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정명령과 5억 과징금 부과 결정

[환경TV뉴스]박순주 기자 = 기아자동차가 자동차 판매 위탁을 받은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해오다 공정위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대리점의 영업직원 채용에 부당하게 간섭한 기아자동차(주)에 시정명령과 함께 5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밝힌 기아차의 '갑질' 수법은 이렇다. 

기아차를 판매하려는 딜러는 기아차로부터 해당 직원의 아이디(ID)에 해당하는 '판매 코드'라는 것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기아차는 이 판매 코드의 발급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한다. 기아차는 이를 '대리점 영업직원 총 정원제'라 부른다.

대리점이 딜러를 신규 채용하려 하면 기아차는 이 '총 정원제'를 앞세워 '정원에 여유가 없다'며 판매 코드 발급을 거부하거나 늦게 처리해 준다.

이유는 직영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다. 자동차 판매는 크게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과 별도 영업 사업체인 '대리점'으로 나뉜다. 

직영점에서 파는 차량는 별도 판매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지만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차량에 대해선 판매 수수료를 기아차가 줘야 한다.   

결국 기아차 입장에서는 대리점보다는 직영점에서 차량이 많이 팔릴수록 이득이 더 많이 남는다. 기아차가 대리점에 대해 '총 정원제'를 앞세워 딜러 채용을 부당하게 간섭한 이유다.

 


'판매코드' 발급 거부·지연, 신차 출시 시기 집중
딜러 신규 채용 조건 기존 딜러 해고 요구도··'눈 가리고 아웅'

실제 대리점에 대한 판매 코드 발급 거부나 지연 행위는 쏘렌토나 K7, K5, 스포티지 등 기아의 신차들이 출시된 2010년과 2011년에 집중됐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며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신차 효과'를 최대한 직영점에 몰아주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기아차는 신규 판매 코드 발급 요청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해당 대리점에 소속된 기존 딜러의 판매 코드를 삭제하기도 했다.  

'판매 코드 삭제'가 의미하는 것은 해당 직원의 해고다. 한 명 더 뽑으려면 한명은 자르라는 말그대로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이다. 

그러면서 기아차는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해당 딜러를 해고하도록 '강요'하고, 이렇게 생긴 판매 코드 여유분을 다른 대리점에 발급하는 식으로 대리점들을 '관리'했다. 

대리점 입장에서 판매 코드 감소는 곧 매출 감소를 의미한다.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기아차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기아차는 또 대리점이 다른 자동차 회사 딜러를 채용하고자 할 경우 기존 회사를 퇴사한 후 6개월이 경과한 이후에만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다른 자동차 회사의 '유능한' 현직 딜러 스카웃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이런 식으로 기아차가 대리점을 상대로 부당하게 월권을 행사한 경우는 430 건이 넘는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그리고 기아차의 이런 '노력'의 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제 직영점의 영업직원 1인당 판매량은 대리점보다 연간 10대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대리점 경영에 간섭했다"며 기아차에 대해 5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또 영업직원 채용을 위한 판매 코드 발급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하고, 경력직원을 채용할 경우 기존 직장 퇴사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할 것을 조건으로 판매 코드를 부여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공정위는 그러면서 기아차가 대리점과 체결한 계약서 중 대리점의 '영업직 경력직원 채용 제한 조항'을 아예 삭제토록 했다.

기아차는 2008년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사회책임 경영(CSR)'을 선포했다. 핵심 실천과제로 '사회공헌' 정착과 확산을 표방했다.

공정위의 이번 기아차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만 놓고 보면, 기아차의 '사회공헌' 대상에 정작 기아차를 팔아주는 '대리점'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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