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된 승용차 타는 '고수'가 전하는 비법

[편집자 주] '새차'를 처음 사면 자동차를 '길들인다'며 고속도로 같은데 나가 자동차를 '부아앙' 한번 '세게' 밟는 운전자들이 많다. 새차일 때 속도를 한번 내놔야 자동차가 지닌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과연 맞을까?

'자원 순환의 날' 기획 두번째 기사는 '자동차 오래 타는 법' 이다. 자원 순환의 개념엔 '보존'과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동차 오래타기'가 자원 순환 실천 자체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어떻게 하면 '내차'를 오래, 새 것처럼 탈 수 있는지 이름도 가물가물하게 낯설어진 '44년!' 된 국산 '뉴 코티나'를 아직도 타고 다니는 좀 '특별한' 사람으로부터 자동차 오래 타는 비법을 들어본다. 

이 뉴 코티나의 주인공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나름 '유명인'이다.

첫 국산 자동차 '시발' 시운전 모습(.출처=국가기록원)

 

 

[환경TV뉴스]김택수 기자 = 우리나라 첫 자동차 '오너'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고종 황제다. 1903년, 황제의 '어차'로 들여온 4기통짜리 '캐딜락'이 우리나라 땅을 처음 밟아본 자동차이다. 

그로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고 폐허만 남은 1955년 9월, 첫 '국산차'가 생산된다. 이름은 좀 민망하지만 '시발' 이다.  

자동차 앞면 우측에 '시-바ㄹ' 이라는 로고가 선명하다. 

국내 첫 시판차 '시발'.(출처= 위키피디아)

 


시발은 한자로 '始發' 이라고 쓴다. '처음 시작한다'는 뜻이다. 미군용 지프의 4기통 엔진, 변속기, 차대 위에 드럼통을 펴서 만든 바디를 얹어 지프 형태로 만든, 일종의 미제 중고부품을 재활용해 조립한 이른바 '리빌드' 차량이다.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한대 만드는데 4개월 넘게 걸렸지만 '상류층' 사이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시발차를 사기 위해 부유층 부녀자들 사이엔 '시발계' 라는 모임까지 생겨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였다고 한다.

1971년 현대 '뉴 코티나' 생산
1972년 서울의 한 의사 뉴 코티나 구입 

시발 자동차가 나오고 십여년이 흐른 1968년 현대자동차가 당시 포드와 기술 협약을 맺고 '코티나'라는 차를 생산한다. 

코티나는 스페인어로 '커튼' '휘장'을 뜻한다. 현대차가 우리 자동차 역사의 본격적인 '휘장'을 열어젖힌 것이다.

휘장을 열어젖히긴 했지만 당시에도 코티나는 '코피나'나 '고치나'로 달리 불릴 만큼 고장도 잦고 성능도 지금 기준으로 하면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3년 뒤인 1971년 현대차는 코티나를 개량한 '뉴 코티나'를 선보인다.

이듬해인 1972년 서울의 한 의사가 이 뉴 코티나를 구입한다. 

지금 생산되는 차 기준으로 해도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한 자동차 44년 타기라는 '전설'의 시작이다. 그것도 44년 전에 생산된 '뉴 코티나'로.

1972년식 뉴 코티나. 44년째 도로를 누비고 있다.

 


1975년 현대차 한국 최초 자체 모델 '포니' 생산
72년식 뉴 코티나 3년째 운행

1975년 12월, 국산 차의 '시조' 격으로 각인된 포니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포니는 현대가 포드와 결별하고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로부터 자동차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생산한 한국 최초의 자체 모델 차량이다. 배기량은 1238cc.

국내 시판에 앞서 포니는 1974년 10월 토리노 모토쇼를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 했는데 세련된 디자인으로 나름 호평을 받았다는게 현대측의 설명이다. 포니는 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 쥬지아로가 디자인했다.

영어로 '조랑말'이라는 뜻의 포니에서 출발한 현대가 지금은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을 뜻하는 에쿠우스를 생산하고 있으니, 에쿠우스와 포니의 사양이나 성능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포니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1975년, 72년식 뉴 코티나는 '별탈없이' 3년째 운행 중이었다.

한복 입은 모델이 인상적인 모토쇼의 포니.(출처= 현대자동차)

 

 

1986년 현대차 자동차 산업 본고장 미국 진출
72년식 뉴 코티나 14년째 운행

1986년 현대차는 포니 액셀을 앞세워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이자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75년 최초의 국산 자체 모델인 포니가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인 뒤 11년만의 쾌거다.

80년대 내내 이어진 이른바 '삼저호황'의 여파로 자동차 내수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하고 86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거치며 이른바 '마이카 시대'가 열린다.

1989년엔 국내 승용차 누적 생산량 1백만대를 돌파하고 국산 자동차가 미국은 물론 유럽과 남미 등 전세계로 뻗어 나간다. 

현대차가 포니 엑셀을 앞세워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한 1986년, 72년식 뉴 코티나는 14년째 '무사하게' 한국의 도로를 운행중이었다.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는 포니 자동차 (출처= 국가기록원)

 


2004년, '5월 12일' 제1회 '자동차의 날'로 지정
72년식 뉴 코티나 32년째 운행

정부는 2004년, 5월12일을 제 1회 '자동차의 날'로 지정한다. 당시 정부는 이보다 5년 전인 1999년 5월 12일, 국산 자동차 수출 누계가 '1000만대'를 돌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5월 12일을 자동차의 날로 지정했다. 

자동차의 날을 지정해도 될만큼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궤도에 올라섰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제1회 자동차의 날 지정 한해 전인 2003년, 72년식 뉴 코티나는 31년 정들었던 주인을 떠나 다른 주인을 맞는다.

31년된 72년식 뉴 코티나의 새 '주인'은 바로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다.

임기상 대표는 자동차 폐차 평균 연령이 7~8년에 불과했던 1998년, 당시로선 생소한 '자동차 운동타기 10년운동' 이라는 것을 주장하며, 72년식 뉴 코티나를 인수했던 2003년 당시 십여년 넘게 관련 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해 자동차 업계에 반향과 파장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임기상 대표는 31년된 이미 오래 전에 '폐차' 됐어도 몇번은 폐차됐을 차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30년이 넘었어도 올바른 운전습관과 제대로 관리만 해왔으면 계속 차를 탈 수 있고 이를 통해 환경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는 '원주인'의 뜻을 이어받아 차량을 인수했다고 회고했다.

제1회 자동차의 날이 제정된 2004년, 72년식 뉴 코티나는 32년째 '여전히' 운행중이었다.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

 


2015년 현재 한국 세계 5위 자동차 대국
72년식 뉴 코티나 43년째 운행

2011년, 우리나라는 연간 자동차 생산량 466만대를 돌파하며 세계 5위 자동차 대국으로 진입한다.

고장 많은 '싸구려' 차라는 인식도 많이 개선돼 세계 유수의 자동차 잡지나 소비자 기관이 선정하는 '좋은 차'에 선정될 정도로 품질도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더불어 자동차를 타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불과 십여년 전만해도 '자동차 10년 타는 것'이 드문 일로 여겨져 10년 타기 '운동'까지 전개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실제 2013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10년 이상' 자동차 대수는 94만대에 육박한다. 전체 등록 차량수가 2000만대 남짓 하니까, 등록 차량 20대 가운데 1대는 10년 이상된 차량인 셈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7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자동차를 10년 이상 타는 것이 더이상 '드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15년 이상된 차량도 54만대가 넘는다.

중요한 것은 '고장없이' 안전하고 튼튼하게 10년 이상 타는 것이고, 그렇게 하려면 차량을 어떻게 운전하고 관리하느냐이다.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연합 임기상 대표(가운데). 인선모터스 박정호 대표(왼쪽)와 10년 타기 착한정비센터 김용 대표가 지난해 6월4일 친환경 폐차시스템의 전국적 기반 확대를 위한 상호교류협약을 맺고 있다. (출처=인선모터스)

 

44년된 차량 운전하는 임기상 대표가 전하는 '비법'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50km 정도다. 평균 주행거리만큼 운행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1년이면 1만8000km, 10년이면 18만km 정도를 운행하는 셈이다.

주행거리가 20만km에 육박할 즈음이면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폐차'를 생각한다.  

하지만 임기상 대표는 "자동차는 인간처럼 수명이 있다. 지금 생산되고 있는 차량의 엔진수명은  대략 50만km 정도"라며 "10년, 20만km 된 차라고  폐차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연식이 10년 된 차량이라도 큰 사고없이 차를 사용했다면 10년은 더 충분히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차량을 얼마나 튼튼하게 오래 타느냐는 구입 '초기'가 중요하다며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비법' 아닌 비법을 소개했다. 

1. 주행거리 1000~3000km 엔진오일 교환

통상 자동차 엔진오일은 최소 5000km, 보통 1만km 정도 운행한 뒤 갈아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임 대표는 차량을 처음 구입한 뒤 3000km 이내에 반드시 차량 오일을 갈아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행 초기 엔진오일을 갈아주지 않으면 출력이 떨어지기 쉽고 이렇게 되면 그만큼 연비도 저하되고 유지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임 대표 설명이다.

관련해서 임 대표는 초기부터 윤활 성능이 뛰어난 합성 엔진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엔진 마모를 줄이고 출력도 높여주는 방법이라고 귀뜸한다.

2. 주행거리 2000km 미만 급제동, 급가속 '특히' 자제

처음 차를 사면 실 제동거리나 가속 반응에 익숙하지 않아 차를 급가속하거나 급제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동차가 잘못 '길들여'지게 되는 지름길이다. 

제동 거리나 가속 반응이 익숙해지는 2000km까지는 시내 주행을 통해 다양한 속도와 상황을 경험하며 '안전하게' 차를 운행하는 것이 하는 것이 내차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임 대표는 강조한다.

3. 3000km까지는 3000rpm을 넘지 않도록 한다.

새 차를 사면 고속주행을 해서 자동차 성능이 초기부터 제대로 발휘되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는 것이 임 대표 말이다. 

3000km까지는 엔진 움직임을 바퀴로 전달하는 미션이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다. 3000rpm 이상의 '고속' 회전은 자리를 잡아가는 미션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 임대표 설명이다.

이렇게 미션에 무리하게 부담을 주게 되면 미션의 부품들이 불균형적으로 닳아 편마모가 발생해 소음은 증가하고 출력은 저하되기 때문에 고속주행은 미션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3000km이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4. '차계부' 작성·차량 사용설명서 숙지는 필수 

임 대표는 차량 구입 초기부터 '차계부'를 작성해 정기적으로 차량 점검을 받고 이를 기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차를 오래 타는 방법이라고 내내 강조한다. 

차량 설명서에 대해서도 "2012년에 출시된 모델과 2013년에 출시된 모델은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며 "우선 자기 차량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 차량의 세부적인 내용은 물론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는지 확인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5. 10년 지난 차량은 '자동차 병원' 찾아 관리

현재 전국적으로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정비해주는 곳이 100여 곳 넘게 있다. 이른바 '자동차 10년타기 전문정비센터'다.

임 대표는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건강 상태를 미리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듯 자동차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10년 이상 노후화된 자동차는 한번 고장이 나면 큰 고장으로 이어져 수리비가 중고차값보다 비싸 결국 폐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정기적인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종된 차는 어떻게 관리할까

이미 오래 전에 단종된 차량을 모는 운전자들도 여전히 일부 있다. 부품도 생산하지 않는 차량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44년된 차를 보유한 임기상 대표에게 관리 방법을 물었다. 

임 대표는 "단종된 지 오래된 자동차의 경우는 대부분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이라 부품의 호환성이 높다"며 "스텔라나 포니 등 폐차 부품을 재활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구조가 간단한 부품은 직접 만들어 갈아 끼우기도 한다고 한다.

44년된 임 대표의 72년식 뉴 코티나의 주행거리는 무려 59만km! 지구를 14바퀴 이상 돈 거리다. 

지금도 80km 정속 주행시 16km/ℓ의 연비를 자랑한다. 2015년 현재 생산되고 있는 웬만한 국산차보다 낫다.

그리고 72년식 뉴 코티나는 '오늘도' 운행 중이다. 43년째다. 그 햇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전설은 계속된다.'

geenie49@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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