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밝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어두운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에 비해 비만과 불면증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2일 정기영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와 구용서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등은 경기도 지역에 거주하는 39~70세 8,526명의 건강·거주지 정보에 국내 지역별 야간 야외 조명 밝기 자료를 대입해 분석한 결과, 야간에 밝은 지역의 비만율이 55%에 달했고 상대적으로 어두운 지역의 비만율은 40%에 그쳤다고 밝혔다.

빛공해사진 공모전 입선작 김용길作 '붉은 조명' (출처=서울시)

 


미 군사기상위성에 의해 수집된 야간 조명 밝기는 0~63 단계로 측정해 45 이상을 '밝은 지역'으로 설정했다. 밝은 지역에서 거주하는 주민은 4,745명이었고, 어두운 지역 주민은 3,781명이었다. 비만의 기준인 체질량지수(BMI)는 25kg/㎡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했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야간에 밝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비만에 노출될 위험은 어두운 지역 주민보다 1.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밝은 조명은 수면까지 방해했다. 밝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48분인 반면 어두운 지역 주민은 7시가 18분으로 조사됐다. 잠이 드는 시각도 밝은 지역 주민은 평균 오후 11시 15분이었으나 어두운 지역 주민은 1시간 가까이 빠른 오후 10시 18분이었다.

건강한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습관적 코골이'도 밝은 지역이 16%로 어두운 지역(11%)보다 5% 높았다. 

수면에 관련된 상황을 종합해 본 결과 밝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어두운 지역 주민보다 불면증에 걸릴 확률이 1.53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교수는 "너무 밝은 빛이 건강한 대사를 방해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비만율과 불면증 비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야간 밝은 조명은 사람 이외의 자연 생태계에도 위협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에 도심에서 한밤중까지 울어대는 매미나, 산란기가 앞당겨진 개구리, 사라지고 있는 반딧불 등도 도시의 밝은 빛 때문이라고 정교수는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규모 데이터가 아닌 8,000명 이상의 인구학적인 규모로 진행된 연구로, 비만과 야간 조명의 관계를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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