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상 기상청 차장

정홍상 기상청 차장

 

도시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UN에 따르면 도시에서 거주하는 인구수가 현재 약 32억이지만 2030년에는 약 50억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신도시가 하나둘 생겨나더니 이제는 동탄 평택 파주 등 주변 지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혁신도시가 전국 곳곳에 들어서면서 지방에도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 같은 도시화는 기상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시에는 강수가 통과하지 못하는 포장된 지면이 매우 넓다. 서울의 경우 전체 지면의 50% 정도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돼 있다. 반면 농촌의 경우 논과 밭이 대부분이어서 전체의 90% 이상이 땅이다. 그래서 두 지역에 똑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농촌의 경우 물이 강으로 모이는 과정이 서서히 일어난다. 땅이 강수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의 경우 강수가 바로 하수구로 집중되고 이 과정 또한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바로 침수로 연결될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특히 도시의 저지대에 사는 저소득계층일수록 이러한 침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공기도 빠르게 건조해진다. 농촌지역에서는 강수를 머금고 있는 땅이 서서히 물기를 증발시킨다. 그래서 공기 또한 1~2주에 걸쳐서 서서히 건조해진다. 하지만 도시지역에서는 반나절 정도 지나면 바로 공기가 건조해져 버린다. 

그리고 도시지역의 기온은 인근의 농촌지역에 비해 1~2도가량 높다. 이른바 '열섬(heat island) 현상'이다.

도시의 아스팔트 도로나 주차장 콘크리트 건물 등 인공구조물들은 낮에 받은 열에너지를 머금고 있다가 밤에 서서히 배출시킨다. 도시에서는 공장 가동, 자동차 운행, 냉·온방 등 인간의 활동과정에서 버려지는 열(폐열) 또한 많다.

불규칙하게 솟아오른 고층빌딩들은 바람의 흐름을 방해해 공기순환을 약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한여름 밤에도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은 이제 도시의 여름철 단골메뉴가 됐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도 도시지역이 월등하게 많다. 농촌 지역에서는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 자연의 정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하지만 도시지역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삶을 좀 더 쾌적하게 만들려면 도시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원과 같은 녹지를 많이 조성하고 바람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빌딩들을 배치해야 한다.

실제로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서울 선정릉 부근 녹지를 인근 상업지와 비교한 결과 녹지는 여름철 평균 기온을 약 2도 정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체 노력도 필요하다. 관련되는 신기술이 개발되고 합리적인 가격에 보급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노력이 우리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어차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은 앞으로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의무화될 것이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새로운 수출산업이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오히려 새로운 산업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이기도 하다. 

<정홍상 차장 약력>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 박사
-전(前)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
-현(現) 기상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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