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FC 구단주 VS 수원FC 구단주의 자존심 대결

수원FC ‘깃발 라시코’ 경기 앞두고 이재명 성남시장(성남FC 구단주)이 선수단을 격려하면서 ‘소고기 한 턱’을 쐈다.

 

이시장은 지난 16일 저녁 시내 '모' 식당에서 성남FC 선수와 코치들을 만났고 개막전에서의 화끈한 승리와 개막전 만원 관중을 자축하며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수원FC와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장난이 아니게 됐다”고 운을 뗀 뒤 "오는 19일 수원FC와의 경기에서는 이른바 ‘깃발 라시코’가 받아들여졌다"고 밝힌 것이다.

성남과 수원의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번 매치에 서로 자존심을 내건 구단 깃발을 내걸었다.

즉, 경기의 승자(勝者)는 자신의 구단기(旗)를 패자 인 상대 홈구장 게양대에  직접 자신의 기(旗)를 꽂기로 한 것이다.

이 시장은 “전국적으로 관심이 많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며 “재미있게 그러나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과 김학범 감독, 김두현, 황의조 선수는 ‘깃발라시코’에 내놓을 성남FC ‘줌마서포터즈’가 마련한 구단기를 꺼내들며 필승을 다짐했다.

 

선수단은 박수와 함께 “수원에 성남의 깃발을 내걸자”며 결의를 다졌고, 이시장은 ‘소고기 한턱’으로 화답했다.

성남FC는  지난 12일 치러진 수원삼성과의 개막전에서 2:0 승리를 거머쥐며 쾌조의 출발을 알리며 올시즌 활약을 예고한 바 있다.

 

구단주의 자존심이 아니라 시민의 자존심 대결로 치달은 '깃발라시코'.

'아이들 싸움이 어른싸움 된다'는 얘기는 있어도 '어른 싸움이 아이들 싸움 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전투에 2등은 없다.

그래서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은 적의 진지나 고지를 정복하면 동료들의 시신을  넘고 넘어 왔기에 패자의 진영과 군영 깃발을 내리고 자신의 국기또는 군기를 꽂아 승리를 자축하면서 목숨 잃은 동료에 대한 추모와 함께 사선(死線)을 넘나든 전투에 대해 응분의 보상을 받는 보상심리도 작동하면서 산자의 사기 충전 효과를 증대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전쟁이 아닌 시민들이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즐겨야 하는 스포츠에 '깃발라스코'는 섬뜩한 느낌마저 불러 일으킨다.

사기를 복돋는 도원결의를 다지는 장난기 섞인 행동일지 몰라도 자칫 잘 못되면 승자의 환희(歡喜)가 패자에게는 잊지 못할 치욕적인 잔혹사(殘酷史)로 각인되어 서로 즐겨야 할 스포츠 정신이 서로 죽고 죽여야하는 섬뜩한 전장의 광기로 변질된 채 오로지 승리만을 위한 전투모드로 변하지 않을 까 우려가 되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불가피한 침략과 방어, 영토 확장 등을 위해 일생일때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생명을 내건 전투가 아니라 수시로 승패가 왔다갔다할 수 밖에 없고 이에 팬들이 함께 동참하며 즐기면서 때로는 아쉬움과 때로는 승리의 대리 만족으로 배려와 아량 등을 배우고 느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시장이 시민의 자존심 거양과 선수단 사기 진작 차원에서 밝힌 깃발라시코.

시민구단의 승리의 바램이 스포츠 정신에 죽기살기 전투모드 도입으로 이어지는 것이 필자만의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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