 기관, 한화의 아쿠아플라넷 제주로 가게 된다. 이름도 얻었다. '복돌이'다.

이후 복돌이는 백상아리 등 천적의 위협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이 기간 동안 자료 누락 등으로 국회조차 복돌이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복돌이는 구조 동물 전용 수조가 없는 관계로 다른 물범들과 함께 일반에 공개됐다. 전시되는 동물들의 하나가 됐던 것.

그나마 이 사실이 알려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환경TV가 지난 3월 25일 보도한 '[그린데스크]멸종위기 점박이물범, 보호 명목으로 5년째 ‘구경거리’' 보도 전까지만 해도 이 사실은 묻혀져 있었다.

이렇게 구경거리로 남겨졌던 복돌이가 구조 후 5년만에 고향인 서해 앞바다로 가게 된다. 체중 90㎏에 150㎝길이, 하루에 고등어와 전갱이, 양미리, 오징어 등을 3~5㎏씩 먹는 건강한 몸 상태로 이송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복돌이를 야생에 돌려보내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로 오는 4일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연구소 친환경 양식 연구 센터 가두리로 복돌이를 옮길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복돌이의 구조 당시 모습. 출처=해수부

 

문제는 야생성의 회복이다. 무리 생활을 하는 복돌이가 5년 동안 수조에 있다가 갑작스레 야생의 점박이물범들과 어울릴 수 있을 지의 여부다.

진종구 서정대 교수는 "1년 만에 포획된 물범을 인간이 길러왔다 지금 풀어주면 거친 야생 상태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지 않겠는가"라며 "성체를 따라 어린 유체가 북방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것을 익혔어야 하는데"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중국의 인공 증식 개체 방류 성공 사례를 들었다.

박승준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중국 랴오닝성 해양 수산 연구소에서 인공 번식한 개체를 야생 적응 훈련을 거쳐 방류한 후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통해 이동경로를 파악한 결과 다른 무리와 잘 어울려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돌이가 야생 무리와 합류하는 시점은 야생의 점박이물범이 서해 백령도와 가로림만을 찾는 8월쯤이 유력하다.

다만 방류 여부는 사육사, 시민단체, 학계, 중국 연구소 등의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현 시점에서는 야생 방류 외에 다른 방안도 고려한다는 게 해수부의 판단이다.

박 과장은 "야생 적응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서식지외 보전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보전하는 방안도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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