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 발수 소재 PFC "인간과 환경 모두 해쳐"

PFC(과불화화합물). 이하출처=그린피스

 


[환경TV뉴스]김택수 기자 = 강원도 산골 오지 청정 연못 등 우리나라 대표적 심산유곡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PFC, per fluorinated compounds)이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PFC는 등산복 소재로 사용되는 물질로 최근 환경단체 등은 PFC가 인체는 물론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로 지목하며 PFC 소재 남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린피스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7월, 한강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검룡소' 등 국내 최상급수가 흐르는 곳 5곳에서 PFC 검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PFC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지역은 경기도 '가평천'과 강원도 인제 '방태천', 강릉 '부연천'의 최상류, 태백의 '검룡소'와 '황지' 등 5곳이다.

출처=네이버지도

 

PFC는 물과 기름에 저항하는 특성 때문에 다양하게 사용하며 주로 아웃도어 의류에 물, 얼룩, 기름 등이 묻지 않도록 표면처리제로 이용한다.

하지만 PFC 는 자연에서 생성되지도 않고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도 않는다.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서 환경에 오랜 기간 남아 나쁜 영향을 끼친다.

특이한 점은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율적으로 더 적게 검출되는 PFC인 PFOA가 한국에서는 이례적으로 더 많은 비율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에앞서 그린피스는 지난 5월 세계 청정 산악지역 10곳의 물과 눈 표본에서도 PFC물질을 발견했다. 조사결과, 이 오염물질은 깊은 산, 호수, 외딴 지역의 눈, 심지어 알래스카 북극곰의 간 조직이나 사람의 피에서 발견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축적돼 있었다.

과학자들은 PFC가 체내로 들어오면 암을 유발하거나 면역력을 억제하고,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생식과 면역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PFC 인체영향

 

앞서 그린피스는 2012년과 2013년에 진행한 연구결과를 통해, PFC 가 아웃도어 의류와 신발생산에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유해 화학물질이 대기 중으로 증발해 지구환경에 유출·흡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에는 아웃도어 제품의 방수 가공에 쓰이는 PFC라는 인공 화합물에 있다"며 "PFC는 물과 기름으로부터 제품의 형태를 지켜준다는 유용함 뒤에 위험이 도사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PFC는 아웃도어 제품뿐 아니라 일회용 커피컵, 샌드위치 포장지, 배달 피자 박스, 카펫 등 다양한 소비재에 사용되지만 문제는 PFC가 방수제품의 '제조–유통–소비자 사용–폐기' 전 과정에 걸쳐 물과 대기 중으로 유출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등산복을 입고 산을 다니거나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 안의 과불화 화합물이 바람에 날리고 물에 씻겨 PFC가 생태계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PFC 자연순환.

 

그린피스는 올해 5월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청정 산악지대 8곳으로 탐사를 떠났다.

 

과학자들은 수년간 PFC가 장거리로 이동할 가능성에 대해 연구해왔다. 특히 독성을 지닌 PFOA와 PFOS 같은 긴 사슬 PFC는 눈이나 물 속에서 빈번하게 검출된 바 있다.

PFOA 및 PFOS 는 모두 C8 라고 불리는 긴 사슬 PFC 이다. 이 말뜻은 탄소와 플루오린의 결합에 의한 화학 고리에 8 개의 탄소가 포함돼 화학적 안정성이 커 오랜 기간 환경과 인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5월 그린피스와 연구진들의 탐사결과, 조사대상지 중 가장 인적이 드물어 오염원이 없는 중국의 하바설산(哈巴雪山 , 합파설산), 러시아의 알타이산맥, 칠레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산맥에서 짧은 사슬 PFC가 검출됐다.

당시 연구결과 모든 눈 표본에서 짧은 사슬 PFC가 발견됐다. 그 중 가장 농도 값이 높게 나타난 곳은 알프스산맥(스위스국립공원 내 마쿤호수), 슬로바키아 하이타트라스산맥, 이탈리아 아펜니노산맥에 있는 필라토 호수였다.

이로써 아웃도어 업체들이 자연을 배경으로 제품이미지를 홍보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 됐다. 당장의 편익을 좇아 행동함으로써 장기적 손실을 초래하는 현상을 '도덕적 해이'라고 하는 이유에서 말이다.

 

PFC의 자연 유출과 체내 축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많은 선진국들은 PFC사용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2006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과불화 화합물의 발암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발표했다. 동물실험 등에서 내분비계 교란과 면역기능 악화, 암 유발 사례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말까지 자국내 과불화합물 사용을 95% 이상 감축하기로 하고 기업들에게 자발적 규제를 권고했다. 유럽연합도 지난 4월 과불화 화합물의 독성을 이유로 유럽 내 단계적 사용금지를 검토한 바 있다.

아울러 선진국들은 PFC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과 원단들이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인 대체 물질로는 왁스와 실리콘이 있으며, 대체 원단으로 파라핀을 사용한 Ecorepel, 폴리우레탄을 사용한 Purtex, 덴드리머 기반의 Bionic Finish Eco 등이 있습니다. Rudolf Chemie사에서 출시한 Bionic Finish Eco라는 대체 원단은 이미 Tchibo, Lidl, Aldi와 같은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가 되고 있으며, H&M, Kaikialla와 같은 의류 업체들은 이미 이 원단을 사용해 일부 제품을 생산 중이다.

반면 국내 아웃도어 산업은 지난 10년간 무려 800%의 성장을 기록, 2015년 기준 8조 원의 시장규모로 전세계 2위로 부상했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응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그린피스는 두 가지 제안을 덧붙였다. 공급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첫 번째 길은 소비자 수요의 변화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고기능성 의류를 유행처럼 구매하기보다, 정말 필요한 의류인지를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 지형에서 겨울을 나고 취미 수준의 등산을 즐기는 데에는 전문가용 장비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고기능성 원단 제품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환경 대체 원단이 기능적으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지난 5월 PFC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옷을 입고 해발 5000미터 고도를 오른 그린피스 탐사단에 의해 증명된 바 있다"며 "국내외 아웃도어 업체에 친환경 대체 원단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선진국에서 자체적으로 과불화 화합물 규제 기준을 마련한 것과 달리 한국은 등산복에 쓰이는 PFC 규제가 없다.

한국이 가입된 국제 환경유해물질 규제 기구 '스톡홀름협약'에서 사용금지 물질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국제 동향을 지켜보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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