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괭생이 모자반'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해양수산부는 관계 기관·단체와 연합해 선제적 대응 태세를 구축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이름도 생소한 괭생이모자반이 뭐길래 정부가 전쟁까지 선포하고 기관들이 나서는 것일까.

괭생이 모자반은 암반에 부착해 사는 해초류의 일종이다. 대형 갈조류에 속하는 이 해초는 우리나라 동해안과 남해안 및 일본 전 연안, 중국에 분포한다. 대개 초봄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4월에 다 자라 7월까지 수정을 시작한다.

문제는 암반에서 떨어져 나온 괭생이 모자반이 어장, 양식장 등의 그물에 달라붙거나 해안가로 밀려와 해수욕장을 훼손하는 등 다양한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괭생이 모자반 모습 (출처=해양수산부)

 


실제 제주도에서는 이와 관련한 민원이 잇따르기도 했다. 제주항 어민들은 항구를 뒤덮은 괭생이모자반이 선박 스크루에 걸려 고장나는 등 출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해양환경관리공단 제주지사는 지난 9일 제주항에 유입된 괭생이 모자반 약 12톤을 긴급 수거·처리하기도 했다.

선박뿐만 아니라 양식장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의 경우 전남과 제주도 전역에 괭생이모자반 약 2만 톤이 해류를 따라 유입되면서 양식장에 피해를 입힌바 있다. 당시 정부는 23억 원을 들여 수거·처리에 나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괭생이모자반은 대규모 띠를 이뤄 이동하기 때문에 선박 스크루에 감겨 조업 및 항해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또한 정치망, 해상 양식장 시설 등에 걸려 조류 소통방해 및 시설물 파손, 양식물 유실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 및 남해안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괭생이 모자반은 대부분 중국 연안 해역에서 성장해 국내로 유입됐다는 게 해수부의 추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제주 이남에 위치한 중국 연안에서 자라고 있던 괭생이 모자반이 고갈, 유실되면서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북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이 해초류들은 대마난류에 편승해 제주 남서부 해역으로 유입됐고, 좀 더 북상해 남해안까지 피해를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괭생이모자반 수거 전경 (출처=해양수산부)

 


이번에 '전쟁'을 선포한 해수부는 매년 발생하고 있는 괭생이 모자반 피해 예방 대책으로 ▲유입 전 ▲연안 유입 ▲해안변 유입 등 3단계로 나눈 대응책을 마련했다.

유입 전 단계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이 해양수산부·지자체 어업지도선, 국민안전처 해경정, 헬기뿐만 아니라 국립수산과학원 위성 관측 등을 통해 얻은 정보와 예찰 자료를 분석해 어민 등 피해가 예상되는 곳에 전파한다. 

괭생이 모자반이 연안 가까이 유입되는 단계에서는 해양환경관리공단 청항선 8척이 2개 선단을 구성해 해상 수거를 지원하게 된다. 이 단계까지 뚫고 해안변으로 들어온다면 지자체가 인력 및 장비를 동원해 수거 및 처리하는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괭생이 모자반으로 인한 어민, 양식시설 등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제책도 마련했다. 해수부는 피해 발생 즉시 재해 예산을 긴급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단 지자체 피해 조사 결과 어업 재해로 인정될 경우에만 예산이 배당된다. 
 
황의선 해수부 해양보전과장은 "괭생이 모자반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관계 기관·단체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 예보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예방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hypark@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