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투입 '천연물 신약개발' 헛발질..국제허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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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TV뉴스]김택수 기자 = 보건복지부 등 보건 당국이 지난 14년간 3000억원 이상의 혈세를 투자한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사업이 이렇다할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9일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3092억원이 투입된 정부 신약 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국제 허가를 받은 천연물 신약은 단 한 건도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나마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해 허가를 받은 '신약'에서는 심지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나 포름알데히드까지 검출되는 등 신약 개발 및 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신약'에서 1급 발암물질 검출.. 사후관리도 미흡

2013년 4월 한 제약업체의 위염 치료 신약에서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검출량이 '환자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를 무시할만한 수준을 초과했다'는 것이 당시 식약처 판단이었다.  

'위해를 끼칠 수준을 초과'해 '약'에서 발암 물질이 나왔는데도 식약처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2년 1개월이 지난 올해 5월에서야 발암물질 저감화 지시를 내렸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특히 벤조피렌은 인체에 잔류기간도 길고 독성이 강해 낮은 노출 농도에서도 발암성이 있어 1일 섭취 허용량 등을 설정하지 않는 위험한 물질이다.

한마디로 '절대 먹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 독성물질 및 질병등록국(ATSDR)에서도 위해물질 우선목록 275개 물질 중 8위에 등재된 위험한 발암물질에 속한다.

그동안 해당 약을 복용한 환자는 말그대로 '발암성 약'을 먹어온 셈이다. 누가 얼마나 해당 약을 복용했는지, 이로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감사원은 "식약처는 신약에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데도 제조공정 개선 요구 등 사후관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었고, 기준과 다르게 수행된 임상시험 계획 및 결과를 승인하는 등 신약의 유효성 검증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식약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신약'이 신약 맞는지 신약 허가의 신뢰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신약에서 검출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에 대한 저감화 조치를 취하고, 잔류 허용기준 설정을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약값 산정도 주먹구구

그나마 개별 기업이 기초연구를 진행해 국내 허가를 받은 신약 8종에서는 혈세가 새고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천연물 신약 가격을 적정 가격보다 최고 58% 높게 책정해 147억원의 추가 의료비 부담이 초래됐다는 것이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원은 "ㄹ, ㅁ, ㅅ 등 3개 제품은 다른 약제와 특별히 고려할 만한 요소가 없음에도 특별 기준을 적용해 대체약제 평균가 대비 5%~58% 높게 책정됐다"고 밝혔다.

"이 3개 제품이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인 의약품과 다른 기준을 적용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이로인해 결국 147억여원의 건강보험 재정 또는 환자 본인부담비용이 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새나간 혈세는 해당 제약사 주머니로 들어갔다. 

감사원은 3개 천연물신약의 보험약제 가격을 재평가해 책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약제가격을 고가로 산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심평원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천연물신약 개발 '총체적 부실'

"종합적으로 신약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세부 시행계획과 통합 관리 체계가 부재하고, 기초연구 투자에 제품화 성과도 미흡하다"

정부 신약 개발 정책에 대한 감사원 평가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 이라는 얘기다.

천연물신약 개발을 위한 복합성분 연구, 표준화, 약리 및 독성 연구를 위한 기반 기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는 것이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원은 또 "글로벌 신약 개발에 필수인 안전성·유효성 평가 제도 자체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신약'도 개발하지 못했고, 신약을 개발해도 평가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었다는 말이다.

'3천억원 가지고 뭐 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별로 없는 이유다.

여기에 질병관리본부는 미국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연구비를 제대로 청구하지 않아 17만2000달러를 국고에 납입하지 못한 사실도 적발돼 감사원이 관련 직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 직원 30명은 기관 허가도 받지 않고 외부강의를 하면서 5700만원의 대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하라는 일은 제대로 못하고 딴 일은 열심히 한 셈이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 국민들의 보건과 안전을 담당해야 할 기관들이 제 할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이 그렇게 3000억원 넘는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고, 일부 환자는 위염 치료한다며 '발암성 약'을 먹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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