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에 난소암 판정 받고 사망한 고 이은주씨, 산업재해로 인정 받아

17세, 꽃다운 나이다. 고 이은주씨가 삼성반도체 온양 공장에 입사할 당시 나이다. 이후 만 6년 2개월동안 공장에서 일하던 이씨는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난소암 진단을 받는다. 이후 12년간 투병한 이씨는 2012년 1월 생을 마감했다. 당시 나이 36세다.

이씨의 부친은 이 문제가 이씨가 근무했던 공장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 2013년 5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1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산업 재해 때문이라는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재판장 박연욱)은 이씨의 부친이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한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이씨의 사망 원인인 난소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은 반도체 산업에서는 최초다.

재판부는 "난소암 발병 원인 등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해도 작업장 공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 기간 주·야간 교대 근무로 피로, 스트렉스가 누적된만큼 이러한 유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 내용을 설명했다.

고 이은주씨. 출처=반올림

 

이어 "이씨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해 결국 사망했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며 이와 결론이 다른 이 사건 처분(장의비 부지급)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이같은 결론을 내린 데는 난소암과 삼성반도체 공정 상의 인과관계가 깊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이씨는 근무 기간 동안 발암물질과 생식독성 물질 등 유해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특히 칩 접착 공정에서 사용된 'EN-4065' '8351c' 등의 접착제가 문제다. EN-4065 접착제의 경우 구성 성분 중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생식 독성을 유발하는 '페놀'이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얼마나 많은 유해 화학물질이 노출됐는지, 즉 어느 정도 농도인지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장시간 노출된다면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공장 내 작업환경 측정조차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해당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들의 인권 지킴이)'은 29일 성명을 내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을 수용하고 부당한 항소를 하지 말라"며 "삼성전자는 작업장 안전 보건 관리를 소홀히 해 노동자들을 병들고 죽게 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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