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정확할까 '의문' 제기…실험하고 그 이유 물었더니..

운전자가 길을 몰라도 목적지까지 최단거리와 최단시간을 계산해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 운전자들이 설령 길을 알더라도 의존하는 '문명의 이기'다. 

왜 아는 길인데도 내비게이션을 보게 될까. 이유는 '실시간 빠른 길찾기' 서비스 때문이다. 대부분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이 막히는 구간을 미리 파악해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인식한다. 가장 빠르게 가려면 '경험'보다 '기술'이란 선택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이 정말 가장 빠른 길일까.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보다 보면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누리꾼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실시간 빠른 길 찾기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상용화됐고, 특히 사용자가 가장많은 티맵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서비스 이용자 때문에 오히려 막힌다"라는 주장도 그 중 하나다. 이유가 뭘까.

출처=티맵 홈페이지 캡처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봤더니..
앱별로 4분 차이…실제 도착은 더 걸려

누리꾼들의 의문은 실제 실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삼성공식스마트폰 카페의 한 누리꾼은 내비게이션 앱 별로 목적지 도착 예정 시간과 실제 도착 시간을 실험한 결과를 게시글로 올렸다. 2013년 10월 올라온 글이다.

이 누리꾼은 월계 사거리에서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까지 가는 경로에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 3개를 동시해 실험했다고 소개했다. '티맵' '김기사' '올레네비' 등이다.

그 결과 티맵과 김기사는 도착 예정시간으로 36분을, 올레네비는 40분을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48분 33초였다고 한다. 앱별로 9분에서 13분정도 오차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리하자면 앱별로 안내하는 시간도 달랐지만, 여기에 더해 도착 시간까지 오차를 보였다는 게 이 누리꾼의 주장이다.

출처=다음지도, 티맵

 


세종시서 경기 고양시, 직접 실험해 봤더니..

이에 지난 3일 오후 5시 50분쯤 기자가 직접 3가지 종류의 내비게이션에 세종정부청사에서 경기 고양시로 가는 경로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해봤다. 시간대는 수도권 진입로가 막히는 퇴근 시간대를 택했다.

그러자 '티맵'은 목적지까지 2시간 29분이 걸리고 193㎞ 거리를 가야한다고 계산했다. 이어 '김기사'는 시간은 2시간 29분이지만 거리는 188.4㎞로 나왔다. 약 4㎞ 정도 줄었다.

반면 '올레 내비'는 시간은 더 걸리지만 거리는 줄어 든 모습을 보였다. 2시간 48분, 173.4㎞가 올레 내비의 결과치다. 

같은 출발지에서 같은 목적지를 가면서 거리와 시간이 각각 19분, 20㎞ 까지 차이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경로는 어떨까. 티맵과 김기사는 중부고속도로를 타다가 외각순환고속도로로 이동하는 비슷한 경로였지만 세종시에서 중부고속도로까지 이동하는 구간에서 차이가 났다.

반면 올레 내비는 두 내비게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경부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로 이동하는 경로를 안내했다.

티맵 김기사, 세종→중부고속도로 비교 (사진=박현영 기자)

 



경로 차이, 그 이유 알아 봤더니..

이렇게 경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각 회사들의 내비게이션 앱이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정보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한 운전자가 오후 5시에 세종시에서 경기 고양시로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을 때 동일한 목적지를 가지고 앞서 가고 있는 다른 운전자들의 정보를 수집해 분석·서비스하는 식이다.

즉 김기사를 쓰는 이들의 패턴, 티맵을 쓰는 이들의 패턴 차이가 '최적화된' 경로가 앱마다 서로 다르게 나오는 이유다.

주재율 티맵 홍보팀 매니저는 "월 800만 명 이용자에게 교통정보를 받아 실시간 빠른길 찾기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며 "'프로브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수만 대의 화물차와 택시에서 교통정보도 받아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같은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하는 운전자들에게서만 교통정보를 받기 때문에 각 회사별로 정보 수집의 양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정보량에 비례해 서비스 정확도도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도착 예정시간 예측 서비스의 경우 과거 패턴 정보도 반영되기 때문에 각각의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축적양도 영향을 미친다.

각 내비게이션 회사들의 교통정보 분석 기준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같은 1㎞ 경로를 분석해도 한 회사는 100m씩 10 구간으로 나누는가 하면 다른회사는 50m씩 20 구간으로 나눠 분석한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회사 별로 도로 구간을 분석하는 거리가 다르고, 한 도로를 얼마나 쪼개서 분석하느냐에 따라 도착 예정시간이 차이날 수 있다"며 "최대한 잘개 쪼개는 회사의 앱이 정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각 사의 내비게이션의 최적화도로를 따라가면 오히려 내비 사용자들로 인해 막힌다는 주장은 어떻게 될까. 그 의문에 대해서는 업계도 일정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주 매니저는 "초창기에는 사용자가 적어 이런 문제가 없었지만 근래 티맵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로 차량이 몰리는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운전자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자체 시스템을 개발해 운전자별로 각기 다른 우회도로로 빠질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 회사들은 자사가 얼마나 구간을 잘게 쪼개서 경로 분석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hypark@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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