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상 차장/기상청

 

[환경TV뉴스] ‘엘니뇨’는 원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에콰도르와 페루의 어민들이 쓰던 말이었다. 이 부근의 바다에서는 영양분이 많은 차가운 해류가 위로 솟아올라 오면서 풍부한 어장이 형성된다.

그런데 수년에 한 번씩 바닷물의 흐름이 역류하면서 따뜻한 해류가 이 부근을 덮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대부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일어나서 이 지역의 어민들은 ‘그리스도의 아이’라는 뜻인 ‘엘니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어획량이 떨어지면서 이 지역 어민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기상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엘니뇨는 안정적으로 순환하고 있는 대기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반구 적도 부근의 대기 흐름은 원래, 습기가 많은 바람이 무역풍의 흐름을 타고 인도네시아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리게 된다. 이때, 건조해진 바람이 상층으로 올라가서 동쪽으로 순환하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이 순환이 약해지면서 강우 지역이 남미 방향 동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게 되고 상층권의 제트기류 흐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지표와 상층 대기의 불규칙한 흐름이 기압, 온도, 습도 분포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해 여러 가지의 날씨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해서 미치는 영향이 항상 일정하지는 않다. 따뜻한 해수역이 발생하는 위치와 발달하고 쇠퇴하는 시기에 따라서 대기가 엘니뇨에 대해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엘니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호주의 경우, 가장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1997~1998년에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했으나 오히려 두 번째로 강한 엘니뇨가 발생한 1982~1983년에는 극심한 가뭄에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는 원인과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엘니뇨로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게 되면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대기로 방출되고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폭염, 홍수, 가뭄, 폭설 등 다양한 형태의 이상기상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엘니뇨가 발생했던 1997~1998년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높았으며, 1998년 여름철에는 지리산 집중호우 등으로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1997~1998년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세계적으로는 40여 개국에서 홍수 피해를 입었고, 20여 개국에서 가뭄으로 농업 부분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엘니뇨가 열대 적도 부근의 대기 흐름을 바꾸게 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엘니뇨가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엘니뇨가 있는 해에는 겨울 날씨가 더 온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올 겨울 우리나라가 엘니뇨의 영향을 받아 포근한 날씨를 보이게 될 것인지 보다 면밀한 과학적 분석이 요구된다. 또한 엘니뇨에 따라 발생 가능한 이상 기후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홍상 차장 약력>
-미국 Cornell대학교 경제학 박사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
-현(現) 기상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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