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군산공장, 누출 사실 신고도 안해"..축소·은폐 논란

출처=환경부

 


[환경TV뉴스]박현영 기자= OCI 군산공장에서 1백kg이 넘는 화학물질이 유출돼 수십 명이 건강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공장 주변 수만 평의 경작지가 피해를 봤는데 정작 처벌은 '영업정지 1일'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4일, 지난 6월 말 OCI 군산공장에서 발생한 사염화규소 누출 사고와 관련해 화학사고 조사단 영향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은 '조치' 방침을 밝혔다.

OCI 군산공장에서 화학물질 100kg 넘게 누출, 주민 무방비 노출
환경부 조사단 "OCI 안전관리자가 대비 했어야.."

환경부는 지난 6월22일에 발생한 OCI 군산공장 사염화규소 누출사고와 관련해 새만금지방환경청 조병옥 청장을 단장으로 건강영향 12명, 환경영향 32명 등 60명 넘는 대규모 조사단을 꾸려 4개월 넘는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사고 원인은 폴리실리콘 공정 내 재증발기 상부 배관에 설치된 벨로우즈 밸브 보닛에서 발생한 균열에 대한 보수 작업을 벌이던 중 균열이 더 커지며 사염화규소 혼합물이 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누출된 사염화규소 등 혼합물은 108㎏. 문제는 사염화규소 그 자체로는 유해화학물질이 아니지만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하면 유독물질인 염화수소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조사단은 사염화규소 혼합물이 공기 중 반응해 생성된 염화수소가 최대 87kg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수십 kg의 '유독물질'이 인근 주민 등에게 무방비로 누출된 것이다.

이와 관련 조사단은 "군산 OCI 사고는 밸브 보수 작업 중에 발생한 사고로서 안전관리자가 대비를 하였다면 원인물질 파악 등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OCI의 미숙하고 안일한 대응이 부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OCI 군산공장 주변 식물 고사·주민들 두통 등 호소
환경부 조사단 "보고되지 않은 피해 발생 가능, 추적 관찰 필요"

조사단 조사 결과 공장 인근의 논이나 밭, 상가 등에 있었던 주민들에게 '급성 노출 증상'이 나타났고, 실제 많은 주민들이 피부 자극이나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조사단은 병원을 찾은 310명 가운데 신청자 179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의료기록 분석 등 건강영향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05명이 '건강가능영향 추정군'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건강영향과의 관련성이 거의 확실이 6명, 높음이 61명으로 조사됐다.

OCI 군산공장 주변 주민 가운데 적어도 67명은 사염화규소 누출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다.  

장기손상이나 심각한 합병증 등 중대한 위험 사례는 관찰되지 않았지만, 일부 민감군에서 '다중화학 민감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사후 건강 문제나,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건강 영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건강영향가능 추정군에 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사단의 결론이다. 

화학물질 노출 특성 상, 지금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예기치 않은 피해가 추후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출처=환경부

 


식생·경작지 피해도 확인..."농경지 2만 5천여 평 피해"
광범한 피해 면적에도 불구하고 산정 피해액은 '1억 원'

농작물과 식생에 대한 피해도 확인됐다. 환경영향 평가 결과 사고지점 반경 500m 내 식물에서 독극물질인 염화수소로 인한 갈변과 잎마름 등의 피해가 육안으로도 관찰됐다.

식생과 농작물 잎의 수용성 염소이온과 수소이온농도 조사 결과, 염소이온 농도는 정상식물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무려 15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수소이온 농도는 정상식물보다 낮게 측정되었다. 식물이 산성이 됐다는 얘기다.  

특히 농작물 피해 면적은 농경지 39필지 2만 5000여 평(8만2946㎡)과 도로변 경작지 200여 평(648㎡) 등 광범위한 지역이 화학물질 누출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농작물과 유실수, 가로수 등을 모두 더해 산정한 피해액은 1억 43만 6406원에 불과했다. "피해면적의 90%가 논으로 그 면적에서 수확했을 때의 양과 단가 등 공식 통계자료를 활용해 산정해보니 1억 몇십만 원의 피해액이 나왔다는 것이"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피해액' 자체가 아니라 관련 법상 산정된 피해액이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의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 제40조 1항'에 따르면 화학물질 누출로 인한 산정 피해액이 1억 원 이상일 경우 영업정지 1일에서 최대 30일까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데 통상 '1억 원당 1일씩'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다는 것이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람에 대한 피해는 기준조차 없다.

이에따라 환경부는 OCI 군산공장에 대해 '영업정지 1일'의 행정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주민 수십 명이 건강에 피해를 입었고, 수만 평의 경작지가 화학물질 피해를 입었는데 내리겠다는 행정처분은 '고작' 영업정지 1일에 불과한 것이다. 주민과 환경단체가 환경부 조사결과와 조치에 반발하는 이유다.     

OCI, 사건 초기 관련법도 어기고 제대로 정보 안 줘 사고대응 지연 초래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환경부, "경각심 불러일으켜 유사사례 방지 계기될 것"  

OCI가 사고 발생 직후 관련 사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즉시 관할 지방자치단체, 지방환경관서, 국가경찰관서, 소방관서 또는 지방 노동관서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OCI는 사고 발생 15분이 되도록 화학물질 누출 사실을 관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고 출동한 119 소방대원에게도 관련 내용을 제대로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환경부 조사단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배관 균열 보수작업 중에 사고가 발생해 OCI가 사고위치 및 누출물질 등을 쉽게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대응기관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아 사고대응에 지연을 초래했다"는 것이 환경부 조사단 조사 결과다. 

OCI가 사건 초기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하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환경부 조치는 '경고'와 관계기관 '고발'이 전부다. 

OCI에 대한 영업정지 1일 등의 처벌이 너무 관대한 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 조사단 관계자는 "환경부 조사단 영향조사 결과 피해 금액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이 부과된 것은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이후 최초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번 처분으로 사업장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유사사례를 방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OCI 관계자는 "이번 환경부 조사결과발표에 따른 조치명령을 성실히 수행하여 향후 주민과 군산시에 신뢰받는 안전한 사업장으로 거듭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영업정지 1일 처분은 말도 안돼"
"조사단이 피해면적·피해액 축소 의심..주민피해 나몰라라"  

환경단체는 환경부 조사단의 조사결과와 조치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6월 누출 이후 7월15일에도 누출돼 인근 주민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는데,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고 단지 수확량을 근거로 피해액을 산정해 '영업정지 1일'만 부과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농민들이 농작물 피해면적이 더 넓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피해면적과 피해액은 축소하려는 의도까지 파악했다"며 "영업정지 등 처벌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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