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BMW·세미시스코 등 전세계 전기차 업체들 한 자리 모여

'145개 사'. 18일 오후 제주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국제 전기차 엑스포'에 참가한 회사 숫자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전기차 라인업을 갖춘 국내·외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배터리 업체을 비롯한 전기차 부품 업체까지 총출동했다.

완성차 업체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닛산, 르노삼성자동차, BMW, 비긴스, 세미시스코 등 모두 7개 업체가 참여했다. 각자 자사의 전기차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날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공개하며 아직은 시작 단계인 전기차 시장에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현대차가 전기차 엑스포를 통해 신차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가 제3회 국제 전기차 엑스포를 통해 공개한 아이오닉 EV 모델.

 


현대차, '아이오닉 EV' 최초 공개..10년 20만km 보증
1회 주행에 180㎞ 주행..제주 한 바퀴
이날 오전 10시, 제주 국제 컨벤션 센터 3층 로비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부스의 단상 위에는 베일에 가려진 차량 한 대가 우뚝 서 있었다.

카운트 다운을 알리는 전자 시계가 화면에서 '0'을 가리키는 순간 소개 영상이 흐른 뒤 곽진 현대차 부사장이 무대 위에 올라 섰다. 새로운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EV를 소개하기 위한 퍼포먼스다.

이번에 공개한 준중형급 모델인 아이오닉 EV의 가장 큰 특징은 주행 거리다. 1회 충전으로 180㎞ 운행이 가능하다. 제주 일주 도로의 길이가 176㎞인만큼 제주도같은 경우 한 번 충전으로 일주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기아자동차의 레이 EV나 BMW의 i3 등 모델은 1회 충전으로 130~150㎞ 안팎을 주행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한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은 거리를 갈 수 있는 전기차 모델에 해당한다.

최고 시속 역시 시판 중인 전기차 모델 중 가장 높다. 아이오닉 EV는 최고 165㎞/h까지 속력을 낼 수 있어 동급 전기차 모델인 르노삼성의 SM3 Z.E. 모델보다 최고 시속이 약 30㎞ 정도 더 나간다.

여기에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보증 기간도 타사 대비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10년간 20만㎞까지는 배터리 성능을 보증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10년간 20만㎞라는 보증 기간 동안은 배터리 성능이 구입 당시에 비해 최소 70% 수준 이상으로 보증하겠다는 의미"라며 "이 기간 동안 그만큼의 성능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EV 모델에 대한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곽진 현대차 부사장(화면).

 

실 구매가격 2000만 원대 초반까지

가격은 기본 사양 기준으로 4,000만 원과 4,300만 원의 2가지 모델로 출시한다. 언뜻 비싸 보이지만 정부 보조금 등을 고려한다면 실제 구매 가격은 2,000만원 초반까지 내려간다.

현재 정부는 전기차 1대 당 1,200만 원의 보조금을 책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 별로 각각 보조금을 책정하는데, 전남 순천시처럼 800만 원의 보조금을 더한다면 4,000만 원 모델의 실제 구입가는 2,000만 원까지 떨어진다. 여기에는 가정용 전기차 충전기 설치 비용도 포함된다.

걸림돌은 도로를 주행하다 충전이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충전소 인프라가 적다는 부분이다. 구입가가 싸다고는 해도 충전소가 없다면 '무용지물'인 게 전기차의 현실.

18일 최초로 공개된 아이오닉 EV 전면.

 

실제 정부가 이용하는 공공 충전소와 민간 4개 회사가 설치한 충전소를 합해도 이날 기준으로 804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제주 지역을 제외한다면 보급률이 아직까지는 요원하다. 이에 대한 현대차의 전망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입장이다.

곽 부사장은 "2000년 이전만 해도 LPG 차량이 가장 어려웠던 게 충전소 문제였다"며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생기니 충전소도 늘었고 문제가 사라졌다. 전기차 역시 대세이기 때문에 그리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색 전기차 전시 모습 눈에 띄어
르노 '트위지'에 '가상현실' 체험까지
이번 전시에는 현대차의 신차 외에도 다양한 '이색' 전기차들이 대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르노삼성의 '트위지(TWIZY)' 역시 그 중 하나다.

2인승 차량인 트위지의 경우 유럽에서는 보편화 된 전기차 모델 중 하나다. 세컨드 카나 카쉐어링 용으로 잘 알려져 있는 초소형 전기차다. 3시간 30분을 충전하면 최대 8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르노삼성의 초소형 2인용 전기차 트위지. 우체국 심볼을 전면에 부착한 모습이 눈에 띈다.

 

일반 차량 1대 공간에 3대를 주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40개국에 1만 5,000대 정도가 보급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동차 인증 문제로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위지같은 경우 국내 충돌 테스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서 보급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트위지는 유명 관광지, 카쉐어링, 소방서, 경찰서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 적용 가능한 차량"이라며 "트위지 운행과 관련해 유관부서와 적극적인 협조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반드시 도입하려 한다"고 밝혔다.

가상현실 체험 또한 이번 전시회의 볼거리다. 기아차는 자사의 전기차 모델인 '소울 EV' 모델을 전시장 내에서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장비를 도입했다.

직접 쓰고 양 손에 조종간을 잡으면 마치 당장 차량을 운행하는 효과를 실내에서도 '안전'하게 확인 가능하다.

쏘울 EV 모델을 가상 현실로 체험해보고 있는 관람객들.

 


전기차 업체들, 왜 제주도로 모일까
각각의 업체들이 제주도에 전기차 및 관련 상품을 들고 온 이유는 뭘까.

제주도 측은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제주 일주 도로의 길이는 176㎞.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는 1회 충전에 130~150㎞ 정도를 오갈 수 있는 전기차의 시장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딱' 좋은 설정이다.

그러다보니 3회째인 이번 전시회에 신규 업체들의 참여도 늘었다.

해외 국가관도 22곳이 신규로 들어왔으며 전기차의 동력원인 전력 산업계의 참가도 증가했다. LS산전이나 한전 KDN 등의 신규 참여가 그 사례다.

제주도 역시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 중에서도 전기차에 '올인'한다는 정책을 고수하는 중이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상태다.

여기에는 국내 배터리 시장의 미래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배경도 존재한다. 제주도를 실증 단지로 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 등에 선도 역할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전기차 관련 산업계가 제주도에 주목하는 이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전기 배터리에 의한 에너지의 소비라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라며 "배터리 기술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세계를 주도한다. 배터리로 연결되는 시장에 대해서도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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