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철 수산물 도루묵, 일제히 산란하며 동해 일부 지역 조업에 불편 줘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임진왜란 당시 임금 선조가 도성 한양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유성룡 등 일부 대신을 제외한 상당수 문무백관들이 제 살길을 찾아 먼저 도망한 옹색한 피난길이었다. 그런 궁핍한 피난길에 어느 지방 백성이 생선을 진상품으로 올렸다.

생선의 이름은 '묵', 선조가 그 맛과 백성의 정성에 감탄해 친히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선조가 한양으로 다시 돌아와 '그때 그 생선'을 다시 찾아 먹어보니 '그때 그 맛'이 아니었다. 이에 선조는 "도루 '묵'으로 부르도록 해라"라고 한다.

'도루묵' 이라는 생선에 얽힌 유명한 야사다. 도로묵은 불포화지방산인 EPA, DHA가 함유돼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이나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 '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뼈에도 좋다.

동해안에 서식하는 도루묵은 1970년대만 해도 연간 2만 5,000톤이 어획될 정도로 흔한 종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는 1,000~2,000톤만 잡힐 정도로 70년대 대비 10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정부가 2006년부터 도루묵 자원 회복 사업을 수행하기 시작한 이유다.

유영하는 도루묵. 출처=국립수산과학원

 

당시 강원도 연안 23곳의 도루묵 산란장을 보호 수면으로 지정하고 산란한 알을 수거해 안전하게 부화·방류하기도 했다. 또 11㎝ 이하의 도루묵 어획은 금지였다. 여기에 금어기까지 확대하니 연간 생산량은 5,000~6,000톤으로 늘었다.

그런데 이렇게 도루묵이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4일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산란 시기를 맞은 도루묵 때문에 정치망 그물로 조업하는 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도루묵은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큰 무리를 이루고 해조류가 풍부한 연안에 한꺼번에 산란하는 습성을 지닌다.

해조류에 달라 붙은 도루묵 알. 출처=국립수산과학원

 

문제는 도루묵 알의 '점성'이다. 도루묵은 끈적끈적한 알을 암반이나 해조류 군락지인 해조장에 붙인다. 그렇게 달라 붙어 있던 알은 연안 어업 활동에 쓰이는 정치망 등에 붙어 어업 활동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동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11월 기상 악화로 제철인 도루묵 조업을 못해 도루묵의 산란율이 늘었다고 보인다"며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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