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환경분쟁조정위, 철도공사장 진동 피해 입은 '춘란' 재배 농가에 배상 결정

주변 공사장에서 발생한 진동으로 재배하고 있는 '난'이 말라 죽는 피해를 입은 관상용 '난' 재배 농가가 3억여 원의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진동으로 인한 난 피해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인근 철도 공사장의 장비 진동으로 재배하던 '춘란'이 피해를 입었다며 발주처와 시공사를 상대로 25억 2,800만 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한 김모씨에게 3억 2,1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전북 군산시 일원에서 2010년 7월부터 591㎡ 규모의 조직 배양실과 전체 1,980㎡에 달하는 재배 온실 3개동을 갖추고 춘란을 전문적으로 육종·재배해왔다.

김씨의 춘란 재배실. (출처=환경분쟁위)

 

그러던 중 2014년 5월부터 8일까지 100간 조직 배양실과 온실에서 약 300m 떨어진 거리에서 철로과 관련해 '연약 지반 보강 공사'가 실시됐다. 말뚝을 박고 쇄석 등을 다지는 작업으로, 진동이 수반되는 공사다.

이 공사로 인해 발생한 진동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봤을 때는 그리 크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신청인인 김싸가 본인의 조직 배양실 옆에서 계측한 진동 수준은 최대 0.065㎝/s로, 가축의 관리 기준인 0.1㎝/s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해당 공사 기간 동안 김씨가 재배하던 11만여 본의 어린 춘란은 말라 죽는 등의 현상을 보였다. 김씨가 환경분쟁위에 어린 춘란 고사와 조직 배양실 생산 지연 등의 명목으로 각각 10억 원, 15억여 원의 배상을 신청한 이유다.

철도 공사장 모습. (출처=환경분쟁위)

 

그렇다면 왜 작은 진동에도 춘란이 말라 죽었을까. 이는 춘란의 생태적 특성과 관계가 있다는 게 환경분쟁위의 판단이다.

환경분쟁위가 난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춘란은 뿌리털이 돌 표면에 고정돼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데, 진동이 발생하면 미세한 뿌리털이 돌 표면에서 떨어지며 상처를 입게 된다. 이렇게 상처를 입고 나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거나 상처 부위로 병균이 침투해 말라 죽는다는 것.

특히 어린 춘라은 다 자란 양란 등 다른 종보다도 진동에 더욱 민감하다는 게 감식에 나선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에 환경분쟁위는 화분에 심은 춘란 묘종의 잎이 장시간 동안 흔들리는 모습을 관찰한 공사 당시 자료 영상과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결정했다.

다만 김씨가 요청한 배상액 중 조직 배양 지연과 관련한 피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고사한 난에 대해 1본 당 3,940원씩으로 계산, 고사한 난 중 약 75% 정도가 진동 피해를 입었다고 계산해 피해액을 산정했다.

남광희 환경분쟁위 위원장은 "어린 춘란의 경우 뿌리가 약해 낮은 수준의 진동에도 말라 죽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공사는 주변에 난 재배 시설이 있는 지를 확인하고, 공사할 때 난 재배 시설에 전달되는 진동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2002년과 2005년에도 난 피해에 대한 배상 신청이 있었지만 진동 피해는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2005년에는 소음 피해가 인정돼 128만 원의 배상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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