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장비 장애 발생이 전복 사고에 영향 끼쳤을 수도
3년간 ‘해양기상부이’ 11개소 총 855일 고장 상태

[환경TV뉴스]박순주 기자= 기상청의 해양 기상관측 장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잦은 것으로 드러나 해상안전 위험이 심각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이러한 고장 사례가 제주 추자도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고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실제 지난 5일 돌고래호는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됐고, 당시 너울성 파도가 심했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인근 해역의 ‘너울’ 관측 장비가 고장 난 경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14일 고윤화 기상청 청장(오른쪽 두번째) 등의 관계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출처=김택수 기자)

 

14일 이자스민 국회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해양기상부이 도입·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바람에 의해 일어난 물결인 ‘너울’을 관측하는 해양 기상관측 장비인 ‘해양기상부이’가 전 해역에 11대 운용되고 있다.

‘해양기상부이(Bouy, 부표)’란 해안에서 40~80km 떨어진 바다에 설치해 파도 높이, 파도 주기, 파도 방향, 풍향, 풍속, 기압, 습도, 기온, 수온 등을 수집하고 해양기상 예·특보를 활용하는데 쓰이는 해양 기상관측 장비이다.

1996년 서해 덕적도·칠발도에 최초로 설치 된 이후 현재까지 총 62억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총 1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서해 해상은 덕적도·외연도·칠발도·신안 등 4곳, 남해 해상은 거문도·거제도·추자도·마라도 등 4곳, 동해 해상은 동해중부·울릉도&독도·포항 등 3곳에 각각 설치돼 있다. 

문제는 이들 장비가 지난 3년간 총 38회, 855일 동안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데 있다.

지난 3년간 가장 많은 장애가 발생한 지점은 ‘칠발도’로 174일이었으며, 울릉도·독도 143일, 마라도 111일, 거제도 95일, 덕적도 89일, 추자도 82일, 포항 72일, 외연도 50일, 동해 35일, 신안 4일 등의 순이었다.

이자스민 국회의원.(출처=이자스민 의원실)

 

돌고래호 전복 사고 발생 지역인 추자도 해역에도 제주시에서 북서쪽 49km 해상(북위 34도47분37초, 동경 126도8분28초)에 2m원반형 ‘해양기상부이’ 1대가 지난해 1월부터 설치·운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추자도 사고해역 관측 장비는 설치 된 이후 최근까지 5차례 장애가 발생했고, 2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82일 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게 이자스민 의원의 설명이다.

주요 원인은 통신부 고장, 기상관측 센터 파손, 전원부 고장, 계류구 절단 등이었다. 통신부와 전원부 고장은 올해만 각각 두 번씩 발생했다.

또한 해상풍 14m/s, 유의 파고 3m, 파주기가 10초 이상이어야 ‘너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상청은 돌고래호 사고 당시 추자도 해역의 기상이 해상풍 12.4m/s, 유의파고 1.4m, 파주기 4.5초로 관측돼 ‘풍랑주의보’를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생존자는 “사고 당시 너울성 파도가 상당했다”고 전했다.

기상해일 등의 감시를 위해 연안 해수면 높이를 관측하는 ‘연안 방재관측 장비’도 2010년부터 총 18대가 운용 중에 있지만 지난 3년간 수시점검만 진행했을 뿐 정기점검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장비 설치 후 A/S기간이 끝나는 2013년부터 11차례에 걸쳐 유지보수 용역업체를 조달청을 통해 공고했지만 단가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모두 유찰됐다는 게 이자스민 의원의 설명이다. 

추자도 해양기상부이.(출처=이자스민 의원실)

 

이 때문인지 해당 장비의 장애발생 횟수는 2013년 14회, 2014년 21회, 2015년 7월 현재 9회로 매년 상승했다.

이와 관련 기상청은 올해 “한국 주변 바다 해양기상 감시 강화를 목적으로 ‘해양기상부이’를 신설하는 등 먼 바다의 관측 공백을 최소화해 여객선, 어선 등 각종 선박의 안전 운항과 어업활동 지원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양기상부이’의 빈번한 장애, 연안 방재관측 장비의 정기점검 미실시 등 해상 기상관측에 큰 공백이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자스민 의원은 “돌고래호 전복 사고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이번 사고의 명확한 사인 규명을 촉구하며, 특히 해양기상의 정확한 예보를 위해 해양기상관측장비의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기상청은 해양 기상관측 망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arksoonju@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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