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EU FTA 조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유럽은 한국산차 꼼꼼히 살펴 봐

지난 6일 실도로주행 배출가스 테스트에 나선 폭스바겐 골프 차량(우측).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국내에 수입되는 외제 디젤차(경유차)의 96%가 실제 검사를 받지 않고 서류로만 '환경인증'을 발급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인증이란 국내법 상 정해 놓은 배출가스 기준치를 지키는 차량인지 여부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등이 다양한 기기를 통해 점검하는 절차다. 이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해당 차종의 수입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강력한 규제지만 실상은 서류 수준으로 끝난다는 얘기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디젤차 209종 중 현재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가 폭스바겐 5개 차종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환경인증' 시험을 실제 받은 뒤에 수입된 차량은 8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201종은 서류 심사로 갈음했다.

측정검사를 받고 들어 온 차량은 '골프 GTD MBT' '포르쉐 카이엔 디젤' '푸조 407 2.0 HDi E5' 모델 등 일부다.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된 '비틀'과 '아우디 A3'는 우리나라에선 단 한 번도 실제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이들은 서류로만 한국에 판매가 승인됐으며, 그 중 유로-5형 A3의 경우 이미 폭스바겐도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을 인정한 모델이다. 실제로는 환경인증조차 받지 않은 조작 차량들이 국내에 돌아다녔다는 얘기다.

환경인증을 실제로 받지 않았을 경우 서류와 다른 사항이 적발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이는 위중한 문제다. 실제 지난달 24일 환경TV에서 보도한 "[단독]폭스바겐 배출가스 부품 '바꿔치기'까지..신고한 것보다 '싼' 것으로" 기사에서처럼 폭스바겐은 '서류로만' 환경인증을 통과한 차량에 '서류와는 다른' 부품을 넣어서 소비자에게 팔았다. 이것도 일종의 조작이다.

이처럼 서류로만 국내 판매를 승인하는 이유에 대해 환경부는 "한-유럽연합(EU) FTA 등 외교통상적 조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대국에서 받은 인증서는 자국에서도 발휘한다고 보는 조항이 근거다.

과연 우리와 FTA를 맺은 타국도 그럴까. 답은 '그렇지 않다'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인증대상 차종의 20% 수준에서 정부가 직접 확인 시험을 한 후에 인증 허가를 내 준다. 환경부가 사례로 든 유럽연합도 정부기관이 직접 시험하거나 대행기관이 철저하게 검토한다. 우리나라 환경부의 '자세'와는 판이하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산차들이 해외로 수출되면 '너희 기술 못 믿겠다'며 철저하게 검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덕분에 한국은 외제차들 압장에서는 천국이다. 국내에서 인증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1개월. 미국과 유럽, 바로 옆나라 일본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걸린다. 수입하기 좋은 조건이다. 국산차에게는 역차별이기도 하다.

이인영 의원은 "환경부가 제작사의 자체 인증만을 가지고 검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배출가스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결국 이번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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