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 1위할 것"

[편집자 주] 국내 유일의 환경·에너지 전문 채널인 환경TV가 10월 15일 개국 15주년을 맞습니다. 이에따라 환경TV는 '환경과 에너지...미래를 묻는다' 는 주제로 개국 15주년 특집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기획기사는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발전소에서 일방적으로 뿌려주는 방식이 아닌 가구별, 지역별 에너지 자립에 대한 대안 모색, 수소차와 전기차로 대변되는 친환경 경영 추세, 오폐수와 가축 분뇨, 건축 폐자재 등 쓰레기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생산해 내는 친환경 자원 재활용, 해수담수화 등 인간과 환경을 위한 신기술 등 환경·에너지 관련 분야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성찰해 보고 바람직한 방향과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개국 15주년 특집 기획 두번째 기사 주제는 친환경 전기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입니다.  


[환경TV뉴스]정택민 기자 = 1886년 칼 벤츠가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세 바퀴 자동차를 처음 선보인 이후 자동차의 '심장'은 누가 뭐래도 엔진이었다. 자동차의 역사는 곧 엔진의 진화 역사와 동의어 였다. 

이를 입증하듯 자동차와 관련된 특허의 70~80%가 엔진을 중심으로 한 내연기관에 집중돼 있다. 그렇게 130년의 자동차 역사가 흘렀다.

하지만 이 자동차의 심장은 자신이 뿜어내는 '부우웅' 하는 굉음과 폭발적인 가속력만큼 큰 문제를 만들어 냈다. 바로 환경 오염이다. 엔진의 용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배출하는 탄소의 양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언젠가는 고갈될 석유도 잠재적이지만 근본적인 위협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를 장착한 전기차이다. 그리고 이 전기차의 모터를 뛰게 만드는 것은 바로 배터리이다.  

기존 자동차의 심장이 엔진이었다면 새롭게 탄생한 전기차의 심장은 다름아닌 '배터리'인 것이다. 

BMW i3에 탑재된 배터리와 모터. 출처=BMW

 


자동차의 새로운 심장..'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는 크게 1차 전지와 2차 전지로 나뉜다. 1차 전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건전지로 한번 쓰고 버리는 전지다. 반면 2차 전지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는 전지처럼 전기를 재충전해서 계속 쓸 수 있는 전지를 말한다. 

1차 전지는 쓰는 만큼 버리게 되서 자원도 낭비되고 환경 오염도 유발한다. 반면 2차 전지는 그럴 위험이 훨씬 적다. 환경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2차 전지가 중요한 이유다. 관건은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느냐 이다.

이런 2차 전지는 화학반응을 통해 충전 및 방전이 이뤄진다. 충전 시에는 외부에서 전기 에너지를 공급받아 이를 화학 에너지 형태로 저장하고, 방전할 때는 화학 에너지를 다시 전기 에너지로 바꿔 방출한다. 즉 전기로 들어와서 화학 에너지 형태로 보관되다가 다시 전기로 쓰이는 것이다.  

2차 전지의 구성 요소와 작동 원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2차 전지는 일반적으로 양(+)극과 음(-)극, 전해질, 분리막 등의 소재로 구성된다. 배터리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활성물질이 전해질을 타고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한다. 

충전 시에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방전 시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움직인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2000년대 이전에는 니켈카드뮴(NiCd) 배터리가 대표적인 2차 전지로 쓰였다. 양극 소재로는 수산화니켈(2NiO(OH)), 음극 소재로는 카드뮴(Cadmium)이 쓰였으며 수산화칼륨(KOH)이 전해질로 들어갔다.

니켈카드뮴 배터리는 충전 가능한 용량이 작아 장난감이나 리모컨용 외에는 딱히 쓰임새가 많지 않았다. 특히 중금속 물질인 카드뮴이 들어있어 유해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 나온 것이 니켈수소(NiMH) 배터리다. 니켈수소 배터리는 니켈카드뮴 배터리를 개선한 것으로, 수소를 흡수하고 있는 금속인 '메탈 하이드라이드'(Metal Hydride)를 카드뮴 대신 음극 소재로 채택했다. 

기존 니켈카드뮴 전지와 같은 크기에 더 큰 용량을 갖췄기 때문에 금방 인기를 끌었고, 하이브리드 차량인 토요타 프리우스에 쓰이기도 했다. 유해성 논란도 줄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시조'쯤 되는 셈이다.

그러나 니켈카드뮴은 물론 니켈수소 배터리도 2차 전지가 가진 태생적이고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바로 '자연 방전'과 '메모리 효과'가 그것들이다.

자연 방전은 말 그대로 배터리를 충전한 상태에서 배터리를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가 점차 방전되는 문제를 말한다. 즉 쓰지도 않았는데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로선 치명적이다. 주차만 해놓고 있는데도 배터리가 방전되기 때문이다. 

또다른 문제인 메모리 효과는 완전히 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전을 반복하면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다. 이 역시 치명적이다. 전기차를 완전히 다 방전될 때까지 타다 충전할 수는 없다. 

기름이 떨어지기 전에 주유를 해줘야 하듯 전기차도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충전해 줘야 한다. 가다가 길바닥에 멈춰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메모리 효과로 인해 배터리 용량과 성능이 계속해서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극복한 배터리가 있다. 바로 리튬이온(Li-Ion) 배터리다. 자동차의 새로운 심장, 리튬이온 배터리가 태어난 것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셀(Cell) 부품. 출처=LG화학

 


리튬이온 배터리.. '자연 방전' '메모리 효과' 문제 획기적 개선

리튬이온 배터리는 1970년대 후반 처음 그 원리가 제안되었다. 이후 90년대 초반 일본 SONY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상업적인 생산을 처음 시작했다. 

양극에 리튬산화물(LiMOx)을 음극에 탄소계(흑연)를 쓰고, 전해질로는 유기물질이, 분리막엔 합성수지가 들어간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2차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2~3배 높아 니켈카드뮴이나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작은 크기에도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연 방전 및 메모리 효과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데다 유해물질 논란도 없어 노트북이나 휴대폰, 디지컬 카메라 등 전자 기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2차 전지 시장의 대세로 금방 자리 잡았다.

이후 신재생 에너지로 각광을 받게 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진화를 거듭, 꾸준히 에너지 밀도와 출력 밀도를 높여가며 마침내 자동차를 달리게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이렇게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 후발 주자로 도전장을 던진 한국 업체가 있다. 바로 LG화학이다.

 


LG화학, 자동차 배터리 시장진출 15년 만에 세계 3위권 업체로 성장

LG화학이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 처음 뛰어든 것은 2000년이다. 당시 휴대폰과 노트북 등에 쓰이는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는 선두주자인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던 상태였다.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갓 양산하기 시작한 LG화학은 소형 배터리보다는 전기차에 쓰이는 중대형 배터리 분야가 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을 설립,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역량을 집중했다.

법인 설립 4년 만인 2004년 LG화학은 '미국 전기차 개발 컨소시엄'(USABC)의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한다. 이를 계기로 LG화학은 현대차와 볼보, 르노 등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시장조사기관 'EV 옵세션'(Obsession)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LG화학은일본의 파나소닉(39.7%)과 닛산과 NEC 합작사인 AESC(23.6%)에 이어 12.9%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중국의 자동차 회사인 BYD가 4위, 일본 LEJ(미쓰비시·GS유아사 합작사)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파나소닉을 제외하면 리튬이온 배터리 세계 5위권 업체가 모두 자동차 회사인데 반해 LG화학만 '전문' 화학 회사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시장점유율. 출처=EV 옵세션

 

LG화학,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 중국 시장 4분의 1 장악
"2018년 자동차 배터리 시장 세계 1위 업체 될 것" 

속을 들여다 보면 LG화학의 분투는 더 두드러진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파나소닉의 경우 현재 미국의 전기차 전문 제조업체인 테슬라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공급처는 하나도 없다. 한발만 삐긋해도 끝장인 그야말로 외줄타기인 셈이다.  

2위를 차지하고 있는 AESC도 모회사인 닛산 리프의 판매 호조로 선전하고 있지만 닛산의 자회사라는 특성상 경쟁사인 다른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기가 어렵다. 시장이 커져도 외연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회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BYD와 LEJ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세계 5위권 업체들이 모두 특정 자동차 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LG화학은 다양한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아우디와 GM, 르노, 포드, 볼보, 상하이자동차, 장안기차, 제일기차 등 20여개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렇듯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금은 일본 업체들이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과 전망으로 봤을 땐 LG화학이 더 밝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다른 업체들과 달리 특정 자동차 회사나 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중국이 전기차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중국의 여러 업체와 협력관계를 갖춘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전기차 7만2700대를 출하해 미국(5만4300대)을 제치고 전기차 배터리 최대 수요국으로 떠올랐다. 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지금도 전체 시장의 4분의 1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이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이미 상하이자동차를 비롯해 중국 업체 8곳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또 중국 남경시에 연간 10만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올해 말까지 완공하고 향후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는 내수 시장이 전기차 배터리 성장을 뒷받침했고, 일본은 테슬라 모델S와 닛산 리프의 공급량 비중이 컸다"면서 "반면 국내 업체는 다양한 공급처를 갖추고 있어 2018년쯤 일본 업체들을 추월하고 세계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 가능 장점 
1회충전 운행거리 향상 숙제도 풀어..1회 충전으로 320㎞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의 강점은 원료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 박창선 LG화학 홍보팀 과장은 이와 관련 "배터리 셀(Cell)과 같은 부품뿐만 아니라 부품 제조에 쓰이는 양극제, 전해질 같은 소재까지 자체 생산할 수 있어 기술력에 우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주요 소재를 자체 생산하는 기술을 갖춰 경쟁사보다 가벼우면서도 안전한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그러면서 "소재 자체 생산을 통해 제품 원가를 낮춤으로써 향후에도 가격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래도 아직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모든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의 숙제다. 바로 한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다. 

현재 시판중인 전기차들이 1회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는 보통 140㎞ 정도다. 우리나라를 놓고 봤을 때 서울-부산의 거리가 400㎞가량 되니까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기본적으로 3번 정도는 충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도 충전소가 제때제때 있을 때 얘기다.

기름 한 번 가득 채우면 수백 ㎞를 거뜬히 달리는 기존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불편하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이나 미국처럼 땅이 넒은 나라에선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시판되는 전기차들이 '동네 부근'을 왔다갔다하는 근거리 주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 문제를 지금 수준에서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차량에 배터리를 '더 많이' 집어 넣으면 된다. 실제 테슬라는 전기차용 대형 배터리 대신 노트북용 배터리 6000~7000개를 병렬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최대 주행거리를 400㎞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방법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비용이다. 배터리를 많이 넣으면 그만큼 차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성능도 더 떨어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차체를 더 가볍고 비싼 소재로 만들 수 밖에 없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진다.

실제 테슬라 전기차 중 가장 싼 '모델S' 70D의 경우에도 7만 5천 달러(약 8,700만 원)을 호가하고 주력 모델의 경우 10만 달러(약 1억 1,600만원)을 웃돈다. 기아 전기차 레이EV 가격이 3500만원, BMW i3 가격이 6,00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가 약 2~3배 비싼 셈이다.

비용 외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전기차용 대형 배터리를 쓰는 것이 같은 사양이라면 차량 성능과 유지 관리 면에서도 유리하다.  아우디와 GM, 르노, 볼보, 현대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들이 배터리 업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배터리 개수를 줄이면서 주행 거리는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이미 1회 충전 주행거리 320㎞ 수준의 2세대 배터리 개발을 마친 상태로 현재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세대 배터리는 성능뿐만 아니라 원가도 기존 1세대 배터리보다 40%가량 낮아져 가격 경쟁력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가지게 됐다. 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들은 내년부터 시중에 나올 예정이다. 

이외에도 LG화학은 최근 아우디와 차세대 SUV 전기차에 적용할 고용량 배터리 셀 및 모듈을 공동개발하기로 하는 등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현재 5조 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지만 3년 후인 2018년에는 13조 1,6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장 속도는 갈수록 더 가팔라질 것이다.

환경도 보호하고 수익도 올리고. 친환경이 전지구적 화두인 지금, 앞으로 점점 더 많이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될 친환경 차세대 전기차의 심장에 '메이드 인 코리아', LG화학 리튬이온 배터리가 그 핵심 역할을 할 거라는 얘기다.




jtm1122@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