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역에서 정부세종청사 인근 오송역으로 향하는 KTX를 탔을 때 일이다.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 산천, 그 중에서도 서울과 목포를 잇는 노선은 운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시설의 깨끗함이 장점이다. 화장실만 봐도 기존 KTX와 차이가 난다.

40분가량의 짧은 이동 시간 중에 화장실을 찾았다. 여기서부터는 식사 중이라면 읽지 말 것을 권한다.

화장실 변기에서 거뭇한 흔적을 봤다. 눈살을 찌푸릴쯤 알게 된 사실은 그것이 그림이었다는 점이다. 바로 '파리' 그림이다.

화장실 변기에 파리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남성들이 소변을 볼 때 주변을 더럽히지 않고 파리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이는 마케팅 용어로 '넛지 마케팅(Nudge Marketing)'이라 불리는 방법이다. 소변이 주변으로 튀어 더럽히지 않도록 파리를 겨냥하라는 얘기다. 소비자가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만든다는 넛지 마케팅의 수단으로 택한 것이 바로 파리 그림이다. 실제 효과도 있단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하고 많은 생물 중에 왜 꼭 '파리'여야 할까. 그렇게 파리가 더럽나.

사실 파리는 어찌 보면 사람보다도 더 청결한 곤충이다. 파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현미경으로 파리를 보면 티끌같은 때도 안 묻어 있다고 한다. 파리의 행동 중 앞다리를 비비는 '유명한' 행동 역시 외부로 드러난 감각 기관에 묻은 이물질을 털어 내는 과정이다.

심지어는 꽃가루만 먹고 사는 파리도 있다. '꽃등에'라고 불리는 파리목의 한 곤충은 성충이 되면 꽃가루가 밥이다. 꿀벌처럼 꽃가루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 꽃의 화분을 돕기도 한다. 매우 이로운 생물이다.

파리의 한 종류인 '꽃등에'. 꽃가루만 먹는다. 출처=픽사베이

 

그럼에도 우리 인식 속에서 파리는 더럽다.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파리들이 산과 들에 있는 파리와 달리 화장실, 쓰레기통, 동물 사체 등을 전전하며 '더러운' 음식들을 접하기 때문이다. 검정파리과, 쉬파리과, 집파리과 등 도심에 사는 파리과들에게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임종수 동강생태공원 곤충산업육성지원센터 주임연구원은 "사실 파리는 매우 깨끗한 생물이지만 쓰레기통 등 더러운 곳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우리가 먹는 음식물로 병원균을 옮기는 통해 더러운 생물로 인식된다"며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 더럽게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이 코앞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인재 영입에 한창이다. 개중에는 우리 눈에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 줬던 이들도 많다. 예는 들지 않겠다.

쓰레기통을 돌아다니는 파리가 스스로는 깨끗해도 더러운 취급을 받듯, 영입 인재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디서 사냐에 따라 깨끗해질 수도 더러워질 수도 있다. 최소한 이미지 면에서는 그렇다. 꽃등에처럼 이로운 생물이 되든 아니든,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자꾸 화장실 파리 그림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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