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TV뉴스]정택민 기자 = 기자도 직장인이자 회사원이다. 보통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회사 생활 하며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잦은 회식에 운동 부족. 그래서일까. 점점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특별히 중노동을 하지 않는데도 툭하면 아픈 어깨와 목, 허리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래서는 안 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에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고 막상 가지 않았던 때가 더 많았다는 것을 떠올리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대안이 '자전거 출퇴근'이었다. 기자는 다른 운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자전거를 타는 것은 좋아했다. 기자가 살고 있는 서울 신림동에서 회사가 있는 서초동 사이의 거리는 약 8km. 이정도면 자전거로 다녀볼만 하겠다 싶었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겸할 수 있고, 최근 인상된 대중교통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결심을 하고 제일 먼저 부딪친 문제는 자전거 구매. 원래 기자는 일반 자전거보다 크기가 작은 '미니벨로'를 가지고 있었지만 출퇴근용으로 쓰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바퀴가 작아서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출근길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바퀴가 큰 자전거 쪽이 속도를 내기 유리하다.

구매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조금이나마 비용을 아끼려고 인터넷 중고시장을 찾다가 사기를 당한 것이다. 쓰린 마음을 달래고 이번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하이브리드 자전거'와 '유사 MTB'가 눈에 들어왔다. 

하이브리드는 경주용 자전거처럼 빠르면서도 일상용으로 편하게 탈 수 있도록 경주용과 MTB(산악자전거)의 부품을 조합한 자전거다. 반면 유사 MTB는 모양이 MTB와 비슷하지만 값이 더 싸고 산악 주행이 불가능한 자전거를 말한다.

두 자전거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하이브리드는 무게가 가볍고 속도가 빠르지만 거친 길에서 달릴 때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가 없어 불편하다. 반면 유사 MTB는 하이브리드보다 무겁고 속도도 느리지만 충격흡수장치가 달려 비포장도로에서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몰 수 있다. 

고민 끝에 유사 MTB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자전거를 택배로 받은 후 동네 자전거 가게에 가져갔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자전거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일부 자전거 가게는 조립비용을 따로 받고 자전거를 조립해 주기도 한다. 

구매한 자전거를 직접 조립할 수도 있지만, 변속기어나 브레이크 조정, 나사 체결을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비용이 조금 더 들어도 가급적 자전거 가게에서 조립할 것을 권한다. 

자전거를 조립하기 전에 빠진 부품이나 훼손된 부품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립 후에는 문제를 발견해도 교환이나 환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 조립까지 끝난 다음날. 먼저 체조로 가볍게 몸을 풀어준 뒤 출근을 시작했다. 자전거는 법규상 자전거전용도로를 이용해야 하지만 출근길 중 자전거도로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지름길이 아니라 몇 분가량 돌아서 가야 했다.

드디어 첫 자전거 출근. 기대했던 것만큼 '낭만적'이진 않았다. 역시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자전거도로와 인도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대로 다니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진땀을 뺐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자전거도로에서 주행 도중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길이 좁아서 피하기가 어려웠다. 알아서 피해가겠지 했는데 천만에 였다. 

상대방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느라 기자의 자전거엔 신경도 안쓰고 있었고 주의를 주기 위해 계속 벨을 울렸지만 이어폰을 귀에 꽂은 상대방은 벨소리도 듣지 못했다. 

'아 이게 알아서 피해가는 보행자는 없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자전거를 급히 세웠다.  그는 자전거 바로 앞까지 와서야 기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기자는 이제 보행자들이 자전거를 보고 피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렸다. 달릴 때는 언제든 멈출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한 손은 늘 벨을 울릴 준비를 하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전거도로 앞에 쓰레기 봉투들을 쌓아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짐을 운반하느라 트럭으로 아예 길을 막는 경우도 있었다. 오토바이를 버젓이 세워놓은 경우도 있다. 이럴때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돌아가야 하는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 자전거도로의 문제는 전용도로가 적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자전거 출퇴근을 할 때 가장 힘든 것은 자전거를 타는 그 자체, 그중에서도 언덕길이었다. 신림동과 서초동 사이에는 경사가 심한 언덕이 세 군데 있다. 

첫 번째는 까치산 인근에 있는 낙성대역-사당역 구간, 두 번째가 이수중학교 앞 언덕길(사당역-방배역 구간)이다. 세 번째는 방배역과 서울고교 사거리 사이에 있는 신동아아파트 앞 언덕길이다. 

언덕을 피해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언덕을 지나야 했다. 통상 한강 공원을 통해 출퇴근하는 다른 자전거 출퇴근자에 비해 같은 거리여도 기자의 출퇴근길은 더 많은 힘과 시간이 들었다. 언덕을 모두 넘고 나면 금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숨이 찼다. 

문득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 제목이 떠올랐다. 정말이지 기자가 가는 길에 자전거를 위한 곳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하러 사서 생고생이지 하는 생각도 여러번 했다.

 


기자가 자전거로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45분이다. 지하철보다 15분, 한참을 돌아가는 버스보다 5분 정도 더 걸린다. 

기자의 체력이 좀 더 좋았거나 서둘렀다면 좀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전거 출퇴근은 안전하게 타는 것과 무리 없이 건강하게 타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시간을 단축하기보다는 안전하고 즐겁게 타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자전거 출퇴근 하는 날이 늘어날 수록 챙겨야 할 것과 장비도 덩달아 늘어났다. 처음에는 자전거에 헬멧 하나만 쓰고 다녔지만 이후에는 안장용 쿠션, 휴대폰 거치대, 팔이 햇빛에 타는 것을 막기 위한 팔토시, 도로의 매연을 차단할 마스크 등 짐이 하나둘씩 늘었다. 

제일 걸치적거리는 것은 '땀'이다. 자전거로 출근할 때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원래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기도 하지만 더운 여름이라 더욱 그렇다. 늘 갈아입을 옷을 챙겨 다녀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다 보면 상당수가 공감할지도 모르겠지만, 출퇴근을 할수록 챙길 것이 점점 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챙기는 것이 귀찮았지만 지금은 늘어난 장구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렇게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다. 요즘은 진짜 더 힘들다. 30도를 가볍게 넘는 폭염더위 때문에 평소보다 더 빨리 지치고 땀도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언덕을 넘고 넘어 회사에 도착하면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은 팡팡 뛰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지만 그 고통과 불편함 자체가 희열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도 날씨는 좀 더 시원했으면 좋겠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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