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직원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부지런함, 도전정신 등 여러 특징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내게 주어진 업무와 상사가 기대하는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야근을 해 가며 열심히 일을 해도, 그 일이 상사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헛수고나 다름없다. 이렇게 본인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수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비단 업무뿐만이 아니다. 남녀 관계에서도,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봤자, 그건 열정의 낭비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수요자에 대한 이해'는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기술개발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모든 기술개발은 실질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최종수요자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개발 연구자와 같이 기술을 공급하는 중간수요자의 생각이 기술개발 과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 속에서는 최종수요자의 니즈를 고려하지 못하게 된다. R&D를 위한 R&D는 결국 최종 수요자인 일반 국민들에게 영향도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연구실과 보고서 속에 사장될 뿐이다. 세금의 낭비요, 시간과 노력의 낭비다. 

개발되는 기술의 성격에 따라 수요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범국민 대상 기술이라면 국민들의 수요를 파악해야 하고, 수출을 위한 기술개발이라면 산업계의 의견을 중요하게 수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개발의 주목적이 해외 수출을 위한 것이라면 가장 먼저 수요를 파악해야 할 곳은 기술개발자나 연구자가 아니라, 실제 수출현장을 누비고 있는 환경기업이 돼야 한다. 일반 국민들에게 주 혜택이 돌아가는 기술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국민들의 목소리가 제일 중요하다.

특히 환경기술 R&D 사업은 일반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에 더욱 국민들의 필요에 민감하다. 먹고 마시는 의식주 문제부터 미래의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까지 모두 포함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문제 미세먼지 피해 문제, 실내환경 유해물질 문제 등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환경 분야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환경기술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술개발 수요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활용해 개발대상 기술을 선정하고 있다. 또 여름철 모기가 많아 잠을 설치는 국민들에게 모기를 친환경적으로 잡을 수 있는 환경기술, 구미 불산누출사건과 같은 각종 화학안전사고로 불안에 떠는 국민들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효과적인 화학사고 대응 환경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공공 환경기술 R&D 사업 국민공감포럼도 이런 필요성에 의해 개최됐다. 이 포럼은 정부 예산 총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공공 환경기술 개발사업들의 중간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학계, 산업계, 기술개발 연구자 등 다양한 국민 대표들이 이날 모여 환경기술개발의 발전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이와 같이 국민들의 피드백을 기술개발 과정에 효과적으로 반영해 국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환경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수요자에 대한 맞춤형 기술개발을 진행하면 수요자 만족도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동일 예산 대비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기술개발 분야뿐만 아니다. 모든 공공사업 분야에 수요자 중심주의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정부의 한정된 예산, 시간, 인력 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공공사업 수혜 집단의 가장 마지막에 서 있는 수요자와 그 수요자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만으로도 정부의 공공사업 효율성이 크게 신장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김용주 원장 약력>
-영국 뉴캐슬대학교 환경경제학 박사
-전(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총장/경영학과 교수
-현(現) 유엔 환경계획(UNEP) 지속가능소비생산(SCP) 이사/아시아태평양지역 공동대표
-현(現)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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