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가역'적인 아픈 기억
[기자수첩] '불가역'적인 아픈 기억
  • 김택수 기자
  • 승인 2016.01.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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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자신의 기억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가도 결국 틀렸음을 확인하고 당황해하고는 한다. 때문에 우리는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든다. 간단히는 메모가 있을 수 있고, 조형물 등 상징물을 세우기도 한다.

뇌과학자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은 그 내용이 생생하거나 친숙할수록 그 기억이 정확한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심리학자들은 무언가를 '기억'해 낸다는 것은 존재했던 무언가가 아닌 그 사건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를 꺼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원인이 무엇이든 '기억'은 늘 불가역적(不可逆的)이다. 이미 경험한 기억은 그 기억을 지우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한, 경험하지 않은 것이 되지는 않는다.

불가역, 즉 기억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불가역적 경험을 '기억'하려는 한 움직임이 있다.

2005년 4월25일 오전 9시18분, "안전대국" 일본에 역사상 최악의 철도 참사가 발생한 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당시 JR니시니혼(西日本 철도회사)의 후쿠치야마(福知山)선에서 열차가 탈선하면서 철로 옆 아파트를 들이받아 기관사를 포함해 107명이 사망하고 562명이 부상을 당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최근 이 철도회사는 사고 당시 열차가 충돌한 아파트를 영구 보존해 지난 '과오'를 기억하기 위해 공사에 돌입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텅빈 이 9층 아파트 중 4층 이상은 허물어 지붕을 덮고, 아랫부분을 영구보존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 현장에는 헌화대, 위령비 등을 설치하고 이를 추모할 수 있는 전시물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사고 당시 열차는 70km/h 속도 제한 커브구간을 116km/h 이상의 과속으로 진입하다가 탈선했다.

과속 운행의 원인은 일본 철도회사간의 경쟁구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국유철도를 민영화해 철도 기업끼리 경쟁하는 구도로 되어있다.

JR니시니혼은 2005년 당시 비용절감을 이유로 경력 1년미만의 기관사를 현장에 투입했고, 1분 이상의 지연을 하면 젊은 기관사들에게 벌세우기에 가까운 '일근교육(청소, 상사 면담, 리포트 작성 등)'을 강요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경쟁구도는 기관사들을 압박했고, 그 부담감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사고 이후, 해당 노선은 55일간 운행을 중단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년 추모식이 진행된다.

이보다 긴 '추모식'이 우리나라에도 진행 중이다. 매주 수요일이면 주한 일본대사관에서는 '일본군 성 피해자 할머니'들의 멍에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식이 진행된다. 추모식이 진행된지 벌써 24년이 흘렀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연말 한일 위안부 합의에 관해 "양국에 각자 여러 의견이 있고 다양한 불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해결을 최종적·불가역적인 해결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위안부 소녀상을 이전하지 않아도 10억엔을 지출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한·일)각자가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오를 반성하는 철도회사의 추모와 성 피해자 할머니의 불가역적인 아픈 경험은 비교대상이 될 수 는 없지만, '기억'은 강제할 수 없고 강제될 수 없다는 것은 공통된 것 아닐까.

출처=포커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