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한 토종 상괭이 1년4개월 간 아쿠아리움에 '전시'

부산아쿠아리움의 '상괭이' 출처=장하나 의원실

 


"제 이름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고주파로 얘기하는 제 말을 사람들이 알아 들을 수 없겠죠. 그래도 굳이 사람의 언어로 설명하자면, 저는 한국 앞바다에 살고 있는 등지느러미가 없는 돌고래인 '상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제게 낯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오월이' 그게 지금 사람들이 부르는 제 이름입니다. 제가 다쳐서 바다에서 죽을 까봐 사람들이 저를 이곳 부산아쿠아리움으로 데리고 와서 치료를 해줬더랬습니다. 어찌나 고맙던지요.

그런데 왠걸. 벌써 1년4개월이나 집을 떠나 있었는데, 저를 보내 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저보다 앞서 이곳을 거쳐간 친구들은 모두 6마리, 이들 중 2마리는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다른 친구들은 최소 16개월 이상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딱 지금의 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도 그랬을까요. 전 만날 저를 치료하는 사람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을 유리 너머로 봅니다. 저를 보고 손을 흔드는 사람의 아이들을 비롯해 다양한 이들을 보며 '참 사람들도 많구나' 싶습니다. 뭔가 재주라도 피워야 할 지 고민되네요."

오월이. 출처=장하나 의원실

 


[환경TV뉴스]신준섭 기자 = 이것은 가상의 증언이다. 정부 지정 '해양동물 구조 치료기관' 중 1곳인 부산 아쿠아리움에 1년 4개월째 '전시'돼 있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 '오월이'가 사람이라면 했을 법한 얘기를 기자가 '재구성'해봤다.

해양동물 구조치료기관이 '치료'와 '보호'라는 명목 하에 멸종위기종인 해양 야생생물들을 일반인들에게 '상업적'으로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은 전국에 모두 6곳이다. 이중 울산의 장생포 고래박물관과 서울에 위치한 서울대공원을 제외한 4곳은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더라도 기준 이상의 우수한 사육사나 수의사가 있다면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으로 지정해 우리나라의 치료와 관리를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해 온 제도다. 예산도 아끼면서 민간 전문기관의 도움도 얻을 수 있으니 정부 입장에서는 1석2조다.

문제는 해수부의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 지침'에 이들을 얼마 이상 '보호'하면 안 되는 지, 상업적으로 전시를 해도 되는 건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오월이'와 같은 사례가 나오더라도 법적 하자는 없다. 

'구조기관' 입장에서는 진귀한 해양생물을 전시할 기회를 얻은 셈이지만, 해양동물들 입장에서는 기약없이 갇혀 지내도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날 현재 오월이가 머물고 있는 부산아쿠아리움에 함께 살고 있는 해양동물은 푸른바다거북 2마리와 붉은바다거북 1마리 등이 더 있다. 이 중 푸른바다거북 2마리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구조됐던 바당생물로, 다른 일반 전시 동물들과 함께 벌써 1년 가까이 생활 중이다.

이는 해외 사례와 대비된다. 영국은 야생의 해양동물을 구조했을 경우 최대 30일이면 풀어주도록 하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 30일 더 연장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도 최대 보호 기간은 6개월이다. 

해수부도 뒤늦게 지침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하다. 운영지침안을 2013년 연구용역을 통해 만들기 시작해 지난해 7월 작성안을 완료했다. 그나마도 보호 기간이 최장 1년으로 길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한참 길고 이마저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침 고시는 무엇 때문인지 일년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하나 의원은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이 원칙 없이 운영돼, 멸종위기 해양동물들이 구조라는 명목으로 상업적 전시에 이용되고 있다"며 "해수부와 국제적멸종위기종 보호의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해양동물을 포함한 야생동물구조치료기관에 대한 운영지침을 시급히 고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월이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해수부는 오는 30일 경남 거제 이수도로 오월이를 이동시켜 약 20일간의 야생 적응 훈련을 거친 뒤 다음달 21일쯤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작 했어야 할 일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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