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도착예정시간·거리 3사 모두 달라..차이나는 이유는..

아는 길을 가든 모르는 길을 가든 습관적으로 켜놓게 되는 내비게이션. 티맵을 비롯해 김기사, 올레내비, 유플러스내비 등 내비게이션 회사는 달라도 내비게이션이 전 국민의 차량 필수품이 된 지 꽤 오래됐다. 

실시간 빠른 길찿기 서비스 정말 '실시간 빠른 길' 맞나?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이 목적지까지 막히는구간 등을 미리 파악해 가장 안막히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경로와 최단 시간을 계산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실시간 빠른 길찾기' 서비스다. 

즉 가장 빠르게 가려면 운전자 본인의 '경험'보다 내비게이션 회사들이 제공하는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과연 그럴까.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이 정말 가장 빠른 최적의 경로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보다 보면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누리꾼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티맵이나 김기사, 올레내비 등 내비게이션 회사별로 안내 경로도, 도착 예정 시간도, 실제 도착 시간도 제각각 다른 경우가 많아 회사별로 주장하는 최적의 경로가 어떻게 산출되는지, 정말 최적의 경로가 맞는 건지 등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출처=티맵, 다음지도

 


세종시서 경기 고양시까지 내비 3사 직접 실험해 봤더니..

지난 3일 오후 5시 50분쯤 기자가 직접 3가지 종류의 내비게이션에 세종정부청사에서 경기 고양시로 가는 경로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봤다. 

일단 경로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티맵과 김기사는 중부고속도로를 타다가 외곽순환고속도로로 이동하는 비슷한 경로였지만 세종시에서 중부고속도로까지 이동하는 구간에서 차이가 났다.

더구나 올레 내비는 두 내비게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경부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로 이동하는 경로를 안내했다.

시간과 거리도 제각각 차이가 났다. '티맵'은 목적지까지 2시간 29분이 걸리고 193㎞ 거리를 가야한다고 계산했다. 이어 '김기사'는 시간은 2시간 29분으로 같았지만 거리는 188.4㎞로 나왔다. 약 4㎞ 정도 줄었다.

반면 '올레 내비'는 시간은 더 걸리지만 거리는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2시간 48분, 173.4㎞가 올레 내비의 결과치다. 

같은 출발지에서 같은 목적지를 가면서 거리와 시간이 내비 회사별로 각각 19분, 20㎞ 까지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티맵 / 김기사, 세종→중부고속도로 비교 (사진=박현영 기자)

 


회사별 경로 차이, 그 이유 알아 봤더니..

이렇게 경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각 회사들의 내비게이션 앱이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정보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앞서 실험한 오후 5시 50분에 세종시에서 경기 고양시로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을 때, 동일한 목적지를 가지고 앞서 가고 있는 다른 운전자들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되고 앱 회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 경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문제는 같은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하는 운전자들에게서만 교통정보를 받기 때문에 각 회사별로 정보 수집의 양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또 정보량에 비례해 서비스 정확도까지 달라질 수 있다.

김기사를 쓰는 운전자, 티맵을 쓰는 운전자 등의 '최적화된' 경로가 앱마다 서로 다르게 나오는 이유다. 내비 회사들이 저마다 최적, 최단 경로를 제공한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결국 자사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최적 경로'라는 얘기가 된다.

주재율 티맵 홍보팀 매니저는 "월 800만 명 이용자에게 교통정보를 받아 실시간 빠른길 찾기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며 "'프로브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수만 대의 화물차와 택시에서 교통정보도 받아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출처=티맵 홈페이지 캡쳐

 


실시간 빠른길 찾기 서비스 '도착 예정시간' 신뢰할 수 없다? 

내비게이션 앱별로 경로 차이도 있지만 도착 예상시간도 차이가 나는 등 실제 도착 시간과 예상 시간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0월, 온라인 커뮤니티 삼성공식스마트폰 카페의 한 누리꾼은 내비게이션 앱 별로 목적지 도착 예정 시간과 실제 도착 시간을 실험한 결과를 게시글로 올렸다.

이 누리꾼은 월계 사거리에서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까지 가는 경로에서 '티맵' '김기사' '올레내비' 등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 3개를 동시해 실험했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티맵과 김기사는 도착 예정시간으로 36분을, 올레내비는 40분을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48분 33초였다고 한다. 앱별로 9분에서 13분정도 오차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리하자면 앱별로 안내하는 시간도 달랐지만, 여기에 더해 도착 시간까지 오차를 보였다는 게 이 누리꾼의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 업계는 실제 도착시간과 예상 도착시간의 오차율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도착 예정시간이 말 그대로 '예정'에 불과하고 실제는 더 일찍, 혹은 더 늦게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출발 시점에서 어느 도로가 덜막힐 거라고 교통 정보가 올라와 실시간 내비게이션이 그 길로 안내했지만, 실제 해당 시간 교통은 다른 경로가 덜 막히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처음 출발할 때 내비게이션의 주도로 선택이 잘못되면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장거리 길안내는 출발 시간에 맞춰져 계산된 실시간 교통상황이 운행을 계속할수록 상황이 시시각각 변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도착시간은 더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사들의 교통정보 분석을 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1㎞ 경로를 분석해도 한 회사는 100m씩 10 구간으로 나누는가 하면 다른회사는 50m씩 20 구간으로 나눠 분석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회사 별로 도로 구간을 분석하는 거리가 다르고, 한 도로를 얼마나 쪼개서 분석하느냐에 따라 도착 예정시간이 차이날 수 있다"며 "최대한 잘개 쪼개는 회사의 앱이 정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경로를 최대한 세밀하게 쪼개서 분석한 회사가 실제 도착시간과 도착 예정시간의 오차도 작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 설명이다.

하지만 각 회사들은 자사가 얼마나 구간을 잘게 쪼개서 경로 분석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이용하면 막히는 길만 골라 따라간다?

티맵 내비게이션 화면 (출처=티맵 홈페이지)

 

한편 "실시간 빠른 길 찾기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상용화됐고, 특히 사용자가 가장많은 티맵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서비스 이용자가 같은 경로를 따라 운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막힌다"는 주장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해 티맵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티맵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실시간 빠른길 찾기 서비스 사용자가 적어 이런 문제가 없었지만 근래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로 차량이 몰리는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티맵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 정체 현상은 티맵 가입자가 18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사용자가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타 회사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티맵 관계자는 "운전자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티맵 자체 시스템을 개발해 운전자별로 각기 다른 우회도로로 빠질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각 회사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되 전적으로 의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처음 가는 길이 아니고 자신만 아는 길이 있다면 그 경로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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