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친환경차는 수소차"..더 멀리, 더 안전하게, 더 빠르게

[편집자 주] 국내 유일의 환경·에너지 전문 채널인 환경TV가 10월 15일 개국 15주년을 맞습니다. 이에따라 환경TV는 '환경과 에너지...미래를 묻는다' 는 주제로 개국 15주년 특집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기획기사는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발전소에서 일방적으로 뿌려주는 방식이 아닌 가구별, 지역별 에너지 자립에 대한 대안 모색, 수소차와 전기차로 대변되는 친환경 경영 추세, 오폐수와 가축 분뇨, 건축 폐자재 등 쓰레기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생산해 내는 친환경 자원 재활용, 해수담수화 등 인간과 환경을 위한 신기술 등 환경·에너지 관련 분야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성찰해 보고 바람직한 방향과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개국 15주년 특집 기획 세번째 기사 주제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차' 입니다.

토요타 '미라이' 출처=토요타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현대자동차 소형 SUV 모델인  '투싼ix FCEV'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판매가가 1억5000만원에 달했다. 벤츠나 BMW의 최고급 대형 SUV 차량 가격을 훌쩍 넘는 가격이다. 

'투싼ix FCEV'가 이처럼 비싼 이유는 하나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이하 수소차)'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 차의 가격을 올해 2월부터 85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하지만 그래도 '비싸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형 수소차 '미라이' 출고 가격도 '670만엔(약 6388만원)' 정도 한다.여기에 일본 내 세금을 합하게 되면 723만6000엔(약 6934만원)으로 가격이 뛴다. 거의 7000만원 수준이다.

두 차종의 가격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에선 인피니티 등 고급 외제차 라인업 중에서도 스포츠카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고가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처럼 대중화 단계에 들어 선 친환경차랑 비교하자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폭스바겐 게이트'로 회자되는 배출가스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전기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유롭다. 미라이 제작사인 토요타와 현대차가 중장기적으로 수소차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차량 이름도 일본어로 '미래'라는 뜻의 '미라이'를 붙였다. 

두 회사는 왜 전기차 대신 수소차에 꽂혔을까.


전기차는 알겠는데, 수소차는 '뭐지'?


두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수소차 기술은 배터리로 엔진을 대체한다는 공식의 전기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복잡하다.

수소차는 LPG처럼 고압으로 압축한 수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해 내는 기술로 구동한다.

수소차 내부 모습. 출처=토요타

 

수소가 연료전지에 공급되면 '전자'와 '수소이온'으로 분리되고, 이 때 발생한 전자들은 외부 회로로 전달돼 모터를 구동하는 동력원인 전기에너지로 사용된다.

남은 수소이온들은 산소와 외부 회로를 돌아 온 전자와 만나 물을 생성한다. 차량을 구동하면 가솔린차나 경유차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CO₂)나 질소산화물(NOx) 대신 물(H₂O)이 나온다는 얘기다.

전기를 연료로 이용하는 전기차도 마찬가지로 배출가스는 전혀 없다. 하지만 연료의 '아버지'가 다르다는 데서 차이를 보인다.

전기차의 연료인 전기는 결국 발전을 통해서 생성된다. 즉 전기라는 형태가 되기 이전의 '에너지원'은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력발전도 될 수 있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안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원자력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수소차에서 엔진을 돌리기 위한 전기를 생산하는 주체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다양한 에너지원에서부터 제조가 가능하다. 물에서도, 하수에서 발생하는 진흙 찌꺼기에서도 뽑아 낼 수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전기차보다 수소차에 높은 평가를 주는 이들의 논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선택 '수소'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주목한 이유는


지난 3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2회 제주 국제전기차엑스포' 현장에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사의 전기차 모델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들 중 토요타는 없었다. 토요타에도 '아이로드(i-Road)'라는 전기차 라인업이 분명히 있지만, 결정은 '불참'이었다.

당시 토요타 관계자는 "궁극의 친환경차는 수소차라고 보고 있다"며 "전기차는 사실상 단거리 이동 수단에 가깝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토요타 미라이 생산 공장 모습. 출처=토요타

 

현대차의 경우 국제전기차엑스포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역시 중장기 친환경차 라인업으로는 수소차를 내다보고 있다. 1992년부터 수소차 개발에 뛰어 든 토요타보다 한 발 앞서 세계 최초로 양산 체계를 구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덴마크와 스웨덴에 투싼 ix FCEV를 공급한데다가, 북미 일부 시장도 공급 중이다. 여기에 스페인 그란 카나리아 지방정부와는 수소차 교통 인프라 구축 추진에도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양산'이라는 말 그대로 언제든지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며 "게다가 협력사들과의 협업 구조로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을 국산 부품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자사 '수소차'가 지닌 강점이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들이 전기차 대신 수소차를 꼽은 이유는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가 지닌 강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친환경차'로 꼽히지만 사양을 놓고 보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우선은 주행 거리다. 1회 충전만으로도 700㎞ 내외를 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 르노삼성의 SM3 Z.E.와 같은 경우 공식적으로는 1회 충전 시 135㎞를 달릴 수 있다. 한 번 충전으로 5배 이상 많은 거리를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솔린차나 경유차와 별반 다르지 않다.

덴마크 코펜하겐시에서 운용 중인 현대차의 양산형 수소차 '투싼iX FCEV' (자료사진)

 

현대차의 투싼 이전 수소차 모델인 '모하비'의 경우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러스 간 633㎞를 1회 충전한 수소의 84%만 사용하고 완주했다. 최대 754㎞를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단형인 토요타 미라이도 1회 충전으로 700㎞내외를 달릴 수 있다고 토요타는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일본 기준에 따른 주행 거리다.

또 다른 전기차 대비 비교우위 부분은 충전 시간이다. 토요타에 따르면 수소차의 충전 시간은 3분 정도다. LPG 차량 충전 시간과 비슷하다. 급속 충전을 하더라도 30분이나 걸리는 전기차에 비해 소비자들의 불편이 덜 하다는 면에서 수용성이 높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경우에는 한 가지 더 이점이 있다. 자연재해로 전기가 끊긴 상황에도 전원을 공급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토요타에 따르면 수소차 한 대면 일반 가정에서 1주일 이상의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몰고 다니는 발전기'다.

토요타 관계자는 "미라이는 시간 당 60㎾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한 번에 9㎾정도의 전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며 "내부에 있는 콘센트의 경우 주행 중에 PC나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2013년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 (자료사진)

 


가격·인프라 문제에 정부 도움 절실
양국 정부는? 전력투구 '일본' vs 갸우뚱 '한국'

이처럼 수소차는 장점이 많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소차의 핵심인 연료전지 가격이 아직까지는 너무 비싸다. 그 이유는 백금 등 희소성이 있는 광물들이 소재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 없이는 사기 힘들 정도로 차값이 비싼 이유다.

이에 일본의 경우 정부가 약 7000만원 수준인 미라이 한 대 당 202만엔(약 1938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5000만원 정도에 구매가가 결정되도록 가격을 낮췄다.

한국도 8500만원에 달하는 투싼 ix FCEV를 동급 SUV 가격대로 맞추기 위해 한 대 당 5500만원의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지난 2월 밝혔다. 다만 이는 수소차를 구매하는 공공기관에 국한한 지원책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수소 충전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전기차 충전소 설치처럼 정부의 초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본은 수소차용 충전소인 '수소 스테이션' 설치 시 절반에 해당하는 설치 비용을 지원한다. 여기에 운영비도 일정 부분 지원한다는 게 토요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100곳의 수소 스테이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토요타가 지난해 12월에야 미라이를 출시하고 올해 700대 정도의 판매 계획을 세운 배경이기도 하다.

미라이. 출처=토요타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쉽게도 일본 정부와 비교하면 정부 차원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수소 스테이션은 모두 10곳이다. 산업부가 민간 R&D를 통해 설치한 곳이 서울시 양재동에 있는 1곳을 비롯해 8곳이며, 환경부가 지자체와 50대50으로 투자해 지은 곳이 2곳 있다. 광주와 충남 내포신도시다. 수소 스테이션 1곳을 설치하는 데 드는 돈은 30억원, 이 중 15억원을 정부가 지원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수소 스테이션을 짓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에서 비용 지원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 2곳에서 내년도에 설치하겠다고 신청을 했는데 예산 문제 때문에 이 중 1곳만 지원할 것"이라며 "아직 어느 곳이 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1차 협력사이자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저렇게 정부 차원에서 진흥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수소차를 전폭 지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안전 문제도 '관건'
수소 압력 견딜 수 있는 기술 있어야


또 한 가지 넘어야 할 산은 안전에 대한 '확신'이다. 현재 수소차의 연료로 쓰이는 수소라는 물질은 화학적으로 고밀도로 저장하기가 쉽지 않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수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의 기술 개발이 관건이다.

현재는 고압으로 압축해 넣는 방법을 사용 중이다. 이 부분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연료의 안전성 확보가 수소차 발전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수소차에 들어가는 수소탱크 모습. 출처=토요타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의 강정구 교수는 "수소는 배터리의 1000배 정도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라면서도 "다만 수소 저장 장치의 압력을 200바 이하로 안정적으로 낮춰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미라이를 개발한 토요타 역시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토요타는 수소탱크에 대해 설명하면서 3개의 층으로 수소 저장 장치인 '수소탱크'를 구성했다고 밝힌다. 이를 통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토요타 관계자는 "'플라스틱 라이너'라고 불리는 층으로 수소를 봉인하고 이 주변에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 층을 몇 겹씩 겹쳐 감싸 높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며 "이를 통해 자동차 사고가 나서 큰 손상이 가더라도 수소탱크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닛케이 BP 클린테크연구소는 전세계 수소차 관련 시장이 2030년까지 약 400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바 있다. 안전 문제 등의 난제를 안고도 현대차와 토요타가 미래 친환경 자동차 주종으로 수소차에 올인하고 있는 이유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