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아~ 답답하다." 지난 2일 부산항을 출발한 크루즈 '오션드림호'가 항구에서 멀어지면서 들기 시작한 생각이다. 익숙한 스마트폰에 LTE와 3G 신호가 하나도 잡히지 않기 시작한 시점부터다.

당장 공해상으로 나가면서 터지지 않은 이 스마트폰을 굳이 연결하려면 이틀 뒤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도착해 로밍을 신청해야 한다. 최소한 3일까지 이틀간 현대 기술의 총아, 스마트폰은 그저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 또는 음악을 듣는 'MP3'에 불과한 신세에 불과하다.

외부에 나가 있을 때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보거나 컴퓨터 인터넷을 무선으로 연결하는 '테더링'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 답답하다.

동해를 따라 오호츠크해로 올라가는 망망대해에서 하루 종일 대체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시점도 이 때다. 언제부터 스마트폰이 없으면 이렇게 불안했을까. 배 안 곳곳을 둘러보다 결심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열흘간 스마트폰을 쓰지 말아 보자.' 처음 스마트폰을 구입한 2010년 이후 출장으로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 외에는 항상 통신이 가능하던 내 스마트폰에 최초로 여름 휴가를 주기로 한 결정이다.

처음엔 그렇게도 조급증이 들더니 시간이 지날 수록 몸에서 한 치도 안 떼던 스마트폰을 객실에 놓고 다니기 시작했다. 크루즈가 부산항을 떠난 지 4일째부터다. 대신 대체재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사람 취재 외에 어떤 대체재가 있었을까. 이 때부터 이곳에 탄 다양한 인생을 살아 온 한국과 일본 양국의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시작됐다.

처음 보는 이들과 어울려 있을 때 스마트폰을 신경쓰지 않다 보니 귀를 기울이게 됐다. 더 많은 얘기를 듣고 더욱 깊이 공감하는 능력도 스스로 키우기 시작했다. 휴가 간 스마트폰 덕분에 딴청을 피울 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3일과 5일, 7일부터 8일까지 4일간 스마트폰을 못 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자기들끼리 패를 지어 4층부터 11층까지의 선상에서 뛰어 놀기 바쁘다. 나름대로 놀이들도 개발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심심했던 모양인지 각자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듯하다. '사람은 다 똑같구나' 당연한 감상이다.

마음의 평화도 간만에 찾았다. 휴가 때조차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던 전화까지 터지지 않다 보니 정말 평온했다. 그 동안 미뤄 뒀던 잡무도 처리할 여유가 생겼다. 다 휴가 간 스마트폰 덕분이다.

다시 일과가 시작된 11일, 업무로 복귀한 스마트폰이 그렇게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려려니' 싶다. 스마트폰 중독이란 말이 나올 만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스마트폰도 휴가를 주라고. 그러면 당신의 몸과 마음도 진정한 평화를 겪어 볼 수 있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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