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상수도에서 5년간 줄줄 샌 물, 4대강 16개보 저수량과 맞먹어

지난 28일 충남 보령댐을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 출처=새누리당 홈페이지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지난 28일, 충남 가뭄 지역을 찾은 새누리당의 수장 김무성 대표는 "앞으로 4대강 사업이 원래 2차 사업으로 계획했던 지천 사업에 대해 빨리 착수해야겠다"라며 4대강 사업 후속 지천 정비 사업 착수를 기정사실화 했다.

이에 화답하듯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한 마디 거들고 나섰다. 29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정치권이 4대 강 물을 활용하는 예산 수립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달라"고 발언했다. 여권과 정부가 4대강 사업 후속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댐 보강을 가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무조정회의를 통해 '중·소규모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14개 댐을 통한 1.5억 톤의 확보다. 과거 4대강 후속 대책으로 포함됐다 폐기된 정책이 물 부족 상황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야권은 일단 '4대강 시즌2' 라며 사업 추진에 반대하고 있지만 물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외부적으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4대강 사업 '시즌 2'보다는 '줄줄 새는' 노후 상수관로를 보강하는 데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30일 환경TV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발언은 2019년까지 17조 원을 들여 국토교통부에서 진행 중인 국가하천정비사업과 중복된다"며 "4대강 후속 사업을 하기보다는 예산 낭비도 막고 설령 가뭄이 들지 않더라도 효용성이 있는 노후 상수관로 보강 사업에 힘을 쏟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예산이 한정돼 있는 만큼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기로에 선 것은 분명하다. 어떤 게 더 당장의 가뭄에 대응 가능하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냐의 논의만 남았다. 예산 규모와 효율성의 비교가 필요한 부분이다.

낙동강 유역 항공촬영 모습 (자료사진)

 


여당·정부, '4대강 급수관 설치. 추가 댐 건설'이 물부족 해법 

그렇다면 여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4대강 사업 후속 조치인 '급수관' 설치에는 얼마가 들까. 당장 2조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으로 관계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고위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때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하지 못했던 사업이 급수관 사업"이라며 "그 때 2조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 갔으면 이를 설치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충남 지역에 긴급하게 투입하기로 한 예산은 625억 원이다. 하루 11만 5,000 톤의 금강 백제보 물을 보령댐 상류로 끌어 올려 충남에 공급한다는 복안이다. 현행 대로라면 중장기적으로 이같은 급수관 예산에 2조 원을 쏟아 붓게 될 공산이 높다.

이와 함께 투입되는 또 다른 예산이 있다. 바로 국토부에서 추진하려 하는 '물 재해 취약 지역 개선' 예산이다. 가뭄에 따른 물 부족이라는 '자연 재해'에 취약한 곳을 평가해 보고 시범 사업을 펼치는 예산으로, 내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5개 권역에 1조 원의 국고를 쏟아 붓겠다는 사업이다.

지난 5일 기준 강수량 및 주요 댐 수위. 출처=수자원공사

 

댐 문제도 있다. 국무조정회의에서 '물 통합 관리'를 위해 말을 꺼낸 댐들을 설치하는 데도 예산이 들어 간다. 14개 댐을 짓는 데 얼마나 들어갈까.

이에대해 국토부 수자원정책과 관계자는 "타당성 평가 등 댐을 짓는 데는 오랜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 예산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추정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형 댐은 5,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추진 중인 대덕댐의 경우 822억 원이 1차 예산이며 향후 2,00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가 2,500만 톤 규모의 댐이 완성된다. 여기에 추가로 들어가는 금액이 바로 주민들의 이주비 등 '보상비'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중형 댐 하나를 짓는 데는 1,000억~2,000억 원 정도면 된다"며 "하지만 보상비 등이 있기 때문에 5,000억 원으로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3월 당시 국토부가 계획한 2021년까지의 '댐 건설 장기 계획'에서 계획했던 댐의 갯수는 14개다. 국무조정실에서 조정된 댐의 갯수도 14개다. 이를 산술적으로만 놓고 보자면 최대 7조 원이 앞으로 소요될 개연성이 높다.

이같은 모든 대책을 합산한 필요 최대 예산 추정치는 10조 원, 4대강 전체 사업비인 22조 원의 절반에 가까운 예산이 향후 가뭄 대응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닥을 보이는 충남 보령댐. 출처=새누리당 홈페이지

 

이에대한 우려점은 가뭄이 올해만큼 심하지 않을 경우다.

야당 관계자는 "가뭄이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돈을 들여도 쓸 데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야당, '노후 상수관로만 고쳐도 물부족 해결'..정부는 관련 예산 '전액 삭감'

또 다른 가뭄 대안은 새는 물부터 잡자는 대책이다. 환경부가 내년부터 2027년까지 12년간 정비하겠다고 예산안을 편성한 '노후 상수관로 개선' 사업이 그 대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최봉홍 의원(새누리당)이 최근 공개한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전국에서 누수된 물의 양은 32억 700만 톤가량이다. 당장 여권과 기재부에서 말하는 '물 창고'인 4대강 16개 보에 저장돼 있는 물의 양, 32억 톤과 비슷한 규모다.

이를 막자는 게 환경부 안이다. 전국 상수관로 18만 688㎞ 중 30.6% 수준인 5만 5,312㎞가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상수관로다. 언제 터져서 물이 줄줄 새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만 놓고 봐도 이렇다는 얘기다.

이 대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놓고 봤을 때 앞으로 15년 후인 2030년이면 전체 상수관로의 60%가량인 1만 8,000㎞가 20년 이상의 나이를 먹게 된다. 언제 터질 지 모른다.

노후 상수관 모습 (자료사진)

 

해당 안은 가뭄 대책이 되기도 하지만 예산·물 낭비를 막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5년간 지하로 새 버린 물을 경제적 손실로 환산하면 2조 5,768억 원 정도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모두 3조 6,695억 원이다. 4대강 후속 사업과 비교하면 약 1.85배에 해당하지만, 물 재해 취약 지원 개선 사업과 댐 건설 사업을 포함하게 되면 추정이기는 해도 3분의 1 수준이다. 당장 내년도 예산으로는 134억 원이 신청됐다.

하지만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에서는 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유는 '상수도 관련 사업이 지자체의 고유 소관 업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국회 환노위 예산심사소위에서는 내년도 환경부 예산 중 1,000억 원가량 배정된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조성 사업 예산을 당장 노후 상수관로 사업에 투입하자는 의견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여당 측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으로 전해졌다.

충남을 방문한 김무성 대표는 "(가뭄은) 여야 구분 없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바 있다. 김 대표 말마따나 '4대강 아니면 상수도관', '도 아니면 모' 식의 대립이 아니라 상생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