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눈'은 언제..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 기상관측소' (출처=문화재청)

 


[환경TV뉴스]박현영 기자= "'첫눈' 내리는 날 거기서 보자".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약속이다. 그런데 '첫눈 내리는 날'은 언제일까. 우리 동네에 눈이 내리고 연인이 사는 동네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첫눈이 내린 것으로 봐야할까, 오지 않은 것일까. 

정답은 기상청에 달려 있다.  '첫눈'의 기준은 적설량이 아닌 기상청이 운영하는 관측소에서 관측되는 눈을 공식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다른 데에 아무리 눈이 많이 왔어도 기상청 관측소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공식적으로는 눈이 내리지 않은 것이다.

기상청은 23일 "기상청 기상관측소가 아닌 사설 기상관측소나 육안으로 관측된 눈은 공식적인 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종로구 송월동 관측소에서 관측될 때 공식적으로 '첫눈'이 내린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즉,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폭설이 쏟아져도 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눈이 관측되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에 내린 눈은 '첫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대로 아무리 살짝 내려도 송월동 관측소에서 관측되면 첫눈으로 인정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이 새벽에 살짝 오더라도 송월동 기상 관측소에서 관측된다면 첫눈으로 인정돼, 많은 사람들이 미처 알기 전에 허무하게 지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월동 관측소는 1933년 경기도립경성측우소 청사로 건립된 후 현재까지 기상관측소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상 관측소다. 문화재청 585호 등록문화재로 지정될만큼 유서 깊은 건물로 우리나라 기상관측 역사의 산 증인이다.

새하얀 외벽과 커다란 기둥들, 아치형의 창문 등 그리스 산토리니의 지중해를 닮은 건물을 연상시키는 송월동 기상관측소는 모 방송사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강북삼성병원 길을 따라 올라 가면 만날 수 있다.

잔디밭 한쪽에 '기상청 옛터'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는 송월동 기상관측소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부터 1998년까지 기상청 건물로 사용되다가 지난 1998년 기상청 건물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으로 이전하면서 현재 관측소만 남게됐다.

지금도 송월동 기상관측소는 첫눈뿐 아니라 서울의 기온과 강수, 풍향, 습도, 나아가 벛꽃 개화 시기나 단풍 시작일 등 서울 기상 관측의 기준이 되고 있다.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인 23일 서울 등 대부부분의 지방에선 눈대신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오는 25일쯤 서울에 첫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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