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가 나아갈 길은...

[환경TV뉴스]유재광 기자 = "파리 '신기후체제'는 한국에 축복이다." 지난 10월, 유엔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대 의장으로 선출된 이회성 의장은 파리기후변화총회 합의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렇게 단언했다.

이달초 열린 파리기후변화총회에선 미국와 중국, 한국 등 전세계 195개 나라가 참여해 산업혁명 이후 뜨거워지고만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온도를 산업혁명 당시와 비교해 2˚C 이하, 가능하면 1.5˚C까지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로 합의했다.

핵심은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이른바 '자발적 기여방안'이다.

환경TV는 이에 기후변화에 관한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기구인 IPCC 의장으로 파리 기후변화총회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갖는 등 온실가스 감축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회성 IPCC 의장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신기후체제의 의미와 전망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IPCC 서울사무소가 있는 서울 대방동 기상청 본관에서 진행됐다. 

환경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회성 IPCC 의장

 



"파리 신기후체제는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역사적인 사건" 
"100점 만점에 98점..파리 합의는 이제 시작"

이번 파리 총회 결과물에 대해 이 의장은 "인류 역사상 195개 국가가 한마음 한뜻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것을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파리 총회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국면이라는 것이 이 의장의 말이다.

이른바 파리총회 이후를 '신기후체제' 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이 의장은 "왜 '신(新)' 자가 붙었냐 하면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는 선진국만 감축 행동을 하는 체제였는데 거기서 벗어나 기후변화 피해 당사자인 개도국도 감축에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과 개도국, 나라별 이해관계를 떠나 전세계가 다같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말그대로 기후변화에 관한 새로운 시대가 열렸고, 그 시작이 이번 파리 총회라는 것이다.

이 의장은 특히 이번 파리 총회에서 미국과 중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체제인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전력이 있는 미국이 이번엔 오바마 대통령을 필두로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다른 많은 국가들에 좋은 인상과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계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1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도 자국에 엄청난 화석 연료가 매장돼 있음에도 화석연료 감축을 골자로 하는 신기후체제 합의에 압장섰다며 높이 평가했다.

100점 만점에 몇점을 주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의장은 밝게 웃으며 '98점' 이라고 답했다.


이회성 IPCC 의장

 

5년마다 약속 이행 검증... 기후변화 영향 등 이 의장의 IPCC가 평가 
파리 합의문 '구속력 없다' 지적에 "걱정할 필요 없다" 

이번 파리 합의 사항에 따르면 각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이행 여부를 검증받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장은 "유엔 당사국 총회 내에서 지금 검증 기구를 설립하려 하고 있다"며 "유엔 당사국 총회에서 요청이 있으면 IPCC가 검증 작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의장은 "파리 합의문에 1.5도 정도까지 낮추도록 노력을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며 "(온도 상승이) 1.5도로 갔을 때 기후변화의 영향과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달성 경로에 대한 평가를 IPCC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사항이 파리 합의문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과 그 달성 경로에 대한 평가라는 막중한 임무를 이 의장이 수장으로 있는 IPCC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이 의장은 관련 연구를 수행해 특별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어서 2018년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리 합의가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문' 형태여서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대로 실행하겠냐는 일각의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이 의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 의장은 "이번에 195개 나라가 동참하기로 한 것도 무슨 제재 조치가 있어서 동참한 것이 아니다"며 "온실가스 감축은 전세계가 가야되는 길이고 대세고 피할 수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은 나라가 공감했다"는 말로 각국의 약속 이행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법적 구속력이 있든 없든 5년마다 검증을 받도록 돼 있다. 성적표가 공개되는데 성적표가 나쁜 국가는 무슨 제재 여부를 떠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라며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온실가스 감축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전지구적 대세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신기후체제는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것"
"신기후체제는 한국에 축복..부담 뛰어넘었을 때 새로운 기회 창출될 것"  

이 의장은 신기후체제 이후의 지구에 대해 "기후변화 대책이라는 것이 단순히 부담이 아니라 그 부담을 뛰어넘었을 때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제에너지기구 등은 향후 신재생 에너지를 주축으로 하는 수천조 원 대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 "신기후체제는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년간 세계 경제문명을 지탱해 온 것은 화석에너지 였는데, 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기존 화석에너지 대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것만큼 획기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 이는 '한국 경제에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그동안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 석유로 대변되는 화석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자는 것, 궁극적으론 쓰지 말자는 것이 이번 신기후체제의 핵심이라며, 석유 한방울 안나는 우리나라야말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홀가분한 위치" 라는 것이 이 의장의 말이다.

즉, 미국이나 중국, 중동 국가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신기후체제에서 포기해야 할 석유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게 신기후체제는 축복이자 새로운 기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도하다. 부담이 된다'는 재계나 일부의 볼멘소리에 대해서도 "굉장히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이 의장은 "이미 재생에너지에 따라서 화석에너지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내려가 있는 에너지도 있다"며 "기술 개발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비용 격차는 조만간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가 지나가면 재생애너지 기술을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경쟁력 면에서 다른 어떤 경쟁자보다 앞서 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의장의 진단이다.

이 의장은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석기시대와 철기시대를 얘기한 것이다. 전혀 다른 경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냥을 하는데 '돌'(화석에너지)로 만든 도구로 계속 사냥을 할 것인가, '철'(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새롭고 강력한 도구로 사냥을 할 것이냐의 차이라는 것이다.  

이회성 IPCC 의장

 


기후변화는 '지금·여기·우리 삶'과 직결되는 문제

인터뷰 말미에 이 의장은 기후변화 문제가 단순히 남극의 얼음이 녹거나 남태평양 도서국가가 잠기는 식의 '우리'와는 상관없는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장은 올해 극심했던 충남지역의 가뭄을 예로 들며 "이번 충남 가뭄같은 경우는 47년 만에 온 가뭄이라고 하는데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이런 일이 10년, 5년마다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말로 기후변화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님을 설명했다. 

당장 가뭄으로 인한 심각한 물부족 문제에서부터 농작물의 경우 기존 우리가 알아왔던 경작 패턴을 벗어나고 있고 어업의 경우도 근해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종류가 달라지는 등 기후변화는 우리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산업과 경제는 물론 생태계와 인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구 온난화. 이를 막기위한 파리 기후총회 이후의 '신기후체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에너지라는 기존 체제를 넘어서는 '비화석, 신재생 에너지' 시대의 도래. 새로운 기회이자 축복.

계속 '석기시대'에 머물 것이냐, '철기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발빠르게 들어설 것이냐.

"신기후체제 라는 새로운 기회를 잘 이용을 해가지고 우리 경제가 도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기후변화 대통령'인 이회성 IPCC 의장이 환경TV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전하는 화두이자 메시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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