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원 원장 "인사발령 문제 있다"..원장도 불만인 인사 누가 냈나

국립환경과학원 전경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한다. 비단 민간 기업의 얘기만은 아니다. 정부부처를 포함한 공공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공익적인 역할을 감안할 때 다른 어느 부문보다 인사가 중요한 조직이 공공기관이다.

각 조직 특성에 따라 인사의 형태는 다를 수 있다. 정부부처를 예로 들자면 행정고시 출신 등 일반 행정직은 어떤 위치에서나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국책연구기관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조직은 특정 분야 전문가를 뽑으면 한 자리에서 해당 분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오랜 연구 기간이 필요한 환경 등 과학 분야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연구자들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인사의 법칙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곳이 있다. 우리나라 환경분야 연구의 중추인 국립환경과학원 얘기다. 최고 인사권자인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과거 3년 3개월간 몸담았던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곧 있을 과학원 인사는 상식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5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내주 중 국립환경과학원의 소위 '베테랑'급 연구원들을 포함한 인사가 진행된다. 일부 연구원들을 환경부 소속 지방·유역환경청으로 발령하는 내용이다.

이번 인사에 포함되는 대상자들은 각 지역의 물환경연구소나 지방·유역환경청의 '측정분석과'에 주로 배치될 계획이다. 물환경연구소의 경우 수질을 분석하는 업무를, 지방·유역환경청은 대기와 폐기물, 토양 등 환경 관련 전 분야의 분석을 사안에 따라 맡게 된다.

언뜻 보면 관련 업무를 계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통상 지방·유역환경청으로 순환근무를 명령하는 경우는 특정한 전문 분야 대신 다양한 분야를 맡아야 하는 만큼 초임 연구원들이 많이 가게 된다. 3년 안팎 근무를 마치면 환경과학원으로 다시 보직 발령을 받는 게 관례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번 인사의 경우 특정 분야에서 수년간 연구 활동을 해 온 연구직들도 이례적으로 순환근무 인사 대상에 올랐다.

일례로 빛공해나 전자파 등 특정 분야 연구를 수년간 해온 연구원들 역시 인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수년째 전자파를 연구하다 '느닷없이' 수질 분석 업무로 업무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발령 이후 국립환경과학원 해당 자리는 공석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내부에서 연구 명맥이 끊긴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학원의 경우 특정 분야 전문가를 자체적으로 뽑아 보직을 주는데,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난 뒤에 해당 분야 전문가를 채워 넣는 인사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인사는 환경부 소속의 또 다른 연구기관과도 대비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생물 연구의 중심 연구기관인 국립생물자원관 얘기다.

국립생물자원관 내부 연구실 모습. (자료화면)

 

국립생물자원관의 경우 생물 관련 연구직제의 경우 유역·환경청으로의 순환보직 대상에서 철저히 제외돼 있다. 연구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고려한 조치다.

국립생물자원관 고위 관계자는 "행정직의 경우 순환보직 형태로 돌아가며 발령을 낸다"며 "그러나 연구직의 경우 지방·유역환경청으로 발령내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환경과학원의 순환보직 인사는 환경과학원 자체에서 논의한 인사 안을 환경부에서 내게 된다. 기관 내에서의 인사는 환경과학원이 직접 마무리하지만, 기관에서 기관으로 옮기는 순환보직 인사는 기관을 넘어서는 인사이기 때문에 환경과학원 내부에서 안을 마련해 제출하면 환경부 차원에서 발령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10개월간 공석이었던 환경과학원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받은 박진원 환경과학원 원장은 인사안을 만드는 최고 책임자임에도 이번 인사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박 원장은 "연구직의 경우 순환보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과학원 원장이 본인이 수장으로 있는 조직의 인사에 대해 "정상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황당하고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누구는 지방으로 순환근무를 하고 누구는 본청에서만 근무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최대한 전문성과 업무 영속성을 가져가려 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부분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난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윤성규 장관은 '병신년' 첫 날 신년사를 통해 "환경부는 존재 의의가 주로 중·장기 과제의 대처에서 결정난다"며 "지속가능발전이라야 우리 후세대들도 현세대 못지않게 그들의 꿈과 끼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재삼 강조했다. 금과옥조같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다만 국립환경과학원 인사로 미뤄보면 윤 장관이 강조한 '중·장기적인 모습'은 찾기 힘들어 보인다. 장관의 신년사가 무색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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