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註)] 우리 동네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 발전의 기회로 삼아 환영해야 할까 아니면 '왜 우리 동네냐'며 머리띠라도 두르고 거리로 나서야 하는 걸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나 구소련 체로노빌 원전 폭발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원전은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이다. 안전하게 관리해서 잘만 쓰면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자칫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사실상 영구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 

각자 발 딛고 서 있는 입장과 세계관, 가치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의견을 가진 세력과 사람들이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까지도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 방폐장 건설을 둘러싸고 경주시가 찬성과 반대 둘로 갈라져 동네와 동네, 주민과 주민, 이웃과 이웃 사이에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완전히 봉합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모든 갈등 사안이 그렇듯 환경 관련 사안은 특히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일도양단해 처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관련 사안에 대해 찬성하는 쪽은 찬성하는 대로, 반대하는 쪽은 반대하는 대로 나름의 명분과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 사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화와 소통이 가장 효과적이면서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장 등 정치인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개개인이 모두 헌법기관이면서 관련 정부 부처나 조직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존재는 문제 해결에 필수불가결이다. 

이에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통한 지속할 수 있는 발전'을 모색해 온 환경TV가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내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 같은 첨예한 환경 관련 사안이 걸린 '총선 환경 격전지'를 선정해 해당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질문은 지역구별로 각 후보자에게 관련 사안에 대해 같은 질문을 서면으로 질의했고, 각 후보자는 서면 또는 육성으로 답변했다.

환경TV [4.13 총선 '환경' 격전지를 가다] 기획기사가 국회의원이 될 후보자들에겐 자신의 지역구 환경 관련 사안에 대한 정책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유권자들에겐 '우리 동네 환경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전국 곳곳에서 후보자들의 선거 유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곳이 있다. 새누리당 박성덕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박응천 후보, 무소속 이철규 후보가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는 강원 동해·삼척 지역구다.

동해·삼척은 동해·묵호항의 항만 인프라, 고속철 등 SOC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등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동해·삼척구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감자는 뭐니뭐니해도 삼척원전 유치 관련 문제다.

출처=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강원  동해·삼척 지역구 '원전 신규 유치' 뜨거운 감자

삼척 원전 건설은 2010년 12월 삼척시가 신규 원전건설 부지 유치를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을 관할하는 지식경제부에 신청하면서 지역 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는 찬성파와 후손들을 위해 삼척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반대파의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논란은 2012년 9월 지식경제부가 삼척 원천 유치 신청 허가를 심의, 의결하면서 일단락되는듯했지만,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던 갈등은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반핵'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김양호 시장이 당선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분출했다.

같은 해 10월 원전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진행됐고, 전체 유권자의 68%가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투표 결과는 유치에 반대표가 전체 투표자의 85%로 원전 유치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원전 건설은 국가 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등을 들어 주민 투표가 법적 효력이 없다"며 원전 건설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원전 반대 주민들과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와 관련 각 후보자의 입장과 생각을 물어봤다. 

왼쪽부터 강원 동해·삼척에 출마한 박성덕(새누리당)·박응천(더불어민주당)·이철규(무소속) 후보.(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Q 1. 신규 원전 건설해야 하나, 철회해야 하나..'절대 반대' 공통

첫 질문은 '정부의 삼척원전 건설계획에 대한 지역 사회의 반대가 거세다. 지난해에는 신규 원전 찬반 투표도 진행했을 정도다. 삼척에 신규 원전을 건선하는 것과 관련해 후보자의 생각은 어떤가?'였다.

새누리당 박성덕 후보 "원전 건설 백지화 반드시 이루겠다"

새누리당 박성덕 후보는  "삼척원전 부지 선정은 근본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반대한다"고 삼척 원전 건설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후보는" 정부는 원전 건설 백지화’에 대한 지역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고, 국가 차원의 정책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그 판단의 근거가 지역 여론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며 주민 여론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논리적이고 지속적으로 정부를 설득해 지역 주민들의 뜻을 받들어 ‘원전 건설 백지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응천 후보 "우리나라 어디에도 신규 원전 안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응천 후보는 “저는 삼척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역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박 후보는 "아무리 안전하게 원전을 건설한다더라도 단 한번의 불행한 사고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이미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목격한 바 있다"며 "삼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서 신규 원전을 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나아가 "기존 원전은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생산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며 원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무소속 이철규 후보 "주민 반대 의지 결연 절대 안 된다"

무소속 이철규 후보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자력 발전소가 우리 지역에 건설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삼척 시민들의 반대의지가 결연하다"며 주민 의사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4년 10월 실행된 주민투표 결과, 주민의 68%가 투표해 반대표가 8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1일에는 삼척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확고한 원전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대다수의 주민이 원전 유치를 반대하고 있다"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 원전이지, 원전을 위한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며 "민주적 절차에 의한 주민의 주장은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시민 의견이 정부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출처=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Q 2. 원전 유치가 안 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무소속 후보 모두 지역구에 원전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이유로 '안된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밝혔다. 그렇다면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물었다.

새누리당 박성덕 후보 "원전보다는 기존 화력발전 활성화해야" 

새누리당 박성덕 후보는 “원전 건설로 인한 일자리 창출보다 삼척시는 원덕 남부발전 3․4호기 증설과 포스파워 조기 착공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응천 후보 "원전 아닌 신재생 에너지 유치해야"

더불어민주당 박응천 후보는 “단기적으로는 (원전 유치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면서도. "단기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원전을 짓는 것은 소탐대실이라며 원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및 연구소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무소속 이철규 후보 "화력발전소 유관기업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 

무소속 이철규 후보는 “기존 발전소의 직접 고용인원 외에 유관기업 유치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동해안 에너지 벨트의 화력발전소 랜드마크를 명소화하면 산업 관광 효과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다”며 지평의 확장을 강조했다.

출처=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당선 이후에도 '원전 불가' 입장 지킬지 지켜와야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과 함께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4·13 총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원 동해·삼척에서는 이철규 무소속 후보(29.6%)와 박성덕 새누리당 후보(29.2%)가 오차범위 내 박빙 접전 구도를 보였다. 박응천 더민주 후보는 18.3%로 조사됐다.

박성덕 새누리당 후보는 1954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을 거친 법조인 출신이다.

박응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57년생으로 조선대학교 치의학박사를 딴 의사 출신으로 동해안에 독극물인 황산저장시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사무국장을 지냈다.

무소속 이철규 후보는 1957년생으로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사법경찰학과를 나와 경찰청 정보국장을 거쳐 경찰 계급으로는 두 번째로 높은 치안정감인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누가 당선되든 세 후보 모두 기존에 결정된 삼척 원전 유치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중앙 정부와 갈등을 무릅쓰고 당선 이후에도 같은 태도를 고수할지, 이 경우 어떤 파문이 생길지 지켜볼 일이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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